진 - “판세 굳었지만 흠집내기 경계” , 김 - “선거인단 구성 박 후보에 유리”
▲ 이명박 후보 대변인 진수희 의원. 진 의원은 박 후보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 18년 동안 영남대 정수장학회 등 아버지의 후광만을 입어왔다고 공격했다(왼쪽). 박근혜 대표 측 김재원 대변인. 김 의원은 이 후보의 막대한 부동산 소유 문제가 본선에 가면 국민적 공분을 |
||
경선을 불과 열흘 앞둔 지난 9일 이 전 시장 측의 진수희 대변인과 박 전 대표 측 김재원 대변인을 각각 만나 경선에 대비하는 준비 태세와 입장을 들어보았다. ‘무조건 우리가 이긴다’며 필승을 외치고 있는 이들의 답변에서도 팽팽한 입장차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명박 측 대변인, 진수희 의원
지난 9일 TV 합동토론회가 끝난 직후 이명박 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진수희 대변인은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이명박 후보의 경험에 의한 경륜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는 다양한 경험이 부족한 데서 오는 한계가 있다. 오늘도 공격이 어김없이 집중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잘 하셨다. 여러 가지로 1위 후보에게 너무 가혹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라는 충격적 발표가 있었다. 정상회담 합의가 경선에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나.
▲언론이나 신문지면에서 한나라당 경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겠지만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진 않으리라고 본다. 이미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은 마음을 굳힌 상태이기 때문에 판세가 굳어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막판까지 네거티브는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진 않을 것이다.
―경선 여론조사 설문문항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팽팽하다. 경선까지 양측이 합의할 중재안은 없겠는가.
▲여론조사야말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 아닌가. 당의 선관위에서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곳에서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서 결정된 결론이기 때문에 존중되어야 한다. 전문가 위원들이 선진국 사례도 참고하고 한나라당 당내 경선의 특성과 취지에 부합하도록 만든 것이기 때문에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느 한 후보가 떼를 쓰고 어깃장을 놓고 경선 불참 내지는 중대 결심, 이런 협박을 한다고 해서 당이 중재안을 내놓은 것도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당이 특정 후보 떼쓰기에 굴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재안 자체도 지지도 문항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 캠프 내에 지배적이다. 또 한편 캠프 지도부에서는 당의 지지도 1위 후보가 당의 난처한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부담이 된다는 점 때문에 고민도 하고 있다.
―후보 검증을 둘러싸고 과열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과연 결과에 양측이 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는데.
▲솔직히 내가 국민이라도 그 걱정을 할 것 같다(웃음). 박근혜 후보 쪽에서 흠집 내기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우리 걱정은 이런 거다. 본선에 가서 여당 쪽에서 공격하면서 ‘이건 우리가 한 얘기가 아니고 당신들이 경선에서 했던 얘기 아니냐’고 나오면 우리 후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 합동유세 때마다 승복서약을 하는데 사실 서약을 저렇게 해놓고 승복을 안 하면 안 되니까 하긴 하겠으나 후유증이 심할 것 같아 걱정은 된다. 한 가지 믿는 것은 정치판에 일반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문화가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라는 말이다(웃음).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결국은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정치 지도자라면 그런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행동하지 않겠는가. 이 경우에 승복 안하고 딴 짓을 한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안 있을 거다. 그래서 한편으로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믿고 있고…그렇다(웃음). 박 후보도 당 대표까지 지내셨던 분이 당을 어려운 처지에 빠뜨리는 일이 없을 거라고 본다.
―경선 전까지 박근혜 후보가 꼭 해명해야 할 의혹이 있다면.
▲박근혜 후보가 박 대통령 돌아가시고 청와대를 떠난 직후부터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올 때까지의 기간이 18년 정도 된다. 그동안에 했던 사회활동이란 것이 영남대,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이사장인데 이것이 모두 본인의 노력이 아니라 아버지의 후광으로 인해 주어진 자리다. 박 후보는 그 일을 모두 불미스러운 일로 도중하차했는데 그 배경에는 모두 최태민 씨라는 분이 있다. 이미 고인이 된 분이지만 최태민 씨의 일족들이 계속 박 후보의 언저리에서 일해오고 있다. 지금 현재에도 이들이 박 후보의 지근거리에서 박 후보의 일을 돕고 있다. 이건 현재진형형의 일이고 이 일은 미래형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박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력이 행사된다면 대단히 큰 문제가 아닌가.
―한나라당 경선 이후를 전망한다면.
▲범여권 후보들이 지금은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한 자릿수 지지율을 갖고 있지만 일반 범여권 후보가 되는 순간 기본적으로 30% 가까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본선이 되면 결국은 51 대 49의 치열한 싸움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도층, 부동층을 누가 더 많이 끌어오느냐가 관건인데 그런 면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비해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손학규 후보가 나오면 우리로서는 게임이 굉장히 쉬워진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선출되면 그 쪽에서는 다른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누가 나오든 국민들 사이에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열망이 가장 높기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가까이서 본 이명박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는.
▲이명박 후보는 보기보다 정이 많고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의 인간관계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냉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굉장히 격의가 없다. 그래서 대할 때도 편하고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 옛날에 이회창 총재나 박근혜 대표 시절에는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참 어려웠다. 그렇게 어려운 사람을 모시고 있다가 이명박 후보를 보면서 옆집 아저씨같이 편해서 좋다(웃음).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본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나.
▲만약 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정상회담을 대선에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면 국민적 저항과 역풍에 부딪힐 것이다. 여권 쪽에서는 한나라당이 반통일세력이라는 점을 상정해 놓고 정상회담을 이용해 ‘통일세력 대 반통일세력’의 구도로 짜이길 원하고 그렇게 되면 자신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올 대선의 화두는 경제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 이슈를 죽이고 평화, 남북관계 이슈가 부상하면 자신들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계산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남북관계가 해빙 분위기로 간다면 국민들이 먹고사는 경제 쪽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후보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가 있다.
박근혜 측 대변인, 김재원 의원
김재원 대변인에게도 토론회에 대한 평가부터 물어보았다. 김 대변인은 “경제 분야라면 이명박 후보가 전문적인 식견이 있을 거라는 예상이 있는데 이명박 후보는 내용이 없고 문제 제기에 제대로 설명하기보다는 ‘몰라서 그런 것 같다’는 식의 대책 없는 답변을 하다 보니 한계가 드러나는 것 같다. 오히려 박근혜 후보의 식견이 좀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우리가 아무 준비 없이 내보내도 박 대표가 알아서 잘 하신다”며 웃음을 보였다.
―경선이 열흘 남아있는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이긴다고 자신 있게 내다본다(웃음). 아까 홍사덕 위원장하고 앞으로의 공보 주제에 관해 얘기를 나눴는데 ‘이깁니다. 무조건 이깁니다. 이유는 묻지 마세요’라고 하더라. 우리는 당원 선거인단(30%)과 일반 국민 선거인단(30%)에서 10% 정도 앞선다. 당원들은 대체적으로 40대 이상이 많고 일반국민 선거인단도 50대 이상이 50%가 넘는다. 지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가 10% 뒤지는 여론조사에서도 50대 이상에서는 우리가 앞선다. 주로 40대 이하는 이명박 지지, 50대 이상은 박근혜 지지로 나뉘고 있다. 국민 참여 선거인단 구성상 우리한테 유리하다. 대의원 조사에서는 이명박 후보에 비해 10% 정도 지고 있는데 여론조사에서 10%가량 뒤지더라도 우리에게 승산이 있는 구도다. 또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이명박 후보가 되면 큰 문제가 생길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큰 문제란 어떤 것인가.
▲자명하지 않나. 집권세력이 정권 연장하려고 정상회담까지 하는 분들인데 이명박 후보가 나오면 가만히 있겠나. 이명박 후보에 대한 문제가 얼마나 많나. 전국에 여의도 크기만 한 부동산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본선에 가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 거다. 세금 탈루, 위장전입 문제에 일가 전체 중에 군대 갔다 온 분도 몇 분 안 된다. 또 9월이 되면 김경준 씨가 미국에서 들어올텐데 이 분 조사가 진행되면 이명박 후보가 된다 해도 검찰에 조사받으러 왔다 갔다 하지 않겠나. 이건 있어서는 안 되는 사태다. 이런 상황이 뻔히 예상되는데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전략적으로 당연히 박근혜 후보를 지지할 거다. 될 사람을 찍어줘야 하는 것이다.
―경선 여론조사 문항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당에서 내놓은 중재안은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사실 여론조사 자체를 경선에 반영하는 것이 코미디다. 여론조사는 본질적으로 오차가 있는데 그것도 무시하고 질문하는 사람의 억양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 비율상 한 사람의 대답을 여러 명의 의견으로 반영하는 것은 등가성에서도 맞지 않다.
―박근혜 후보가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경선 불복이나 불참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한 쪽으로 이렇게 밀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미다.
―한나라당 후보가 된다면 경쟁해야 할 범여권 후보들에 대해 평가한다면.
▲손 전 지사는 경쟁력이 없다. 그 분은 스스로 망할 것이다. 조순형 의원은 가장 자격 있는 분이긴 하지만 대선을 끌고 가기엔 좀 무리가 따를 거라고 본다. 정동영 전 의장이 대선이라는 큰 판에서는 여건을 갖추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한나라당 경선 이후 양측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적어도 우리가 이길 테니까 그런 상정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박근혜 후보는 항상 경선에서 진 사람이 상대를 도와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관해 어떤 입장인가.
▲반대하지 않는다. 임기가 하루가 남아도 대통령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중요 정책에 관해 나서는 것은 정당한 행위다. 그런 원칙은 박 후보가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반드시 북한 핵문제를 매듭짓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 이제부터라도 의제 선정과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다만 시기, 장소, 절차 등 적절치 않은 부분은 있다. 지금은 분명히 적절한 시기는 아니다.
―정당회담 개최가 박근혜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고 보나.
▲박근혜 후보는 지난 10년간 대북문제에 관해 독자적 연구를 해왔고 통일 방안도 제시했다.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만난 바 있다. 이산가족 상봉문제, 남북한 철도연결 문제 등 그 당시의 합의 내용도 그대로 실행 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뒤처리 문제는 다음 정권에서 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박근혜 후보가 적임자라고 본다. 일단 우리 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자고 할 테지만 북한은 그건 미국과 논의할 테니까 종전 선언하자, 평화협정 하자, NLL문제 해결하자, 보안법 철폐하자는 얘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 정권의 특성상 가서 책임 못 질 합의를 하고 올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다음 정권에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텐데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생각도 한번 안 해본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와의 자질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정상회담 이슈가 8월 말~9월 초까지 가게 될 테니 경선 자체가 흥행이 안 될 가능성은 있다. 특히 국민 참여 선거인단이 적게 올 수 있는데 우리는 당원과 국민 참여 선거인단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우리한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