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강 정국상황 속 정치경험 부족 드러낸 문재인과 차별성 노림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정계복귀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10.20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20대 총선은 손 전 대표 복귀의 워밍업 과정이었다. 양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는가 하면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측면 지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그의 측근 인사들 다수가 원내 및 지도부 진입에 성공했고, 손 전 대표의 복귀는 가시권으로 접어들었다.
뜻하지 않는 야권의 총선 승리로 손 전 대표가 버스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집권 여당의 거센 저항과 양대 야당의 엇박자 속에서 손 전 대표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특히 여야 비주류 인사들과 국민의당을 포함해 ‘제3지대론’이 급부상하면서 ‘저평가 우량주’라는 손 전 대표의 주가는 최소한 안전선을 유지했다.
손 전 대표 스스로도 총선 종료 후 정국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복귀 의지의 강도를 높여갔다. 지난 5월 5·18항쟁 행사 당시 손 전 대표는 “정치의 새 판을 짜는 데 앞장서겠다”는 말로 주목받았으며 6월 광주 세계 웹콘텐츠 페스티벌 개막식에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에 “올라가겠다”고 뜻을 전했다. 지난 9월엔 강진군민 강연회에서 “나라를 구하는 데 목숨을 던지겠다”며 복귀 의사의 정점을 찍었다.
물론 손 전 대표의 복귀는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이번 복귀 시점은 다소 즉흥적이었다고 한다. 기자와 만난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애초 손 전 대표의 복귀 시점은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10월 넷째 주 주말이나 혹은 말일쯤이었다. 참모진들도 이 시점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며 “그런데 참모진에게 ‘올라가자’고 하신 것이 바로 복귀 하루 전이었다. 지난 9월 복귀 시사 발언도 주변과 상의없이 즉흥적으로 하신 건데 이번 복귀 선언 역시 본인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따라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관계자는 손 전 대표 스스로 현재의 어수선한 정국 때문에 과감한 선택을 꾀했다는 전언이다. 손 전 대표는 복귀 기자회견서 “이 나라는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란 다산 정약용의 말을 인용하며 복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6일 오후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평화의밤 콘서트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6.8.6 사진=연합뉴스
현재 정국은 ‘최순실 게이트’란 거대 블랙홀에 빠져있다. 여야 간 강 대 강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선 야권을 향해 ‘송민순 회고록’에서 비롯된 의혹들을 중심으로 총공세에 나선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의 관계자는 ‘개인적 의견’이란 완곡한 단서를 달면서 “어찌됐건 손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라며 “문 전 대표는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해 새누리당 측이 의혹을 제기한 공세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어정쩡하게 대응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당시 남북 관계 속에서 충분히 오갈 수 있는 물밑 대화를 두고 문 전 대표 스스로 회피하며 의혹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문 전 대표의 부족한 정치 경험에서 나온 명백한 실책이다. 새누리당이 던진 어설픈 미끼를 덥석 문 셈”이라며 “손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실책 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경륜과 경험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을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손학규 전 대표, 제3지대론 페이퍼 준비…여론조사 추이 자료 등 포함 손학규 전 대표의 복귀로 국민의당과 여야 비주류 진영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제3지대론’이 점차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전 대표는 복귀 이전부터 예상됐던 대로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어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는 표현으로 제3지대론의 큰 축으로 자리한 ‘개헌론’ 의사를 피력했다. <일요신문> 확인 결과 손 전 대표는 이미 복귀 준비 단계에서 참모진들을 중심으로 제3지대 관련 전략 기획방안을 차곡차곡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미 페이퍼(전략 기획안)는 복귀 몇 주 전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접수하고 검토한 상황”이라며 “여기에는 제3지대와 관련한 여론조사 추이 자료가 핵심적으로 포함됐다. 여론조사 내용은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손 전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제3지대론에 접근할지는 여러 가능성이 존재한다. 손 전 대표 스스로 지난 8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로부터 ‘전권 위임 제의’를 받았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창당을 앞둔 이재오 전 의원 역시 지난 9월 손 전 대표를 중도세력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꼽으면서 결합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기존 여야 측근 원내인사들의 탈당 및 합류 후 독자적인 정당을 만든다는 ‘독자론’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의 관계자는 “손 전 대표가 이제 막 복귀한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아직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나친 속도론을 경계했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