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젊은 피 ‘정치실험 2.0’ 예열
최고위원 선거에서 당당히 1, 2위를 차지한 송영길 김민석 위원은 단번에 차세대 정치지도자 반열에 올라섰지만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또다른 정치 실험무대에 올라 있다. 송 위원은 ‘한국의 오마바’를 꿈꾸며 대망론에 불이 지피고 있고 김 위원은 ‘판 메이커’를 자임하면서 민주당 재집권을 위한 중장기 구상에 돌입한 상태다. ‘제헌 60주년’을 맞은 7월 17일 두 사람을 만나 정치 현안에 대한 견해와 향후 정치 비전을 들어 봤다.
―지난 7·6전당대회 때 당당히 1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는데 소감은.
▲지난 총선 때 386그룹이 대거 낙선했는데 지역구에서 3선에 성공했다. 특히 호남 출신(전남 고흥)으로 수도권(인천 계양구을)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저력을 당원들이 높게 평가한 게 아닌가 싶다.
―송 위원을 비롯해 386그룹이 대거 지도부에 입성했는데.
▲대의원들의 세대교체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 통합을 새 지도부에 주문하고 있는 게 아니겠나. 저나 김민석 안희정 최고위원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고 정치 입문이나 철학에 다소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원과 국민들의 염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상호 협력해 통합의 시대를 열고 정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한나라당은 친박계 인사들을 일괄 복당시키로 결정했는데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복당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무원칙한 한나라당과는 달리 민주당은 선별복당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복당 신청자에 대해 개별 심사와 사안별 검토를 거친 후 복당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18대 국회가 개원하고 첫 번째 과제가 쇠고기국정조사특위다. 여기서 밝혀내야 할 핵심 쟁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협상과정의 문제점이고 또 하나는 추가 협상 과정에 대한 의문점이다. 국민건강권을 무시한 졸속 협상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잡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시 없이는 안 되는 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FTA 빅딜설’ ‘캠프데이비드 숙박료’ 의혹 등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철저히 파헤칠 방침이다. 또 추가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숱한 의문들도 특위 활동을 통해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에 대한 견해는.
▲FTA 비준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3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선대책 후비준, 쇠고기 문제 해결, 미국 비준 움직임 등이 그것이다. 이런 조건들을 감안하면 한미 FTA를 올해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나. 특히 미국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올해 처리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유출건을 놓고 신구 권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사태의 본질 및 합리적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면.
▲문제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현 정부가 전직 대통령인 노 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열람권을 보장해 주면 되는 것이다. 회고록 발간 등을 위해 기록물 사본을 가져간 것을 절도범 취급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참여정부는 과거 정권과 달리 850만 건의 기록물을 남겼다. 그만큼 투명하게 국정을 운영했고 또 떳떳하다는 반증이다.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정치쟁점화 시키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쇠고기 파동, 금강산 피격 사건, 독도문제 등 현 정부의 실용외교가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데.
▲현 정부의 무원칙과 임기응변식 외교정책이 가져온 결과다. 미국과의 관계는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한마디로 무시를 당했고 중국과 일본, 북한에 대해서도 철저히 고립된 상태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10년 정부 기조를 부정하면서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독도 문제는 일본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미래와 실용만을 강조해 도발을 야기시킨 책임이 있다. 독도에 대해 실효적 지배강화도 필요하지만 법률적으로 우리 영토임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데 2시간이 걸리는 등 위기관리 체계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됐다. 비상상황이라면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관련자 문책 등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데.
▲당연히 관련자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주일대사의 경우 독도문제를 안이하게 대응해서 화를 일으킨 책임이 있다. 임기가 있어 이 대통령이 교체하긴 어렵더라도 본인이 스스로가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통일부와 외교부 등 외교라인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된 만큼 관련자 문책과 함께 전반적인 수술이 단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가 꼬인 외교정책을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대안은 단 한 가지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잘 뚫어야 일본을 이길 수 있고 미국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남북문제가 해결 안 되면 미국과 중국에 구걸해야 하고 일본에 대한 영향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6자회담도 구경만 하다가 돈만 내는 국외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386그룹 좌장으로서 송 위원 역할론은 무엇이고 향후 정치적 포부는.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결합하고 지지율을 끌어 올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당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맡은 바 역할을 다하고 열심히 뛰겠다.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한국의 오마바’를 주창하는 등 대권에 대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는데 대망론에 대한 솔직한 심정은.
▲아직 대망론을 피력하는 것은 시기상조하고 생각한다. 조급하지 않게 공부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