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란 이런 것이야
▲ 농구 국가대표 박정은-탤런트 한상진 부부. | ||
‘이산의 홍국영’ 한상진(31)이 베이징올림픽 여자농구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여자농구 국가대표인 아내 박정은을 응원하기 위해 모든 일정을 제쳐 놓고 베이징으로 날아왔다가 귀국을 두 차례나 연기하며 바쁜 연예계 활동 중에 ‘올림픽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지난 8월 9일 베이징으로 온 한상진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참관단과 함께 여자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지켜봤다. 당초 3박4일 정도 짧게 베이징에 머물 예정이었지만 첫 날(9일) 강호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한국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귀국 날짜를 두 번이나 연기했다. 특히 11일 러시아전에서 비록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치기는 했지만 눈부신 선전을 펼치자 경기장에서 만세를 부르는 사진을 찍어 개인 홈피에 올리며 “감동적”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상진은 예선경기를 모두 다 본 후 20일경 귀국할 예정이다.
한상진은 WKBL 참관단 내에서도 인기가 최고다. 인기 연예인이면서도 소탈하고, 지극히 예의바른 품행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특히 아내의 세계(농구)를 존중하고 최대한 이해하려는 태도는 농구인들에게 더없는 호감을 전해줬다. 일례로 한상진은 11일 러시아전 표를 구하기 위해 가이드와 함께 직접 6~7시간이나 돌아다니는 발품을 마다하지 않았다. 선수의 남편으로 WKBL 관계자들에게 입장권을 부탁할 법도 한데 말이다.
베이징에서 만난 정인교 신세계 감독은 “그동안 선수의 유명한 남편 정도로 통성명하고 지냈는데 이번 올림픽 기간에 진면목을 알게 됐다. 정말 좋은 친구이고, 농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도 취재 차 이틀 저녁을 한상진과 함께 보내면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상진은 “농구와 올림픽이 이렇게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줄 몰랐다. 아내가 선수촌에 있기 때문에 가까이서 본 것은 회식 때 두 차례 정도였다. 힘들지만 아내도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라고 말했다. ‘언제 2세를 볼 계획이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아내가 2년 더 선수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상진에게 아쉬운 점은 여자농구 외에 야구 등 다른 경기장에도 많이 나가 응원을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입장권을 구하기가 어렵고, 또 베이징에서도 알아보는 팬들이 많아 괜히 요란을 떠는 것 같아 ‘조용한 외조 응원’을 펼치고 있다고.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아내와 인기 연예인 남편의 올림픽 일기.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