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판 ‘집으로 가는 길’ 양씨, 검찰 항소로 석방 다시 미뤄져

검찰 항소 사유에 ‘자국 여성들 혐의 인정’ 내용의 영사 진술서 포함 ‘충격’

[일요신문] 조만간 집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던 양 아무개 씨의 귀국이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멕시코 검찰이 항소를 제기한 것. 멕시코 검찰이 항소 신청기간 마지막날인 지난 10월 9일 법원에 항소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항소를 위해 제출한 문서 중 대한민국 경찰 영사의 진술서가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경찰 영사의 진술서에 검찰의 적법수사를 인정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져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양 씨 측 교민이 입수한 멕시코 검찰이 제출한 영사 진술서 일부.

동생을 보기 위해 지난 1월 멕시코를 방문한 양 씨는 아직도 수감 중이다. 멕시코 교도소에 수감 중인 디자이너 양 씨 사건(1266호 보도)과 관련해 멕시코 연방법원이 지난 10월 4일 양 씨 측이 제기한 이의제기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법원이 수사기관인 검찰의 구속 기소가 적법했는지를 다투는 법적 절차가 진행됐다. 결국 증거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양 씨는 석방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멕시코 검찰이 지난 10월 9일 항소를 신청해 또 다른 법적 절차를 지켜봐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그동안 연이은 언론 보도를 통해 멕시코 검찰의 위법 수사가 낱낱이 알려졌고 당연히 검찰의 항소 포기를 예상했다. 그러나 검찰은 다섯 가지의 항소 이유를 들었다. 이 가운데 양 씨를 포함한 피해여성들이 불법 수사를 받던 자리에 함께한 경찰 영사인 이 아무개 씨의 진술서가 증거로 제시됐다. 이 영사의 서명이 들어가 있는 진술서에는 ‘본인이 자국 여성들과 면담을 했고 피해자 권리를 설명했다. 여성들 각자가 본인들의 진술을 수정을 거쳐 작성했고 1차 진술서의 모든 내용을 동의한 상태에서 서명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문제는 검찰이 제시한 진술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영사진술서는 지난 1월 17일 양 씨를 포함해 성매매를 했다는 혐의를 받은 피해여성 다섯 명이 감금 조사를 받던 날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피해여성들은 1차 진술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절했고 영사 면담을 요청하자 이 영사는 1차 진술서에 서명을 해도 2차 진술서에 원하는 내용을 진술하면 된다고 했다. 

사실과 다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사의 자필 서명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항소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귀국을 앞두고 있던 양 씨에게는 치명적인 문서가 됐다. 양 씨를 돕고 있는 한 교민은 “변호사와 법원을 통해 영사진술서를 입수했는데 오히려 이 영사는 이 진술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며 “당시 검찰이 서명하라고 하는 것에 그냥 서명을 해 검찰이 이번 역시 내용을 조작한 문서인 것이다. 영사는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서명을 하는 것이 말이 안된다. 영사가 마지막까지 양 씨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양 씨 측은 석방된 뒤 최소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는 치료를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멕시코 연방법원의 무죄판결을 취지로 한 재판에 대해 검찰이 항소해 기각이 결정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법원은 3개월 이내에 검찰 항소에 대해 재심을 하게 되는데 양 씨 석방이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양 씨는 석방되더라도 이미 관광비자가 만료된 상태기 때문에 이민국 수용소를 거쳐 한국으로 추방된다. 양 씨 측은 또 멕시코 검찰의 항소 포기를 통해 최종 석방이 되고 나면 멕시코 검찰을 상대로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