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때리고 애 엄마 성폭행…‘이렇게 악독할 수가’
편의점에서 노예처럼 착취당한 피해자 부부는 10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았다. 영화 ‘카트’의 한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일요신문] 편의점 업주가 자신의 점포에서 20대 부부를 노예처럼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24시간 휴일 없이 운영되는 편의점을 지킨 이는 젊은 부부 단 2명뿐이었다. 이들은 쉬지 않고 하루에 12시간씩 돌아가며 일을 했다. 업주는 부부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연고가 없어 의지할 곳도 마땅치 않은 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또한 “과거 조직 생활을 했다”며 피해자들에게 겁을 주기도 했다.
피해자 A 씨(27) 부부는 노예처럼 일했지만 임금은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간당 3000원이 책정됐다. 업주 이 아무개 씨(45)는 낮은 시급도 모자라 ‘월세’ 명목으로 상당 금액을 제한 뒤 부부의 월급으로 30만~90만 원만을 줬다.
월세는 이 씨가 A 씨를 자신의 집에서 살도록 했다는 명분이었다. 이 씨는 지난 2010년 광주의 한 전기회사에서 함께 근무하며 A 씨를 알게 됐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던 A 씨는 직장과 주거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이 씨의 제안에 응했고 2014년 초부터 이 씨 집 방 3칸 가운데 한 칸에 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같은 건물 내 옥탑의 작은 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 씨의 만행은 이 같은 노동착취뿐만이 아니었다. 이 씨는 올해 5월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며 A 씨의 신분증 등을 가져가 A 씨 명의로 1800만 원 대출을 받고 휴대전화 4개를 개통해 재판매했다.
A 씨는 휴대폰 값을 포함해 2000여만 원의 빚이 생겼다. A 씨는 곧 빚 독촉을 위해 찾아온 이들에 의해 이를 알게 됐다. 이 씨 아내는 이미 올해 5월 금전 문제로 부부간의 불화가 생겨 가출한 상태였다. 이어 6월에는 이 씨 또한 빚 문제로 집을 나가 여관에서 달방을 살며 A 씨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 씨가 A 씨를 속여 빼앗은 2000여만 원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이 씨는 생활비와 도박 등으로 이 돈을 탕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부터 이 씨가 스포츠토토를 하다 생긴 빚이 있어 이를 갚고 나머지 돈으로 또다시 스포츠토토를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A 씨의 가족들에게도 악마의 손길을 뻗었다. A 씨 부부가 키우는 5살 아들을 학대한 것. 이 씨는 아이가 떠든다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등 폭행을 일삼았다.
이 씨의 폭행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아이를 편의점으로 데리고 왔을 때도 폭행이 이어졌다. A 씨 부부는 다른 이에게 아이를 맡길 형편이 되지 않아 편의점에서 어린이집을 다녀온 아이를 돌보곤 했다.
또한 이 씨는 A 씨 아내를 성폭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A 씨가 편의점 근무를 나가면 집에 있는 A 씨 아내를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했다. A 씨의 아내는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이 씨가 가해자인 동시에 자신들의 직장과 주거를 책임지고 있기에 쉽게 피해를 알리기 힘들었다.
이 씨의 이러한 만행은 결국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수사로 밝혀지게 됐다. 경찰은 이 씨를 최저임금법 위반, 사기, 강간,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 씨의 아내도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됐다.
노동청 관계자는 “미지급된 임금에 대한 조사가 우선”이라며 “조사된 금액을 지불한 이후 피해자 의향에 따라 가해자 처벌 여부가 결정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미지급 임금만 처리하고 끝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구청과 연계해 A 씨가 긴급 생계지원을 받고 폭행 등의 학대와 성폭행을 당한 A 씨 아들과 아내는 시설에서 상담치료를 받을 계획이다. 아직까지 어려운 경제 상황에 A 씨 가족은 함께 살지 못하고 있다. 아들은 지역 내 아동학대 방지센터에서 생활 중이며 A 씨는 여전히 여관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 7월 가출했던 A 씨 아내는 지인의 집에서 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가장으로서 가족이 함께 살길 바라고 있지만 A 씨 아내가 그간 많은 일을 겪으며 마음의 상처가 깊어진 것 같다”며 “갑자기 남편 앞으로 2000여만 원의 빚이 생겼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연락 끊긴 피해자 끝까지 찾아내…편의점 이용하던 형사의 도움 이번 사건은 편의점의 손님과 종업원으로 피해자 A 씨와 인연을 맺은 김덕현 형사(경사)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현재에 이르게 됐다. A 씨는 자신이 일하는 편의점 인근에 사는 김 형사에게 “사장이 내 앞으로 대출을 받고 연락이 끊겼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김 형사는 광주지역에서 근무하다 전남 무안에 위치한 전남지방경찰청으로 근무지를 옮겼지만 지속적으로 A 씨를 도울 방법을 강구했다. 도중에 연락이 끊기기도 했지만 SNS 등을 수소문한 끝에 A 씨를 찾을 수 있었다. 때마침 경찰청에서는 갑질 범죄 특별 단속 방침이 내려졌다. 이에 김 형사가 소속돼 있는 광역수사대에서도 A 씨의 피해에 대해 수사가 가능해져 피의자 이 씨의 만행이 드러나게 됐다. 김 형사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많은 관심을 받아 얼떨떨하다”며 “피의자도 과오를 뉘우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나서겠다고 해 상황이 조금씩 나아질 것 같다. 팀 내 구성원들 모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