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가득한데 최순실 게이트까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연말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예상에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정책 공백은 물론 주요 대기업들에 검풍(檢風)이 불어닥칠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철강과 조선, 중공업에 이어 스마트폰과 자동차 수출까지 급감하면서 수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와 거리를 둘 것을 조언하고 있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순실 게이트는 향후 전개 과정이 정치적 흐름에 따라 증시에 불리하게 움직일 경우 불확실성 증가는 피할 수 없다. 경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선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소비 진작 및 추경 집행에 따른 정책효과는 한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가뜩이나 악재 가득한 증시가 최순실 게이트로 더 큰 혼란에 빠져들 조짐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백 연구원은 이어 “핵심인물의 조사, 구속, 처벌이 이어진다면 증시에 끼치는 영향은 단기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또는 하야 국면으로 갈 경우 여야 간 격돌, 레임덕 장기화, 컨트롤 타워 부재에 따른 정책 집행 한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민심하락, 정쟁확대, 소요 가능성 등이 있는데 이는 향후 1년간 국내 경제에 부정적 그림자를 짙게 드리울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미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연루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구조조정 등의 경제개혁 작업은 동력이 크게 훼손됐다. 국내 성장을 지탱하던 부동산 경기도 ‘11·3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당분간 냉각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증시에 가장 영향력이 큰 외국인 투자자들의 조짐도 심상치 않다. 연말 미국 금리인상은 원화 약세를 부추겨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들의 환차손을 유발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내년 실적 전망이 어두워 추가 상승을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기보다 파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간다는 평가가 많다.
이중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6일에 이어 이달 2일에도 코스피 지수 하락과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200지수 선물 및 옵션 조(兆) 단위 대규모 매도가 발생했다. 지난달 말만 해도 일시적인 청산 내지 포지션 축소를 전망했지만 전일 코스피 2000포인트 하회와 동시에 진행된 외국인 투자자의 선물 매도를 볼 땐 기존 강력 매수 포지션의 순차적인 후퇴로 보는 게 더 옳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하면 외국인 투자자가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포지션을 확대하며 상승에 베팅했지만 실제 코스피가 기대할 만한 수준까지 상승하지 못하자 매수 포지션을 줄이고 있다는 뜻이다.
김정환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조정에 들어간 가운데 추가 조정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고, 미국 대선은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다. 여기에 국제 유가마저 하락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추가 조정 신호들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경계하라는 지적이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올 초 바이오와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테마가 등장하면서 신규 신용설정이 늘었고, 기존의 중소형주도 장기 실적 추정 상향으로 신용한도가 확대됐다. 올 초 코스피 반등도 코스닥 투자자들의 심리를 호전시켰다. 그런데 갑작스레 악재들이 잇따르고, 공매도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급락하고 있다. 신용이 다소 정리되고 있지만, 11월 초에도 신용만기 도래 물량이 많다”고 풀이했다.
갤럭시노트7 사태와 한미약품 주가조작 의혹은 코스닥 IT 및 바이오주의 펀더멘털에 치명적이었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연예계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변수다. 최 씨 등이 현 정부의 한류 및 문화융성사업에 깊이 연루된 점이 확인되고 있다. 이미 CJ그룹 관련주들이 영향을 받고 있고, 상장된 몇몇 연예기획사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IT와 바이오, 연예 등 코스닥을 지탱했던 3대 테마의 주가하락은 반대매매를 막기 위한 신용잔고 청산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실제 신용잔고는 10월 중순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코스닥이 급락을 시작한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올 초 신용잔고 수준은 약 6조 5000억 원. 지난 3일 현재 신용잔고는 약 7조 4000억 원이다. 올해 늘어난 약 9000억 원가량의 신용잔고에 대한 정리 또는 재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기술적으로 코스피는 1940선이 1차 지지선이다. 무너지면 1900선도 위태롭다. 1900선이 깨지면 단숨에 1800선 초반까지 밀릴 수 있다. 코스닥은 올 2월 저점인 600선을 하회할 경우 500대 초반까지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있다.
최열희 언론인
케이밸리 파트너 ‘방사완’ 고수익 보장 계약에 “수익자가 궁금해” CJ E&M의 자회사 ‘케이밸리’가 발행한 전환사채(CB)가 주목받고 있다. 케이밸리는 최순실 씨 최측근인 차은택 씨가 깊숙이 간여한 ‘케이컬쳐밸리’ 프로젝트 시행회사다. 케이컬쳐밸리는 현 정부 들어 지난해 2월부터 추진 중인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핵심사업이다. 내년까지 1조 4000억 원을 들여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대화동에 축구장 46개 규모의 테마마크와 공연장 등을 짓는 계획이다. CJ E&M이 이 회사를 설립한 것은 지난해 12월 22일. 설립 당시 자본금 4000만 원이던 이 회사는 지난 5월 10일 154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최대주주인 CJ E&M이 1498억 원,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방사완브라더스PL이 50억 원 규모로 참여했다. 최순실 씨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차은택 씨가 간여한 것으로 전해지는 케이컬쳐밸리 프로젝트에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특히 케이밸리의 최대주주인 CJ E&M은 방사완이 발행 후 5년이 되는 시점에 전환사채를 제3자에 매각 시 공정가치 변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차액을 정산하는 총수익스왑(Total Return Swap) 계약을 체결했다. 일종의 전환사채 가치가 약정된 이자율 수익을 넘어서면 CJ E&M이 가져가지만, 전환사채 가치가 기존 이자율 수준에 못 미치면 CJ E&M이 이를 보전해주는 조항이다. 방사완으로서는 확정수익이 보장되는 셈이다. 방사완은 또 전환사채 발행일 6년 후부터는 우선주로 전환청구도 가능하다. 우선주 전환청구 가격은 주당 2만 5000원으로 얼마 전 이뤄진 유상증자 발행 가격과 같다. 케이컬쳐밸리 사업이 성공을 거둬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물론 사업이 실패해도 투자금은 CJ E&M에서 돌려받으면 된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보장받은 방사완의 정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케이컬쳐밸리는 차은택 씨가 깊숙이 개입한 사업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밸리의 전환사채가 조세피난처인 케이만아일랜드에서 채권이 발행된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물론 CJ 측은 강력 부인한다. CJ는 “방사완브라더스 자회사 방사완캐피털(Bangsawan Capital)은 리조트 등을 주요 투자 타깃으로 하는 금융회사”라며 “재무적 투자자(FI)로 케이밸리 지분과 전환사채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금리에 인수한 것에 대해 “케이밸리가 신생 회사라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만기를 1년 단위로 계속 연장할 수 있어 괜찮은 조건”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방사완이 과연 1조 4000억 원 규모 초대형 프로젝트의 파트너가 될 정도의 투자자인지, 또 방사완의 수익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CJ가 사실상 지급보증을 하는 상황에서 초고금리로 발행된 점, 방사완에 케이밸리의 만기연장 권한은 별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