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잔류냐 ML이냐 고민중…만약 이대호가 복귀한다면?
김광현. 연합뉴스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선수가 토종 좌완 에이스인 김광현과 양현종이다. 김광현은 올해 11승8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하면서 4년 연속, 통산 7번째 두 자리 승수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양현종도 10승(12패)을 채웠고 커리어 최초로 200이닝을 돌파했다. 두 선수는 2년 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보니 시즌 내내 두 선수가 FA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최근 한 매체에서 ‘김광현이 SK에 잔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라고 보도했지만 김광현 측근을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여전히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현 측근 A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광현의 현재 심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번 FA는 이전과 달리 FA 선수 공표가 나는 순간 SK를 비롯해 나머지 9개 팀과도 협상을 할 수 있다. 선수한테는 굉장히 좋은 환경인 셈이다. 김광현의 시선이 메이저리그에 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일단 KBO리그 팀들과 FA 협상을 하면서 방향을 정할 것 같다.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12월 넘어서 윈터리그가 끝나야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가 정해지는 것만큼 일단은 KBO리그 FA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해보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김광현의 거취에 대해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잔류다, 아니면 메이저리그로 나간다고 확답을 주기가 어렵다. KBO리그에서 어떤 대우로 김광현을 붙잡을지 일단 지켜보면서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2007년 SK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김광현은 10시즌을 보내는 동안 정규시즌 승수만 108승을 거뒀다. SK 전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당연한 상황. SK는 특히 트레이 힐만 감독으로 새로운 체제를 구축한 터라 마운드를 책임질 김광현의 잔류는 스토브리그의 최대 숙제로 남았다.
올 시즌 김광현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만 해도 19개 팀에 이른다. 그들은 대부분 김광현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고, 현재 KBO리그 투수들 중 메이저리그 진출시 가장 잘 통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받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광현으로선 고민이 될 수밖에.
양현종. 일요신문DB
양현종 측에선 잔류와 해외진출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KBO리그 FA 신청은 하되 김광현처럼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겠다는 의미다. 김광현과의 차이점이라면 양현종은 무조건 메이저리그만을 목표로 하진 않는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양현종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실제 일본 스카우트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양현종을 체크해왔다는 게 야구 관계자의 전언이다. 즉 FA 시장이 열리면 일본 프로야구 관계자들도 양현종을 영입 대상에 올려놓고 움직일 거라는 얘기다.
양현종의 한 지인은 양현종이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은 윤석민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같은 팀에 있는 윤석민이 볼티모어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부분이 양현종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윤석민으로부터 메이저리그 실상을 자세히 전해 들었기 때문에 양현종으로선 보다 현실적으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양현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결론지어질지 알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면 높은 몸값은 포기해야 한다. 일본은 어느 정도 대우를 받고 갈 수 있다. 한국에 잔류한다면 원소속팀인 KIA를 비롯해 양현종을 데려가려는 팀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행복한 고민일 수는 있겠지만 최종 결정은 선수가 하기 때문에 양현종으로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
취재한 바에 의하면 양현종의 에이전트가 조만간 일본으로 출국해 모 구단 관계자와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올 시즌 FA 시장 ‘빅3’ 중 세 번째 인물은 삼성 최형우다. 최형우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후배들의 모습에 크게 자극을 받은 터라 오래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해왔다. 실제 최형우가 뛰는 경기를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야구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최형우는 2015년 시즌을 앞두고 FA가 되면 몸값으로 120억 원을 받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가 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 활약을 보면 4년 120억 원을 받아도 모자람 없는 성적을 냈다. 3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것은 물론 리그 타율-타점-2루타-최다안타까지 모두 1위다. 출루율 2위, 장타율 2위, OPS는 1위다. 홈런도 7위에 올랐다.
김한수 삼성 신임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에 앉으면서 구단에 최형우를 꼭 잡아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최형우 또한 삼성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전력이다. 문제는 돈이다. 삼성이 100억 원이 넘는 몸값의 선수를 붙잡을 만큼 구단 안팎의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부분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에이전트로 활약 중인 B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최형우의 거취에 대해 두 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돈이냐 아니면 도전이냐가 중요할 것이다. KBO리그에서 100억 원대를 훌쩍 넘는 몸값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서른네 살의 선수가 몸값을 포기하고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건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시 절대 그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형우와 이대호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최형우가 어떤 생각을 갖고 FA 무대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다른 선수들도 그렇겠지만 최형우도 일단 FA 시장에 나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지 않겠나. 삼성은 차우찬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최형우를 만족시킬 만큼 거액을 투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삼성의 선택에 따라 최형우의 몸값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1987년생인 좌완 파이어볼러 차우찬은 2015년 탈삼진왕에 올랐다. 올 시즌엔 12승6패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하면서 삼성 마운드를 지켜왔다. 선발진에 어려움을 겪는 팀 입장에선 차우찬이 꽤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 선발은 물론 중간계투로도 활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차우찬 또한 최형우의 거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이 두 선수를 붙잡기 위해 2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할지는 미지수다.
롯데 3루수 황재균 역시 FA 최대어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127경기에 출장해 0.335를 기록했고 27홈런 113타점 25도루를 기록했다. 롯데의 중심 타선으로 맹활약을 펼친 황재균은 지난 10월 24일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목적은 개인 훈련이다. 지난해 포스팅시스템에 나섰다가 쓴맛을 봤던 그는 FA 자격을 얻으면서 선택지가 많아졌지만 신중을 기해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 한 달여 동안 훈련하며 내년 시즌을 미리 대비하겠다는 그는 향후 진로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LG 우규민은 2013시즌 이후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며 꾸준함을 과시했다. 2015시즌에는 152.2이닝을 던지며 볼넷을 단 17개만을 내줘 ‘제구의 달인’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2016년은 28경기에 등판해 6승 11패 1홀드 4.91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다. 4년 연속 10승 도전에도 실패했다. 올 시즌 FA 자격을 얻게 되는 우규민으로선 FA를 앞둔 해의 부진이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20명의 선수들이 쏟아진 지난해 FA 시장의 규모는 720억 6000만 원이었다. NC 박석민이 4년 96억 원을 받았다. 올 시즌 순수 발표액으로만 총액 100억 원을 받는 선수가 나올 수 있을까. 만약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되고 국내로 복귀한다면 FA 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