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씨 결심공판서 공개된 ‘스키장 사건’

	▲ 김성환씨

지난 10월21일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 등에 대한 결심공판이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상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검찰은 김씨에 대해 징역 6년, 벌금 10억원, 추징금 5억6천만원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에선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사실 하나가 추가로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검찰이 함께 기소된 홍업씨 ‘친구’ 김성환씨에 대한 마지막 신문에서 ‘무주리조트 스키장 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 검찰 신문과 김홍업씨 측근을 통해 드러난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홍업씨는 지난 2001년 1월께 친구 김성환 유진걸씨 등과 함께 무주리조트에 스키를 타러 갔었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스키실력이 좋았던 홍업씨는 먼저 슬로프를 내려가 아래쪽에서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작은 체구의 여자 한 명이 일행을 기다리는 홍업씨를 향해 돌진해왔다고 한다. 그 여자는 초보였던지 홍업씨를 피하거나 살짝 넘어지는 등의 자기방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홍업씨도 갑자기 일어난 일에 피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그 여자와 충돌해버렸던 것. 문제의 여자는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잠시 뒤 홍업씨 친구들이 현장으로 왔다. 이때 ‘왕회장’의 사고를 눈치챈 김성환씨가 ‘과잉충성’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왕회장’이 이런 일에 말려들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김씨는 자신이 그 여자와 부딪쳤다고 거짓말을 해버린 것. 마침 고글을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여자도 누구와 부딪쳤는지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김성환씨는 피해자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 유진걸 이거성씨에게 합의금의 일부를 부담하라고 한 뒤 그들로부터 2천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홍업씨에게도 1천만원을 받고 자신도 1천만원을 보태 모두 4천만원을 피해를 입은 그 여자에게 합의금으로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성환씨는 합의사실을 홍업씨에게 자세하게 보고하지 않았다. 그뒤 이거성씨가 ‘스키장에 갔던 친구들이 갹출해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주었다’는 사실을 홍업씨에게 귀띔해주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홍업씨는 자신 때문에 친구들이 1천만원씩을 내주고 합의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친구들의 돈을 갚지 않은 셈이 됐다. 또한 홍업씨는 친구의 ‘과잉충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은 사건 책임에서 빠져버려 도덕적인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 김홍업씨

홍업씨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보다 더욱 가까워졌던 게 사실이다. 그 뒤로 홍업씨는 김성환씨를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서로 앙금이 생긴 듯한 두 사람의 지금 모습과는 묘한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홍업씨 변호인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탁 건에 대해선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의 인간적 의리로 부탁을 들어주었을 뿐 수십억이 오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김성환씨에 대해선 “과연 김성환씨 진술이 자신의 양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 혹시 검찰의 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세금포탈에 대해서도 “세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어 증여세를 내는 것인지조차 몰랐다. 그리고 돈 세탁에 대해선 관리 편의상 그랬을 뿐이다”라고 밝히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혹시 여론에 떠밀려 무리하게 기소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유죄가 인정되어도 대통령 아들이란 이유로 더 가혹한 처벌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홍업씨측은 “검찰 구형은 6~7년 정도 생각했었다. 예상보다 더 무겁게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선고가 내려지면 결과에 상관 없이 다시 항소할 예정이다. 2심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검찰 기소내용에 대해 반론을 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정 주변에선 검찰의 ‘솜방망이’ 구형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