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누가 김칫국부터 마신다요?’
▲ 전주를 대표하는 풍남문(위)과 물막이 공사 전의 새만금 간척지. | ||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에 90%가 넘는 지지율을 보여줬던 전북의 민심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도내 민심은 ‘관망’ 그 자체로 새로운 기대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속내는 다양하고 복잡 미묘하다.
전북 지역에서 반한나라당 정서는 무뎌졌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대안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부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선택에 따라 표심이 움직일 것이다”고 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반응들로 보아서는 ‘DJ지지자=호남민심’이라는 등식도 퇴색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호남지역은 지난 19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호남이 원하는 대통령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올 대선에서 지지할 만한 뚜렷한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 지금, 이곳의 민심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아울러 DJ와 노 대통령에게 느낀 실망으로 인해 ‘그들과 나의 일상은 무관하다’는 정치적인 허무주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세력의 집권은 막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대의명분,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굳이 여권 후보가 아니어도 된다는 현실론, 대선은 게임이라는 정치관,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진지한 정치의식 등이 미묘하게 얽혀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 우선은 믿고 지지했던 그들에 대한 깊고 큰 절망감 때문이라는 것이 도민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또한 경제적인 고통으로부터 탈출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도민들의 희망도 빗나갔다는 것이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34년째 건어물을 팔고 있다는 상인 박경복 씨(58)는 “10년 전만 해도 하루 매상이 줄잡아 20여만 원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2만 원도 힘들 정도로 파리만 날리고 있다”면서 “대형마트와 할인점에 밀려 고사 직전인 재래시장을 살리는 데 힘을 쏟겠다는 정치인들의 입발린 소리도 이제는 진저리가 난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또 다른 상인 김막내 씨(62 여)는 “호남 살리겠다고 해서 뽑아준 정치인들, 누구 하나 서민들 마음 편히 살게 해줬냐”면서 “누가 돼도 상관없으니 없는 서민들 눈에서 피눈물 나지 않도록 제발 먹고 사는 데 불편함이 없게 해줄 수 있는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뽑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범여권의 텃밭인 전북지역을 바라보는 정치권 내 여러 정파들의 눈길은 만만치 않게 뜨겁다. 지난 대선 때와는 달리 불모지로 불리는 호남에서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반면,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민주신당과 민주당의 지지도는 연일 요동을 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후보로 앞세운 한나라당은 경선 직후인 지난 21일 한국지방신문협회와 리서치앤리서치(R&R)가 실시한 조사에서 24.4%로 조순형 의원이 유력한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민주당(23.1%)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대거 이동해 창당한 민주신당(16.1%)을 앞질렀다. 또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대세였던 호남 지역민의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36%로 정동영(14.7%)과 손학규(7.6%) 등 범여권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섰다. 민주신당과 민주당, 한나라당이 호남 민심을 놓고 벌이는 신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공무원인 A 씨(42)는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부산 출신인 노무현 후보의 역전 드라마를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분수령이 호남에서 이뤄졌듯이 이번 민주신당 예비경선과 본경선에서도 호남표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 당 예비후보가 호남지역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진지한 것은 아니다”는 것이 대세다. 자영업자 서영훈 씨(35)는 “경선이 막 끝난 상황에서 언론이 한나라당에만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후보의 자질이 뛰어나도 한나라당 후보를 찍기는 쉽지 않은 것이 도민들의 정서다”면서 “이명박이라는 후보가 과연 어떤 후보와 맞서게 될지는 불투명하지만 후보가 확정된 후에도 현재의 지지세가 유지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