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는 충만한데 지갑이 얇아…무릎 탁 칠 묘수 찾는 중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나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쇼트리스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채권단 일정에 따라 인수를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록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정작 문제는 우선매수청구권이 박 회장 개인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 금호타이어의 주가는 1만 150원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총 주식 수는 6636만 주로, 이를 인수하려면 단순 계산으로만 6700억 원이 넘는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으면 가격은 더 높다. 이 돈을 박 회장 개인이 지불해야 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우선매우청구권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개인 자격으로 투자를 받아야 한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회장이 보유 중인 재산은 금호홀딩스 지분 26.1% 외에 찾기 힘들다. 이 지분마저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담보로 묶여 있다. 박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은 2012년 5월 1130억 원을 들여 금호타이어 지분 6.53%를 확보했다. 이 지분은 채권단과 맺은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에 따라 채권단의 신규자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됐다. 이후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각하고 금호기업 지분으로 담보를 바꿨다. 현재는 금호터미널이 지난 8월 금호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설립한 금호홀딩스 지분으로 대체된 상태다. 또 박 회장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서 약 5000억 원의 빚까지 진 상태라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채권단은 입찰에 참여한 투자자가 박 회장과 컨소시엄을 협의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우선매수청구권의 제3자 양도도 금지돼 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컨소시엄 불허 방침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고 박 회장 측이 방침 수정을 요청해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전했다. 결국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면 본입찰 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개인 자격으로 투자를 받는 것 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박 회장을 도와줄 투자자로는 예비입찰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 타이어업체 콘티넨탈AG와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거론된다. 예비입찰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싱가포르 투자회사 스프링파트너스도 박 회장에게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 스프링파트너스는 지난 7월 금호산업이 발행한 만기 10년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220억 원에 사들인 바 있다.
인수 금액이 1조 원까지 거론되는 만큼 박 회장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에게도 추가 이익이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기내식 사업을 전담하는 합작 계열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박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합작 계열사 지분 출자를 허용하는 조건을 내세울 수 있다.
2003년 4월부터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은 LSG스카이셰프코리아가 맡아왔다.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870억 원, 순이익 330억 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로 꼽힌다. 이 알짜 사업을 설립 검토 중인 금호아시아나 계열사가 대체한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투자자에 대해서는 모두 비밀에 부치고 있어 현재는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그러나 합작사 추진 등의 유인책은 다 추측성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전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타이어 본입찰이 미지근한 흥행으로 최대한 낮게 입찰 가격이 형성되기를 기대할 듯하다. 지난해 4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산업을 매각할 당시 시장에서는 인수가를 1조 원 정도로 예측했다. 그러나 본입찰 결과 호반건설만 응찰하면서 6007억 원이라는 기대 이하의 가격으로 낙찰됐다. 덕분에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이 더 쉽게 인수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금호산업 같은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원하는 업체가 대부분 해외 업체인 데다 금호타이어 남경공장 이전으로 해외 투자자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남경시내에 있는 공장을 내년 초까지 남경시 포구 경제개발구로 이전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경제개발구 교림공단에서 토지, 수도, 전력, 도로 등 건설에 필요한 최적의 제반 환경을 제공키로 했다”며 “공장 이전을 통해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최신 설비와 기술을 도입해 글로벌 수준의 고품질 타이어를 생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호타이어에는 고무적인 일이지만 박 회장에게는 난감한 일일 수 있다. 금호타이어의 분위기가 좋아지면 질수록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되찾기 작업이 점점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