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자니 막막, 나가자니 캄캄
▲ 손학규 후보 | ||
지난달 21일 경선 복귀와 함께 선거캠프 해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바 있는 손 후보는 지난 주말에 실시된 영호남 슈퍼 4연전을 이번 경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고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호남민심의 바로미터인 광주·전남 경선(29일)을 기점으로 대세론을 다시 확산시킨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손 후보가 추석 연휴 동안 광주 5·18 묘역 참배를 시작으로 전남 영광 함평 나주 화순 해남 등을 직접 순회하며 표밭다지기에 나선 것도 이러한 계획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26일) 광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대선에서 역사적 선택을 해온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대선 패배주의를 심판해 달라”고 호소하는가 하면 “광주·전남 경선에서 손학규를 선택하면 사실상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를 확정 짓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1일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는 “끝까지 뛰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경선 완주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도하차설’을 적극 차단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해프닝으로 결론 났지만 추석 연휴 중에 민주당 출신 8인 모임(김효석 원내대표, 정균환 최고위원, 이낙연 대변인 등)의 손 후보 지지 움직임이 포착됐고 손 후보가 중도하차할 경우 경선 흥행 실패를 우려한 당내 중진들의 ‘손학규 살리기’ 기류와 맞물린 자신감도 어느 정도 내포돼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슈퍼 4연전 경선 결과 손 후보의 기대와 자신감은 실망과 허탈감으로 되돌아 왔다. 부산·경남에서의 3위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믿었던 광주·전남에서조차 정동영 후보에게 크게 패배했다는 사실은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손 후보 측이 텃밭으로 분류하고 있는 경기 인천 서울 등 빅매치를 남겨 놓고 있지만 호남민심의 본류인 광주·전남 결과는 이후 경선 표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초반 4연전에서 정동영 후보가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손학규 대세론’을 잠재우고 ‘역 대세론’에 불을 지핀 것도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대세 지향적인 표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초반 4연전에서 1위를 차지한 정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수직 상승하며 ‘역 대세론’을 구축하고 있는 반면 손 후보는 대세론이 위축되면서 지지율 하향곡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손 후보 측이 광주·전남 경선에 배수진을 친 배경에는 경선 최대 분수령인 광주·전남 민심을 지렛대로 선거인단의 표심을 돌려놓지 못한다면 승산이 없다는 나름의 대권 전략이 투영돼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범여권 일각에서는 손 후보가 정치생명을 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섣부른 관측도 내놓고 있다. 동원·조직선거에 반발하며 한때 경선 행로를 이탈했던 손 후보의 정치행보에 비춰볼 때 후보 사퇴 등 모종의 극단적 선택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손 후보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정치행보를 감안하면 그가 향후 대선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손 후보가 신당 경선을 포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선구도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고 또 다른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대선판세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구도로 돌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 후보가 또 다른 정치적 선택을 감행하더라도 그 선택의 폭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정치생명을 담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손 후보가 어떤 식으로든 신당 경선을 완주할 것이란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뜩이나 한나라당 탈당 이력이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당 경선까지 포기할 경우 사실상 그의 정치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선을 포기할 경우에도 대선에는 도전할 수도 없다. 손 후보로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든 경선을 완주하고 ‘구태 정치의 희생자’로서 ‘기필코 정치 쇄신’을 이룰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남겨 차차기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손 후보 스스로도 경선 복귀 직후 “끝까지 뛰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경선 완주 의지를 피력한 바 있고, 손 후보 우세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경기 인천 서울 등 빅게임이 남아 있는 만큼 막판 대역전극이 현실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손 후보가 경선 복귀와 함께 캠프 해체를 선언했지만 자원봉사자 1500여 명이 손 후보를 적극 지원하면서 사실상 선거캠프 역할을 맡고 있고 전략기획팀 등 핵심 싱크탱크팀은 여전히 여의도와 서대문 등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손 후보의 경선 완주 의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휴대전화)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막판 변수로 남아있고 남북정상회담 후폭풍 등 적잖은 외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만큼 신당 경선은 마지막 날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 승부가 될 것이란 관측도 손 후보의 완주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