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뭐라카든 ‘노무현 타운’ 착착 올라갑니더
▲ 노무현 대통령. | ||
마을 입구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봉하마을’ 이정표 밑에는 ‘공사중’이라는 경고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봉하마을에 들어서서도 이곳저곳에 땅을 파내고 있는 포크레인들과 공사현장의 인부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인부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봤지만 모두들 묵묵부답. “저쪽에 있는 작업 관리인에게 물어보라”라는 대답만 계속해서 돌아올 뿐이었고 작업관리자라는 사람도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진영읍에서 길을 알려주던 사람이 “현재 공사 현장의 외부 출입을 금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내년 2월 노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갈 봉하마을을 추석 직전 찾아보았다.
봉하마을은 현재 46가구에 119명의 마을주민이 살고 있는 조그만 시골마을이다. 이렇게 조그만 봉하마을에 노무현 대통령 사저를 포함, 노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매입한 땅의 크기는 3만 6459㎡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땅들은 노 대통령이 취임한 시기인 2003년 2월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구입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노 대통령의 생가는 원형을 보전한 채 여전히 마을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노 대통령 생가 안내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태어날 당시에 이 집은 20평 남짓한 초가였으며 노 대통령이 마을 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 일곱 살 이후 지붕과 벽면을 두 차례 보수한 것 외에는 손을 댄 적이 없다고 한다. 현재 이 생가에는 아직까지 전 주인이 거주하고 있지만 올해 2월 노 대통령 측근인 부산상고 동문 사업가 강 아무개 씨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씨가 이 생가와 주변 밭을 사들인 가격은 9억여 원. 현재 봉하마을 실매매가의 약 4배에 이르는 높은 가격을 치른 셈이다.
생가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이는 김 아무개 씨(여·60)와 그의 남편 하 아무개 씨. 집에 처음 들어서자 기자를 처음 맞이한 것은 남편 하 씨. 하 씨는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자 집으로 들어가 자신의 아내를 불러줬다. 하 씨는 언어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집 안을 들여다보자 하 씨는 기자에게 한문으로 ‘盧武鉉’이라 쓰여 있는 액자를 가리키며 활짝 웃어보였다. 조그만 집 내부에 ‘달마도’와 여러 다른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김 씨 부부는 노 대통령 생가에서 40여 년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찾아 오냐고 묻자 “예전에 비해 덜하지만 지금도 평일에만 100여 명의 사람들이 드나든다”며 “주말에는 평일의 배로 온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묻자 자신들은 노 대통령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생가 바깥쪽 한 편에 노 대통령 캐리커처 열쇠고리 등을 진열해놓고 방문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노 대통령 사저를 짓고 있는 곳이 어딘지 묻자 김 씨는 자신의 집 바로 뒤편이라고 답하면서 안에 들어가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의 사저 공사 현장은 출입구를 봉쇄한 채 외부의 출입을 차단하고 있어 쉽게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다만 봉쇄된 현장 내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인해 공사가 한창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사저를 짓는 기본골조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었다. | ||
김해시에 신고된 사저의 규모는 연면적 1277㎡(386평)에 지하 1층 지상 1층 구조로 신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지 면적은 총 4290㎡(1297평)에 총 예산은 12억 955만 원이다. 이 중 공사비가 9억 5000만 원, 설계비 6500만 원, 토지비가 1억 9455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사저 면적의 절반은 경호원들을 위한 건축물을 지을 예정으로 거의 완공된 사저 바로 옆에 현재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노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 집에서 1차선 도로를 건너면 바로 마주치는 곳에서도 터잡기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의 공사를 맡은 곳은 (주)삼정으로 노 대통령의 생가 복원 공사를 맡은 곳이기도 하다. (주)삼정 측은 이 빌라에 대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분양 대상이나 분양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업을 하고 있는 인부인 A 씨는 그곳에 “노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 상고 동문들을 위한 빌라로 사용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마을주민 B 씨는 이 빌라가 “노사모를 위한 무슨 회관을 짓는 자리라고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고향과 연고가 있는 주변 분들에게 ‘함께 살면서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 활동을 해보자’고 권유해 오셨고 앞으로도 권유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발언으로 추론해 볼 때 이 빌라는 노 대통령의 모교 동기동창생들을 위한 별장으로 분양되거나 노사모 회원들을 위한 회원제 콘도 식으로 운영될 가능성 등이 있다. 얼마 전 노사모 회원들이 봉하마을에 들러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복원을 축하하는 자축모임을 가졌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이곳이 노사모 회원들을 위한 ‘노무현 타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노 대통령의 생가 복원작업을 위해 김해시에서도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생가 복원 작업 이후에 경남 김해시는 봉하마을의 집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진영하수처리장까지 보내기 위해 직경 80~300mm짜리 하수관 1.5km를 묻는 작업을 올해 초에 시작했고 내년 3월까지 마칠 예정이다. 이 작업에 6억여 원의 경비가 책정돼 있다. 또한 도시가스 공급 회사인 (주)경남에너지는 약 1km의 가스관을 하수관 작업과 함께 봉하마을까지 매설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남에너지 측에서는 공사 비용과 도시가스 매설 의도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지만 마을 주민 수 등을 근거로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가스관을 매설하는 기존 관례를 볼 때 봉하마을의 가스관 매설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스관과 하수관 작업 모두 대통령의 사저를 위한 공사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 올 2월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 사업가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위). 봉하마을 사저 옆에 짓고 있는 경호실 건물. 현재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 ||
‘과연 노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에 실제로 거주하겠는가’ 의심하는 눈초리도 많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노 대통령 생가 안내데스크 업무를 맡고 있는 C 씨(여)는 “마을 사람들은 나이 서른이 넘어서 마을을 떠났던 노 대통령이 퇴임 후 그곳에 돌아와 살 것이라고 모두들 믿고 있다”며 “그가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봉하마을 복원작업의 부정적 평가에 대해서는 “역대 대통령 사상 첫 귀향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이번 생가 복원 작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구와 함께 밀양에 가는 길에 봉하마을 기사를 보고 잠시 들렀다는 김 아무개 씨(남·62·대구)는 “별장 아니면 기념관으로나 쓰겠지 자신이 살려고 이렇게 으리으리한 집을 짓겠냐”며 “과연 봉하마을로 노 대통령이 내려와 살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오는 것도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퇴임 후 서울에 눌러 앉아 훈수정치를 계속해 왔다. 그런 점에서 퇴임 후 고향에서 유유자적하는 전직 대통령을 갖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지금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는 이야기도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떠돈다.
얼마전 퇴임한 김성호 전 법무장관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했다는 사실이나 참여정부평가포럼이 전국적인 규모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등은 노 대통령이 퇴임 후 훈수 정치 정도가 아니라 직접 정치를 할 생각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정계의 분석이다. 퇴임 대통령이 자신의 정당을 만들고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면 이도 한국 헌정사의 첫 사례가 되는 것은 물론 대통령제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 국가들에서도 드문 사례가 될 것이다.
이제 퇴임까지 5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어떤 구상을 갖고 봉하마을 생가 일대를 복원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김해=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