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봐주기’와 연관 있나
우선 부산은행은 검찰의 엘시티 수사에 모든 감각을 동원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부산은행은 이번 엘시티 태풍의 거센 바람에서 비켜서기는 힘들 전망이다.
부산은행은 2014년 2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엘시티PFV에 집행했다. 같은 해 10월 엘시티PFV와 3800억 원의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월 브릿지론으로 3500억 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이어 부산은행은 지난해 4월 700억 원가량을 추가로 엘시티에 대출해줬다.
부산은행은 이와 같이 비리로 얼룩진 사업의 PF 중심 금융기관이란 뼈대 하나만으로도 논란의 중심에 있을 처지인데, 여기에다 의혹의 살들까지 계속 붙고 있다. 부산은행 전·현직 고위 임원이 이영복 회장과 수차례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고, 전 사외이사 가운데 한 명이 엘시티PFV의 주요 주주인 게 확인됐다.
부산은행이 엘시티 대출 파문에다 부산시금고 특혜 논란 등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부산은행 본점 조감도.
검찰은 최근 엘시티 시행사의 실소유주인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이 예전에 자주 이용한 골프장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쳤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나온 자료를 통해 이 회장의 골프 접대 내역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해당 자료 등을 통해 제일 먼저 용의선상에 오른 이는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다. 또한 검찰은 현 전 수석 외에도 이영복 회장이 최근 3~4년 사이 엘시티 인·허가 등 행정 조치와 관련 있는 정기룡 전 부산시 경제특보와 전 부시장 K·L씨, 부산은행 전·현 은행장 등 고위 임원,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황태현 전 사장 등과 적게는 1~2차례, 많게는 5~6차례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부산은행 전 사외이사였던 이기중 씨가 엘시티PFV 주요 주주인 게 드러나면서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 씨는 엘시티PFV의 지분 11.8%(2015년 말 기준)를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금고 특혜논란까지 함께 불거져 부산은행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논란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부산시의 차기 시금고로 지정된 부산은행과 국민은행이 시에 내놓기로 한 협력사업비가 예전보다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부산시의회 전진영 의원은 최근 진행된 행정사무감사에서 “부산시 제1시금고로 지정된 부산은행의 협력사업비가 이전보다 11억 원이나 줄었고, 2금고인 국민은행도 25억 원이나 줄었다. 부산시가 은행편의만 일방적으로 봐주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 모든 사안들이 하나의 흐름에서 파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데 따른 작은 반대급부로 시금고 지정에 일정부분 편의를 주기로 이미 약속했다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부산시가 은행의 편의를 봐줄 다른 이유가 없다. 물론 억측일 수도 있지만 이번 편의가 부산은행이 엘시티 PF 중심 금융기관을 떠맡은 것과 무관하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