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종합평가 안 좋은데 정부 사업 연구기관으로 선정…‘그림자 실세’ 입김 작용했나
최외출 전 부총장(사진-연합뉴스)과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환경부 산하기관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은 2015년 3월 2일부터 5주간 ‘개도국 공무원 석사학위 과정 운영 사업’을 위한 연구기관을 모집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영남대 새마을대학원을 포함한 총 8개 대학이 접수했다. 평가 항목 및 배점은 ‘기관역량 20점’ ‘과정 타당성 35점’ ‘연수생 관리 및 성과관리 30점’ ‘기타 15점’ 이었다. 선정된 대학은 2017년 7월까지 9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받게 된다.
그런데 선정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포착됐다. 영남대는 종합평가가 타 대학에 비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득점(83.50점)을 받았다. 더군다나 영남대는 환경 분야 커리큘럼이 부족하고 사업 시 요구되는 필수과목이 없었다.
영남대는 ‘환경관련 교과목과 교육내용 및 교수진 구성의 전문성이 부족해 해당 전공 선택 연수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기에는 미흡함’ ‘동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필수과목이 반영되지 않고, 새마을 운동 정책 전파 관련 공통과목으로 대체돼 있음. 필수과목은 연수생의 선택전공과 상관없이 모든 참여 연수생이 이수해야 할 과목으로 해당 부분 반영 필요’ 등의 평가를 받았다. 영남대 새마을대학원이 사업 목적을 수행하기에는 맞지 않다는 취지다.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대학들의 평가를 살펴보면 영남대의 선정은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77.00점을 받아 3위로 떨어진 건국대 일반대학원은 ‘유학생 관리 노하우 및 시스템이 우수해 유학생 관리 역량이 충분한 기관임’ 등의 평가를 받았다.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의 경우 ‘기후특성화대학원 지정에 따라서 개설 예정인 환경학과와의 연계로 향후 발전이 기대됨’이라고 적시됐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에너지 환경 관련 전문성을 갖춘 교육기관임’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영남대 새마을대학원이 비약적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여기에 소위 박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인 최 전 부총장이 있었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갑자기 이러한 환경장학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선정과정에서 사업 목적에 필요한 필수과목과 교수진도 준비돼 있지 않은 곳이 어떻게 선정됐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연수기관 선정은 모집공고 및 전문가 선정평가위원회를 거쳐 공정한 절차로 진행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1순위로 선정된 영남대에 보완사항을 조치토록 하여 위탁계열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장학금 지급과 관련된 부분도 의문투성이다. 새마을대학원은 신입생 및 재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외국인의 경우 항공비를 포함한 생활비까지 지급하고 있다. 정의당 경북도당에 따르면 새마을대학원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중도 탈락 학생 포함 339명에 평균 1684여만 원, 총 56억 8967여만 원을 지급했다. 장학금은 국비 9억 2669만 원, 지자체 23억 8808만 원, 사설 및 기타 5억 2747만 원, 교내장학금 18억 4742만 원 등으로 나타났다. 장학금 재원의 절반 이상인 29억 1555억 원이 지자체와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여졌다. 일각에서 “강제적 분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영남대는 장학금 후원 기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승우 박정희새마을대학원장은 “기업으로부터 아직 자료공개와 관련한 동의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공개하기 어렵다. 새마을대학원에 위탁교육을 의뢰해 온 여러 후원 기업의 원래 취지와 그들의 선의를 존중해야 하는 학교 입장에선, 상대방 기관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장학금 후원에 대해 박창호 정의당 경북도당 상임위원장은 “예산이 부족하니 경상북도는 산하 지자체를 압박한다. 특히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새마을 관련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외출 전 부총장과 김 도지사는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청 관계자는 “올해 영남대 측에서 요청이 들어와 보조금 3억 원을 집행했다. 석사 과정에 있는 러시아와 중국 학생들 11명의 학비와 생활비 등의 명목”라고 말했다.
앞서의 박창호 상임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될 무렵 새마을대학원이 설립됐다. 마치 돈을 주고 학생들을 사오는 꼴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은 실체도 없다. 역사적 평가 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마을 정신을 수출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경북 포항의 경우 서울과 달리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무상급식을 지원한다. 돈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떤 명목으로 장학금을 지원했는지 주민들에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 대학원은 현재까지 어떠한 형태의 특혜도 받지 않았다. 최 전 부총장은 영남대에서 새마을장학생 1기생으로 공부했고, 현 정부와 관련해선 아무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없다. 오랜 기간 일관성 있게 연구한 것을 평가 받아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이 된 새마을 운동 발상지 경상북도에서 새마을운동의 개도국 공유를 위해 힘쓰고 있을 뿐이다”라고 부인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정부지원금 대폭 받은 영남대 ‘재정 위기’ 왜? 영남대는 1967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구대학과 대구대학을 강제로 병합해 만든 대학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지냈다. 영남대는 지난 1988년 학생들을 부정 입학시킨 일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당시 총장이었던 김기택 박사는 이와 관련해 재단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총장은 김수남 검찰총장의 아버지로 알려졌다. 당시 박 대통령 또한 측근들이 부정입학과 공금횡령 등을 저지른 것이 문제가 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2009년 사학분쟁조정위의 결정에 따라 박 대통령은 이사 7명 가운데 4명의 추천권을 얻었다. 고등교육 재정지원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영남대 정부지원금은 박근혜 정부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영남대는 현재 400억 원의 돈을 적립기금에서 빼야할 정도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 |
최외출 주도 ‘글로벌새마을포럼’도 도마…‘실체없는 단체’에 도비 지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글로벌새마을포럼(회장 최외출)’은 경상북도로부터 도비를 지원받으면서도 자부담 예산집행 없이 행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보조금을 집행한 뒤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대두됐다. 이정미 의원실 보좌진은 “통상적으로 2개월 안에 정산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새마을포럼 측은 작년 9월에 행사를 개최했는데 올해 1월에야 정산을 마쳤다. 올해도 늦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새마을포럼 측은 지난 6월에 행사를 진행한 뒤 문제가 불거지자 11월 초순 무렵 뒤늦게 정산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포럼은 경산세무서에만 사업자 등록이 돼 있을 뿐 정식 법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단체로 드러났다. 일각에서 “실체가 없는 단체에 자부담예산도 없이 도비를 지원하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글로벌새마을포럼 관계자는 “그동안 모든 보조비와 자비(자체조달비)는 공식적인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산되었으며 정산 관련 서류는 모두 보관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작년도 정산서가 해를 넘겼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당해연도 정산은 행사가 종료되면 바로 하게 돼 있다. ‘자부담’이란 표기 자체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기타비용부담’으로 해서 행사에 들어간 부분을 확인했다. 다만 증빙 자료는 영남대가 보관하고 있다. 세무서에 비영리법인으로 등록이 승인돼 ‘고유번호증’을 가지고 학술 활동을 하는 단체가 많다”고 해명했다. 최 전 부총장 영향력이 있었는지 묻자 “경상북도가 새마을 발상지다. 이에 글로벌새마을포럼에 좋은 목적을 갖고 참여했다. 약간의 오해가 있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