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거액’ 준비…그만큼 ‘총알’ 있나요?
지난 11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이대호 토크 콘서트’가 시작하기 전에 만난 이대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이대호가 롯데 측과 식사 약속이 돼 있다고 밝혔다. 야구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대호의 롯데 복귀를 타진하기 위한 만남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기자에게 구단과 선수의 식사 약속을 알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순수한 만남이었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이대호로선 친정팀 관계자들을 만나 인사를 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과연 롯데 측에선 이대호와 식사만 하러 그 자리에 나갔을까? 이대호의 복귀를 간절히 원하는 구단 입장에선 어떤 형태로든 이대호에게 복귀 의사를 타진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11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이대호 토크 콘서트.
취재한 바에 의하면 이대호는 아직까지 롯데로 복귀할 의사가 없었다. 매니지먼트사 측에서도 국내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가장 큰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대호의 몸값을 맞춰줄 만한 팀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대호는 이미 2012시즌부터 4년간 오릭스 버팔로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검증을 받은 선수다. 2013년 12월 소프트뱅크 이적 당시 3년 최대 19억 엔(약 200억 원)에 계약을 맺은 터라 최근 이대호 영입에 나선 걸로 알려진 라쿠텐 골든 이글스, 지바 롯데 마린스 등은 비슷한 수준의 ‘총알’을 장착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대호는 일본에서 보낸 4년 동안 98홈런을 터뜨렸고 2015 시즌에는 141 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2리 31홈런 98타점을 기록하며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이대호의 몸값과 구단의 수요를 고려했을 땐 한국보다 일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전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에이전트 B 씨의 설명이다.
“최형우가 KIA와 계약하면서 100억 원 이상을 받는 시대다. 이대호가 돌아온다면 최소한 150억 원에서 200억 원은 준비해야 한다. 과연 KBO리그에서 이대호에게 200억 원을 줄 수 있는 팀이 어디 있을까? 더욱이 이대호를 영입한 팀은 롯데에 보상금과 보상선수를 내줘야 한다. 이대호가 롯데에서 2011년 받았던 연봉 6억 3000만 원의 200%인 12억 6000만 원에 보호선수 20명 외 1명을 보내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대호는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인 동시에 부담스런 존재일 수밖에 없다. 야구할 수 있는 시간이 젊은 선수들에 비해 많이 남지 않은 이대호로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더 많은 수입을 원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보단 일본행이 훨씬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이대호는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털어 놓은 적이 있었다.
“도전은 한 번이면 족하다. 또 다시 도전을 감행하는 건 야구선수 이전에 한 집안의 가장이자 남편, 아빠로서 무책임한 선택일 수도 있다. 만약 내 나이가 스물다섯 살 정도만 돼도 난 또 다시 도전을 택할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무대이고 야구만 잘하면 돈과 명예를 모두 거머쥘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나와 비슷한 나이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한다면 난 뜯어 말리고 싶다. 그건 미친 짓이기 때문이다. 나도 종종 ‘내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고 있지?’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러면서 이대호는 일본의 구로다 히로키가 메이저리그를 두고 친정팀인 히로시마 도요 카프로 복귀,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룬 후 후배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던 것처럼 자신도 언젠가는 친정팀으로 복귀해서 팀의 우승을 돕고 싶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이대호의 바람은 정녕 희망사항으로만 끝나게 될 것인가. 이대호가 한국에서 뛰는 모습은 당분간 보기 힘들 것인가. 시간이 가도 이대호의 거취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