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즌 중반이 넘어서면서부터 배구 전문가들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삼성화재와 맞붙을 유일한 팀으로 현대캐피탈을 꼽았을 정도. 현대 김 감독이야말로 삼성 신 감독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벗이자 맞수이기 때문. 이들의 진검 승부가 이번 시즌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평소 두 사람은 사석에선 “우리 친구 아이가”라고 외치며 어깨동무를 하는 절친한 사이지만 코트에서 마주치면 승부를 가르는 근성과 오기가 불을 뿜는다. 이 부분은 인터뷰 때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일요신문>과의 인터뷰 도중 두 사람의 어록을 모아보면 이렇다.
김 감독이 “우린 선수들의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코트에 검은 천을 두르고 상대 선수가 보이지 않도록 훈련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면 신 감독은 “그런 훈련이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라며 직격탄을 날린다. 또 김 감독이 “우린 초호화 군단 ‘삼성 타도’를 위해 삼성의 허점을 찾아내 반드시 한 번은 승리할 것”이라고 잽을 던지면 신 감독은 “구슬도 꿰어야 서 말이다. 현대 멤버의 수준으로 삼성을 이기지 못하면 감독 탓”이라며 좀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압권은 다음의 내용. 김 감독이 ‘데이터 배구’ 운운하며 거듭 ‘삼성 타도’를 외치자 신 감독은 “외국(이탈리아)에서 학습한 방법이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는 몰라도 만약 김 감독의 데이터에 삼성이 무너지면 한국 감독들 모두 사표 쓰고 물러나야 한다”며 카운터펀치로 논쟁을 마무리한다.
두 감독의 ‘설전’이 배구코트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