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언니만 한 아우 나올까’ 기대와 우려 교차
YG 소속의 ‘2대 그룹’으로 꼽히는 4인조 투애니원이 전격 해체를 선언했다. 또 다른 대표 그룹 빅뱅의 5명 멤버들은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군에 입대한다. 이로 인해 최소 2년 동안 그룹 활동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들은 YG의 매출을 좌우하는 핵심 그룹이기도 하다.
여러 변화가 겹친 상태에서 YG는 외부적으로도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정국을 혼돈으로 몰아넣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어떤 식으로든 연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 확인된 사실보다 ‘미확인 소문’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추측과 소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의혹 확산에 YG의 양현석 대표까지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이달 초 열린 한 방송프로그램 제작발표회 자리를 통해 “(최순실과의) 연관성은 0%다”고 선을 그었다.
YG는 어떤 출구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2017년을 앞두고 ‘YG 리셋 전략’에 연예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YG의 대표 걸그룹 투애니원은 해체를 선언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투애니원의 브랜드가치 포기, 왜?
YG는 소속 연예인과 회사의 관계를 ‘가족’으로 칭하면서 패밀리십을 강조하기로 유명하다. YG엔터테인먼트보다 ‘YG패밀리’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더 익숙할 정도다. 한 번 계약을 맺은 가수와는 ‘끝까지 간다’는 주의로도 통한다. 소속사 독립과 이적이 빈번한 연예계에서 YG가 굳건한 위치와 신뢰를 쌓은 데는 이 같은 약속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그 명성은 걸그룹 투애니원이 해체를 선언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투애니원은 지난 4월 멤버 공민지가 그룹에서 탈퇴한 직후 소속사를 옮기면서 변화를 예고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YG는 “공민지를 제외하고 여름에 3인조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팬들과의 약속은 7개월 만에 무산되고 말았다.
YG는 11월 25일 “올해 5월 투애니원과의 전속 계약이 만료됐다”며 “공민지가 함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멤버들과 오랜 상의 끝에 해체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3명의 멤버 가운데 씨엘, 산다라박과는 재계약을 맺었고 박봄과는 이별을 택했다.
투애니원의 해체 선언은 가요계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투애니원은 YG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한 것은 물론 빅뱅과 더불어 세계 시장에서 케이팝의 인기를 이끈 한류의 대표주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걸그룹으로는 유일하게 월드투어를 진행할 만큼 막강한 파급력을 발휘해온 스타다.
그런데도 YG가 투애니원이 가진 이런 브랜드가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로 2년 전 벌어진 ‘박봄 사건’이 지목되고 있다. 2014년 박봄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암페타민을 미국에서 밀반입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그룹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활동 중단과는 별개로 마약류를 밀반입이라는 무거운 혐의를 받는데도 입건유예 처분을 받으면서 대중의 공분을 샀다. ‘봐주기’라는 비난 여론도 거세게 일었다.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던 투애니원은 기약 없이 음반 활동을 중단했고, 그 과정에서 결국 공민지가 먼저 탈퇴하면서 그룹은 분열됐다.
YG는 투애니원의 해체를 선언하면서 동시에 또 소속 그룹인 위너의 멤버 남태현의 탈퇴 소식도 함께 알렸다. 위너는 2014년 YG가 론칭한 남성그룹. 하지만 투애니원이나 빅뱅처럼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남태현은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해체, 탈퇴 결정으로 인해 ‘한 번 들어오면 절대 나가지 않는다’는 YG의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YG는 어떻게든 충격파를 최소화하려고 움직였다. 결정적인 장면은 투애니원의 해체 소식을 알리는 시점을 금요일 오후 4시로 정한 것. 연예계에서는 상장사인 YG가 주식시장이 마감된 직후 해당 소식을 공개하면서 주가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YG의 또 다른 대표 그룹 빅뱅의 5명 멤버들은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군에 입대한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빅뱅 내년 릴레이 군 입대
꼭 투애니원의 해체가 아니더라도 YG는 ‘리셋’이 절실한 상황이다. 빅뱅 멤버들의 군입대에 따른 공백에 대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당장 내년 2월 멤버 탑의 의무경찰 입대를 시작으로 지드래곤, 태양 등 5명이 전부 군 복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YG는 2년간의 그룹 공백기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빅뱅은 입대 직전까지 음반 발표 및 공연을 진행하며 결속을 다질 예정. 12월 정규앨범 발표, 내년 1월 7일과 8일 이틀간 고척스카이돔 단독 콘서트까지 분주한 일정을 몰아친다. 이와 함께 YG와 빅뱅은 ‘공백 최소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빅뱅의 빈자리가 YG에 미칠 파장을 두고는 연예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적인 전망과 위기론이 교차하고 있다.
먼저 빅뱅, 투애니원의 빈자리를 채울 히든카드가 이미 YG에 자리를 잡았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성공적으로 론칭한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의 성장세에 거는 기대다. 실제로 블랙핑크는 투애니원이 활동 공백을 보내는 사이 결성돼 ‘YG 걸그룹’이라는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면서 시장에 안착했다. “이미 성장 궤도에 오른 블랙핑크로 인해 YG가 투애니원 공석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뒤따른다.
반면 위기론도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YG가 최근 2~3년 동안 배우 매니지먼트, 모델 에이전시를 비롯해 외식업 등으로 사세를 확장했지만 빅그룹의 공백으로 인해 정작 기업의 근간인 음반 제작의 위축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