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시로 한몫 챙기자? 큰언니 최순영 아들 미술계 이권개입 시도 포착
최순실 게이트 항의집회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최순영 씨는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인 임선이 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다. 때문에 순영 씨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최 씨 자매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하지만 장남인 이병헌 씨가 순실 씨 수행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뒤늦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병헌 씨는 청와대 김한수 행정관과 친한 고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김 행정관은 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태블릿 PC의 실제 명의자다.
차남인 병준 씨는 지난 2014년 9월 케이아트센터(케이아트)라는 전시기획사를 설립했다. 최 씨 일가가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을 만들어 문화, 체육계 전반에서 이권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병준 씨도 케이아트를 통해 이권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케이아트는 설립 6개월 만에 한국미술센터와 김영준 작가의 옻칠 작품 전시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김영준 작가는 지난 2008년 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X박스 게임기에 자개옻칠 작업을 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인물이다.
한국미술센터와 케이아트는 김영준 작가와 국내 전시는 물론이고 해외순회 전시까지 계획했으나 국내 전시 한 차례만 성사되고 해외순회 전시는 모두 무산됐다. 그런데 독자적으로도 충분히 국내외 전시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한국미술센터가 왜 굳이 설립 1년도 되지 않은 케이아트와 공동전시를 진행했는지가 의문이다.
이에 대해 김영준 작가는 “내가 한국미술센터 관장하고 오래전부터 관계를 맺어왔는데 어느 날 내 작품이 좋으니까 세계적으로 키워보자고 하더라. 그런데 한국미술센터는 돈이 없으니까 케이아트와 협력해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초기에는 케이아트 쪽에서 어느 정도 돈도 냈다”면서 “나도 케이아트를 잘 모르니까 믿을 만하냐고 물어봤더니 ‘이병준 대표가 미국에서 유명한 대학을 나오고 집안이 좋고 인맥이 넓으니까 작품이 잘 팔릴거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전시기획사는 기획 능력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많이 판매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시 고작 30대 중반의 나이로 예술계에서는 전혀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결국 최 씨 일가 인맥을 활용해 작품을 팔려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로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최태민 손자다. 박근혜(대통령) 쪽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작가는 “나는 이 대표가 최순실과 연결되어 있는지는 정말 몰랐다. 지금 복기해보면 최순실을 통해 뭔가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잘 안돼서 불발에 그친 거 같다. 최순실이 한마디만 했다면 삼성이나 현대 같은 데서 내 작품을 많이 사갔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시 작품 판매 실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비전이 없으니까 내가 먼저 같이 안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해외 전시도 취소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내 작품이 기업들에 팔려나갔으면 오히려 큰 문제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또 “어느 날은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 온다고 했는데 약속이 불발됐다. 그 중요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최순영 씨는 한 번 본 적이 있지만 최순실이나 장시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이 대표는 당시 일반인이었고 사건(최순실 게이트)이 터지기 전이었는데도 전화번호를 수시로 바꿔 이상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작품은 가격이 꽤 비싼 편이다. 당시 전시에서는 3억 원이 넘는 작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해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면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전시회가 실패한 이후 케이아트는 사실상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진정성 있게 기획전시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특혜를 기대하고 사업을 시작했다가 최순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자 사업을 접은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일요신문>은 이 대표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케이아트의 법인 주소지를 찾아가봤다. 케이아트는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웠다. 케이아트 법인 주소지에는 케이아트와 전혀 관련 없는 업체가 운영 중이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가끔 케이아트 앞으로 우편물이 와서 케이아트라는 업체의 존재는 알았지만 여기에서 케이아트라는 회사가 실제로 운영된 적은 없다.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케이아트와 공동으로 전시회를 진행한 한국미술센터도 찾아가봤다. 한국미술센터는 낮 시간에도 문이 잠겨 있었다. 센터 대표전화와 센터 관장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단독] ‘개명’ 내력 이어받아…병중에서 병준으로 최순실 씨 언니인 최순영 씨의 차남 이병준 씨도 과거 개명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병준 씨의 과거 이름은 ‘이병중’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병준 씨의 지인도 어린 시절 병준 씨의 이름은 ‘병중’이었다고 증언했다. 순영 씨의 남편이자 병준 씨의 아버지인 이 아무개 씨는 자신의 신앙간증문에서 병준 씨를 여러 차례 ‘병중’ 씨로 지칭했다. 모 교회의 장로인 이 씨는 둘째 아들이 어린 시절 차에 치였는데 기적적으로 무사했다면서 차남의 이름을 ‘병중’이라고 적었다. 최 씨 일가는 그동안 불분명한 이유로 여러 차례 개명을 해왔다. 고 최태민 목사는 무려 7개의 이름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최순실 씨는 최서원으로, 딸인 정유연 씨는 정유라로 개명을 했다. 순실 씨의 조카인 장유진 씨도 장시호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최 씨 일가가 이처럼 잦은 개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일각에서는 최 씨 일가가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잦은 개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