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전경. 사진출처=비발디파크 홈페이지
#의혹1 베트남 시장 진출 시기가…
실적 악화에 따른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명그룹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곤혹스런 모습이다. 리조트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로 평가받는 대명그룹은 올해 들어 수도권에 보유 중인 부동산 매각을 시도하는 등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대명홀딩스는 2014년 522억여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46억여 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금성 자산은 523억 원인 데 반해 단기차입금은 645억 원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차입금 이자율(최대 거래액 기준)은 단기 3.71~4.12%, 장기 3.4~5.5%로 금융이자 부담 또한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명그룹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자금난을 타개하고자 했다.
지난 5월 대명그룹 계열사 대명코퍼레이션은 “베트남 워터파크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300억 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대명코퍼레이션의 베트남 시장 진출은 올해 들어 급작스레 추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대명그룹 측은 “최근 베트남 중산층의 구매력이 확대되면서 레저산업 확장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워터파크 설립을 추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순실 일가가 베트남에 체류하면서 현지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대명그룹과 최순실 간의 연관성을 의심케 한다.
또 최순실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등 다양한 이권에 손을 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때문에 동계올림픽 특수가 예상되는 대명그룹에도 관심을 보였던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대명그룹 측은 “최순실이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회원인 것은 맞지만 BW 발행에 도움을 줬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BW가 발행된 올 5월 대명그룹은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하키팀을 창단하면서 여러 뒷말을 낳았다. 대한체육회 및 재계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스포츠팀을 창단하기 위해선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 등이 필요하다. 문체부에서 스포츠 관련 사업을 총괄하던 이는 최순실의 측근인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다. 또 최순실은 개인회사 더블루케이를 설립하고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스포츠팀 창단을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순실은 올 2월 포스코와 접촉해 여자 배드민턴팀과 남녀 펜싱팀 창단을 강요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기업 사정이 어렵다”며 최순실 측 요구를 거절했다. 당시 재계는 경기 불황에 따른 여파로 스포츠팀 투자를 줄이는 추세였다.
그런데 대명그룹은 BW 발행을 전후해 인천을 연고로 한 아이스하키팀을 설립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따르면 아이스하키팀 운영에는 연간 30억~40억 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명 측은 “1년 전부터 아이스하키팀 창단을 준비했으며 문체부 등의 압박은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10월 검찰은 대명그룹 소유 비발디파크를 압수수색하고 최순실이 보유한 회원권 및 객실 이용 내역 등을 확보했다. 이에 대명그룹은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자신들에게 옮아붙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대명그룹 관계자는 “검찰 압수수색은 단순히 최순실의 회원권 보유 현황과 숙박일만 파악한 것에 그쳤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의혹2 비발디파크는 ‘비밀아지트’?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
최 씨는 올해 이미 수차례에 걸쳐 대명비발디파크를 드나든 것으로 확인된 상황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최 씨는 지난 2014년 5월 노블리안(166~198㎡) 회원권을 분양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최 씨의 노블리안 회원권은 1년 중 객실 60일을 사용할 수 있는 회원권으로 당시 분양 가격은 1억 원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 씨는 회원등급 중 골드카드 회원이라고 한다. 골드카드 회원은 본인을 포함한 정회원 두 명과 별도로 가족회원 5명과 일반회원 3명을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한다.
현재 검찰은 최 씨의 리조트 입·출입 기록을 압수한 가운데 최 씨가 지목한 정회원과 가족회원들의 기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관계자에 따르면 정회원은 본인과 딸 정유라를 등록했고, 나머지 지목 가능한 가족회원 5명 분 중 4명이 명단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나머지 일반회원 지명 분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가족회원만 지목한 셈이다.
가족회원 네 명 중 두 명은 최 씨 일가에서 본인과 가장 가까운 조카 장시호와 그 아들이었다. 나머지 가족회원 두 명은 최 씨의 의붓언니로 알려진 최순영 씨의 두 아들이 등록됐다. 최순영 씨의 첫째 아들 이병헌 씨는 최순실 씨에게 문제의 태블릿PC를 개통해 준 청와대 김한수 전 행정관과 고교 동창 사이로 알려진 인물이다.
최순영 씨의 둘째 아들 이병준 씨는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전시기획사 ‘K-아트센터’를 설립해 운영한 인물이다. 이병준 씨는 평소 자신이 최태민 목사의 손자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일을 한다고 외부에 알리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최순영 씨의 두 아들 역시 최순실 씨가 지목한 가족회원 신분으로 대명비발디파크를 자주 드나든 것으로 확인된다. 최순실 씨의 노블리안 골드 회원권은 오로지 최씨 일가의 핵심 인사들에 한해 사용된 셈이다.
다만 검찰조사와 함께 제기된 ‘대명 비밀아지트 의혹’은 보다 구체적으로 해명될 부분이 남아있다. 아직 검찰조사에 의해 입·출입 기록만 확인됐을 뿐 대명의 해명대로 회원으로서 단순한 휴양목적인지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는 좀 더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의혹3 리조트 내 승마클럽도 주목
대명그룹이 운영하는 최고급 승마클럽 소노펠리체. 사진출처=대명그룹 홈페이지
대명 비발디파크 소노펠리체에 위치한 승마클럽도 주목받고 있는 부분이다. 공교롭게 최 씨 일가가 자주 드나든 리조트 내에 비교적 최근 국내 최고수준의 승마클럽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알려졌다시피 최 씨의 딸 정유라는 국가대표 출신 승마선수다. 이 승마클럽은 2014년 3월 개설됐다.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최 씨 일가는 소노빌리지는 물론 승마클럽이 위치한 소노펠리체 객실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이런 의혹들을 제기한 언론에 대해 대명 측은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는 승마클럽에 방문한 기록조차 없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한 바 있다.
특히 최순실 씨와 승마클럽의 커넥션 의혹과 관련해선 클럽 책임자인 K 상무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무급 총지배인으로 승마클럽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K 상무는 마사회와 승마협회 임직원을 거친 승마계의 유명인사다. K 상무는 승마종목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복수의 언론에서는 K 상무는 대명 입사 이전부터 최 씨와 친밀한 사이로 그녀의 입김에 힘입어 대명에 임원으로 입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리조트 업계 내부에서도 K 상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조트의 부속시설에 리조트 총지배인과 동격인 상무급 총지배인을 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구조”라며 “뭔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례상 리조트 부속시설 책임자로 상무급 임원을 편제하는 일은 평범치 않다는 얘기다.
<일요신문>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K 상무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다. K 상무는 최 씨와의 커넥션 의혹에 대해 “최순실 씨와는 말 한 번 섞어본 적도 없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나는 헤드헌터를 통해 정식 채용과정을 거쳐 대명에 입사했다. 최 씨가 대명에 나를 넣어줬다는 얘기는 말도 안 된다. 내가 대명에 입사한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도 전인 2012년 1월”이라고 극구 부인했다.
리조트 부속시설에 상무급 인사를 편제하는 것 자체가 의문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K 상무는 “실제로 애초 대명 측은 내게 제안을 할 때 차·부장급 인사를 생각하고 있었다”라며 “하지만 나는 마사회에서 24년을 일했고 승마협회에서도 임원을 지낸 경력자다. 내 입장에선 임원급이 아니면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대명 측도 고심 끝에 상무직 인사를 한 것뿐이다.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나를 임원으로 심어놓았다는 의혹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K 상무의 이러한 해명에도 여전히 의혹은 남는다. 최순실 씨가 딸 정유라를 위해 국내 승마계에 인맥을 구축해 전횡을 일삼은 사실이 이미 검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승마계에 오랜 기간 몸담고 있었던 K 상무가 최 씨를 전혀 몰랐다는 해명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알려왔습니다] 본지는 지난 12월 3일(제1282호),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최순실 일가와 대명그룹 간의 의혹들을 집중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명그룹 측은 대명코퍼레이션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이유는 자금난 타개를 위한 것이 아닌 신규투자를 위한 것이며, 그 투자 목적인 베트남 워타파크 사업 역시 최순실 일가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대명그룹 측은 기사에서 언급한 승마클럽 지배인 K상무의 당시 입사 관련 증빙자료를 본지에 제출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명그룹 측은 K상무는 최순실 씨와 관련이 없으며 헤드헌터를 통해 정식으로 입사했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