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팀장 발탁 이후 우려가 기대로 전환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박영수 전 고감장이 임명됐다. 연합뉴스
특검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가장 먼저 뜨거운 관심사가 된 부분은 바로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의 특검 임명 가능 여부였다. 여론은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구석으로 몰아 괴롭히던 이 전 대표가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내놨다. 하지만 애초에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특검은 당적을 두지 않았던 인사 가운데 뽑는 게 원칙이다. 또한 이 전 대표는 판사와 검사 경력도 없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특검은 일단 고등검사장에 준하는 차관급인 탓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특검으로 임명될 경우 장관급이었던 전 검찰총장이 차관급으로 ‘강등’ 당하는 그림이 돼서 어려우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지적에도 채 전 검찰총장은 “제의가 들어온다면 특별검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언론 인터뷰에서 강력하게 밝혔지만 후보에서 제외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전에 혼외자 의혹이 드셌던 사람이라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다. 친박인 황교안 총리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받아들일 리도 없고 검찰총장 낙마 뒤에 김기춘 전 실장이 연관돼 있다는 말도 많았다. 게다가 부산 엘시티 관련 의혹도 있어 제외됐다는 설이 무게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 외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과 김지형 전 대법관, 박시환 전 대법관, 소병철 전 연수원장 등도 물망에 올랐었다. 특히 임수빈 변호사도 괜찮다는 의견이 많았다. 임 변호사는 2008년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관련 보도 명예훼손 사건 주임검사였다.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PD수첩> 보도로 당시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과 정부 협상단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당시 임 변호사는 “<PD수첩>이 부분적 오역 등으로 부정확한 내용을 보도한 점은 인정되지만 언론의 자유 등에 비춰볼 때 제작진을 기소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지키다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어 2009년 1월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지형 전 대법관과 박시환 전 대법관 역시 가능성이 조심스레 예견됐지만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김지형 변호사는 대법관 재직 시절 진보적 성향의 판결을 많이 했다는 평을 받아 왔으며 박시환 전 대법관은 법원 내 진보성향의 법관 연구단체인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였다.
후보 하마평에 올랐던 7인 가운데 야당은 종합적인 내부 조율을 거쳐 지난달 29일 최종적으로 박영수 전 고검장과 조승식 전 대검 형사부장을 후보로 올렸다. 청와대는 박영수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는데 최종 후보에 함께 올랐던 조승식 변호사를 제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택된 배경에는 싸늘한 시선도 함께했다.
최재경 민정수석이 박영수 특별검사를 보좌해 검사 시절 정몽구 구속 기소와 론스타 의혹을 파헤친 인연 탓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최재경 민정수석과 박영수 변호사의 옛 인연을 이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 돌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실제 모델인 조승식 변호사는 검사 시절 친구가 수사 대상에 오르자 절교하고 수사할 정도로 공사 구분이 확실해 자칫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눈초리도 쏟아졌었다.
최훈민 기자 문상현 기자 jipchak@ilyo.co.kr
박영수 특별검사는 누구? 최태원·김우중·정몽구…재벌 기소 ‘3관왕’ 박영수 변호사가 특별검사로 선택되자 박 특검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최재경 민정수석과의 관계와 더불어 황교안 총리, 우병우 전 수석과의 친분 탓에 중립적인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셌다. 최윤수 국정원 2차장과의 친분도 부각됐다. 2015년 6월 10일 박영수 특검은 변호사 신분으로 황교안 국무총리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병역 면제, 전관예우 등 논란에 휩싸인 황 총리를 ”여러 부처 장관들이나 국회와 두루 협조하면서 부드럽게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이라며 비호한 바 있다. 이런 감싸기는 박영수 특검이 2003년 황 총리와 함께 부산동부지청에서 지청장과 차장검사로 있었던 탓이라고 알려졌다. 우병우 전 수석을 사이에 두고 최윤수 국정원 2차장과의 관계도 불거졌다. 최 차장은 박 특검을 ‘양아버지’라 부를 만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문제는 최윤수 차장이 우병우 전 수석의 추천으로 국정원 2차장에 올랐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였다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는 의견이 속속 제기됐다. 하지만 이런 의심은 박영수 특검이 윤석열 전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특검팀장으로 영입하며 희미해졌다. 윤석열 검사는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뒤 국가정보원 직원을 압수수색하고 체포 영장을 청구하는 등 활약상으로 일약 스타 검사가 됐던 인물이다. 윤석열 특별검사 팀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사 역시 특검 후보 명단에 거론됐지만 특검법에 따라 현직 검사로 재직 중이면 특검 임명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윤 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직접 고사의 뜻을 밝혔던 터였다. 박영수 특검이 특검 임명 직후 ”하지 않겠다“는 윤 검사를 설득해 지난 1일 수사팀장에 앉히자마자 박 특검을 향한 의심의 시선도 서서히 사라졌다. 정치권도 박영수 특검이라면 ‘충분히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 검찰 출신은 서로 안 닿는 방법이 없다. 게다가 서울대 출신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검사 자체가 적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런 게 문제가 된다면 검찰의 정치권 진출 자체를 막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이런 부분 밑바닥까지 속속들이 다 아는 표창원 의원이나 조응천 의원도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했다. 박영수 특검 역시 이런 우려를 직접 일축했다. 박 특검은 11월 30일 언론의 이런 의혹 제기에 ”언론에서 거론된 사람들과는 단순 선후배 관계일 뿐이다. 전혀 영향 없다“며 ”절대 그런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제가 특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영수 특검은 사법연수원 10기로 서울 고등검사장 출신이다. 서울 동성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청와대 사정비서관과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전고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엔 대검 중수부장을 맡으며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검찰 내에선 ‘재벌 저승사자’로 이름을 휘날렸다. 2002년 서울지검 2차장일 때 SK그룹 분식회계 사태 수사를 진두지휘해 최태원 회장을 구속 기소하며 명성을 얻었다. 2005년부터는 대검 중앙수사부장으로 대우그룹의 분식회계 등 경영 비리 사건을 맡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재판에 넘기며 저승사자 명성을 이어갔다. 2006년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까지 구속 기소해 재벌 기소 3관왕에 올랐다. [최, 문] |
세월호 7시간 규명될까 ”국민 궁금증 특검이 풀겠다“ 이번 특검팀은 박영수 특별검사를 선두로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등 105명으로 구성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과 관련한 15개 수사 대상을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특히 15번째 항목이 ‘세월호 7시간’과 연결되느냐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수사 대상 사건으로 제기된 15개 항목은 △청와대 문건 유출 및 외교·안보 국가기밀 누설 △정부의 주요 정책결정과 사업 개입 및 인사 개입 △재단 출연금과 기부금 출연 강요 △재단의 국가 관련 사업 수주로 국가 자금 유출 △각종 기업 이권 개입 및 관련 재산 은닉 △정유라 학교 특혜 및 승마협회 외압 등 불법‧편법 △각종 기업과 협회 등의 현안 해결용 정유라 지원 △불법적인 관련 의혹 개입 및 관련 공무원 인사조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혹은 비리행위 관여 및 방조 또는 비호 △이석수 특별감찰관 해임 △증거인멸 및 교사 △최순실과 그 일가의 불법적 재산 형성 및 은닉 △최순실 등의 업무지시 △대통령해외순방에 동행한 성형외과 원장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교수 위촉과정 및 해외 진출 지원 등 청와대와 비서실 개입과 특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수사 대상 항목 가운데 마지막 15번째 항목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15번째 항목은 ‘제1호부터 제14호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정해졌다. 수사하며 인지되는 추가 사건을 더욱 파보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지속적으로 제기된 청와대의 향정신성 의약품 등 사용과 시술에 대한 의혹이 수사가 확대될 경우 세월호 7시간과 연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구조가 한창이던 오전 10시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첫 ‘서면’ 보고를 받았다. 오후 5시에 모습을 처음 드러낼 때까지 24차례에 걸쳐 유선과 서면보고만 받은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계속 증폭돼 왔다. 특히 향정신성 의약품 사용과 시술 등에 관련한 루머까지 양산됐지만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지난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세간의 관심에 화답하듯 일명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 “특검은 일반 검사와 달리 비록 범죄 혐의가 없더라도 국민이 궁금해하는 의혹의 진상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세월호 7시간 당시 행적에 대해 특검이 확인해줘야 하지 않겠냐. 국민이 특검을 택한 이유는 기존 수사가 풀 수 없던 답답하고 불안한 부분까지도 알게 해 달라는 것이다. 가급적 많은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한편 특검법 조항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파생된 사건에서 특이사항을 찾지 못할 경우 7시간 의혹 수사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마냥 핑크빛 전망을 내놓을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