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 대신 ‘창’으로 늪지대 가른다
▲ 지난해 8월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탐사 중 대구 조정지댐을 둘러보고 있다. | ||
이명박 후보 캠프는 일단 대운하를 밀고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정부 여당의 공세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요신문>은 최근 ‘경부운하 대응 방향’을 담은 이 후보 캠프 내부 기획문건을 입수했다. 과연 이 후보는 대운하의 늪지대를 무사히 건너갈 수 있을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는 정책 검증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을 빚었다. 당 경선 과정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싸고 박근혜 전 대표 측과도 적지 않은 마찰을 빚어온 데 이어 정부 여당의 집중타를 맞았다. 여기에 당내에서조차 경선이 끝난 후에도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이 “이 프로젝트를 당의 대선공약으로 채택할지를 무기명 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 캠프 내에서는 지금 한반도 대운하 논란에 대한 대처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대운하 논란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다른 정책에서도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요신문>이 입수한 이 후보 캠프 내부 문건은 이 후보 측의 고민과 대응 방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주목된다.
문건은 우선 한반도 대운하가 결코 후퇴할 수 없는 공약이라는 당위성을 알리는 것에 주력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이명박 후보의 대표적 대선공약으로 내세우기엔 여러 가지 위험성이 크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이제 와서 ‘한 발 물러서는’ 제스처를 보인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정치 분석가는 “이명박 후보는 대운하 공약이 여러 가지 흠을 안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입장일 것이다. 공약 철회 등이 거론될 경우 이는 단지 대운하 공약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도저식의 추진력으로 성과를 이뤄온 이명박 후보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아마 이 후보 측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건에는 이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는 1000만 수도권이 반대해도 수도이전을 해냈고 결국 대선에 승리했다’는 부연 설명이 더해져 있다.
문건에는 또한 정기국회 상임위에서의 공방에 대응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명시돼 있다. 하천법 개정, (대운하 반대) 국회결의안, 상임위 질의 등 국회의원 특권을 이용한 폭로 및 반대가 예상되므로 각 상임위별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무분별한 정치 공세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또 ‘정부 차원의 공식입장이 나오거나 (부정적)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불법 선거개입으로 규정하고 정부의 중립을 요구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원내대표는 정부의 상임위별 대운하 자료 제출 요구를 점검하고 공작정치특위에서는 장관 및 대통령 발언, 부적절한 자료의 국회 제출 시 즉시 선거법 고발 등의 대응책을 마련토록 주문하고 있다.
문건에는 이번 대선에서 시민연대가 어떤 방식으로 대선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분석한 대목도 포함돼 있어 눈에 띈다. 문건에 따르면 시민연대는 ‘반 한나라 시민전선을 구축해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외피로 쓰고 실제로는 반한나라, 반 MB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결국 이들의 당면 목표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 철회 투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종합적 대선 참여 운동이 아닌 특정사안(한반도 대운하, 후보 검증)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으며 국민인식 및 정치지형 변화 등으로 파괴력은 지난 대선에 비해 약할 것’ ‘대운하 공약의 경우 한나라당이 이니셔티브를 확보했기 때문에 공약의 기둥뿌리가 뽑히지 않는 한, 논란과 쟁점화는 일정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이라고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의 반대 입장에 관한 대응도 신경 써야 할 대목으로 명시돼 있다. 문건에 따르면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정책 검증에는 불참하되 한나라당 주도의 토론회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포용과 배격’ ‘방어:분산과 유도’ ‘공격:선택과 집중’의 각각의 대응방향에 따른 구체적인 방법도 기획됐다. 또한 대운하 검증운동을 ‘원오브뎀화’해서 논의의 집중을 방지하자는 ‘분산책’과 선거법의 테두리 안으로 몰아 검증은 하되 판단은 유권자가 하도록 하는 ‘유도책’으로 방어하자는 계획도 담겨져 있다. 공격법으로는 ‘시민단체의 약점(시민단체엔 시민없다, 정치단체로의 변질, 민주신당의 2중대)을 공세’하며 ‘우파적 단체의 맞불’ 전술도 명시돼 있다.
문건에는 한반도 대운하 정책을 보강하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 먼저 한강 수운과의 연계 방안을 강화하고 남북관계 개선책의 일환으로 알리자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강하구 모래를 채취하는 ‘이해찬 전 총리의 한강하구 개발계획의 일부를 수용’하자는 아이디어와 서울-경기-인천 3자치단체 협약으로 경인운하를 조기 착공해 시범 실시하는 홍보방안도 포함돼 있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별로 대운하 공약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하도록 유도하는 아이디어도 담겨져 있다. 또한 일부 시민단체들이 청계천에 텐트를 설치하고 장기 농성을 통해 청계천을 훼손·점거할 것에 대비하자는 내용도 눈에 띈다. 이를 위해선 서울시 의회에서의 ‘청계천 보호 조례’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추가 계획이 담겨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