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커진 숙부 견제…후계자 각인
동국제강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오너가 애착을 갖고 있던 본사 사옥 페럼타워를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재계 일부에서는 장세주 회장이 동생 장세욱 부회장(54)을 견제하기 위해 장남 장 이사를 파격 승진시켜 경영 승계를 서두르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 회장은 지난 11월 횡령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실형 3년 6개월을 받았다. 출소까지 아직 2년 넘게 남은 데다 취업제한 규정을 받으면 출소 후에도 5년간 동국제강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장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장 회장이 장남을 고속 승진시켜 자신의 빈자리를 메우고 동국제강을 이끄는 장세욱 부회장에게 자칫 그룹 경영권이 넘어가는 일을 차단하려는 한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동국제강은 2014년 적자전환에 이어 2015년 6월 장세주 회장이 횡령·배임·도박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회장 공백을 메우고 위기 돌파의 구원투수로 나선 사람이 장 회장의 동생 장세욱 부회장이다.
육군사관학교 41기인 장 부회장은 기업 안팎에서 리더십이 강하고 활동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장 부회장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철강산업의 어려움 속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동국제강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벼랑 끝에 다다랐던 동국제강이 지난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도 장세욱 부회장의 리더십의 결실로 해석된다. ‘형 보다 나은 아우’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장세욱 부회장의 경영 능력은 동국제강 경영권과 그 승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분 구조나 오너 일가의 가풍 등의 이유로 장세욱 부회장이 동국제강 경영권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경영권 다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국제강이 지난 11월 14일 밝힌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장세주 회장이 동국제강 지분 13.84%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장세욱 부회장은 9.33%, 장선익 이사는 0.4%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분은 장세주 회장이 앞서 있다.
하지만 장세욱 부회장 가족이 동국제강 지분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장세욱 부회장의 아들 훈익 씨와 딸 효진 씨가 동국제강 지분을 늘리면서 각각 0.07%(7만 주)씩 보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장세욱 부회장 쪽이 차후 지분 경쟁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별다른 의미는 없고 오너 일가다 보니 책임감 차원에서 조금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국제강 오너 일가인 장세욱 부회장, 장세주 회장, 장선익 이사(왼쪽부터).
재계 한 고위 인사는 “동국제강이 많이 급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시키다가 급하게 임원으로 승진시킨 것은 계획된 승계 과정에 변수가 생겼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가 말하는 변수란 장세욱 부회장의 부각이다. 장세주 회장이 자리를 지키지 못한 시기에 장세욱 부회장의 존재와 가치가 커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 이사의 승진과 인사발령이 장 부회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풀이가 나온다.
장 이사가 맡을 비전팀은 앞으로 동국제강그룹 전체의 중장기 비전을 설립하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장 팀장을 포함해 4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구성됐지만 그룹 내 주요 부서로 인식된다. 장 이사가 주요 부서를 이끌면서 아버지가 아닌 숙부 밑에서 경영수업을 본격적으로 받는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장 이사가 당장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기는 어렵다. 34세라는 나이도 그렇거니와 장 이사의 동국제강 지분도 고작 0.4%에 지나지 않는다. 장 이사가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회장님 나이도 한창이어서 경영권 승계 문제를 언급한다는 것은 상당히 앞서 가는 것”이라며 “지금은 그룹 정상화에 주력해야 할 때이며 오너 형제 간 우애가 좋아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장선익 이사는? 차근차근 계단 밟다 엘리베이터행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는 1982년생으로 장세주 회장의 장남이다. 2007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동국제강 전략경영실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법인과 일본법인 등 해외지사에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2015년에는 일본 히토츠바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고 귀국해 법무팀을 거쳐 올해는 전략팀에서 일했다. 신입공채로 입사한 장 이사는 지금까지 별다른 특혜 없이 경영수업 과정을 밟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과장에서 이사로 고속 승진하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장선익 이사가 맡는 비전팀은 2004년 장세욱 부회장(당시 상무)이 이끌다 사라진 팀이기도 하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선익 신임 이사의 발탁은 장세욱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부회장님이 이끌다 사라진 팀을 신설해 조카에게 맡길 만큼 경영수업에 (부회장의) 애착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