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수혜’아닌 ‘주도’ 평가···안희정 문재인에 “우린 팀”
- 이재명, 국민지지 이끌며 대선 빅3 안착
- 당내 조직력 약점 지적에 “국민지지가 더 중요” 발언도
- 자신의 최대 정치적 성과는 “종복몰이 전쟁”탄핵은 “국민 승리”
‘탄핵정국 스타’로 떠오른 이재명 성남시장=박은숙 기자
[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지난 9일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찬성234, 반대56, 기권1, 무효7)으로 가결되었기 때문이다. 당초 비박계와 야3당 공조로 찬반 살얼음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일부 친박 의원까지 합세해 표결이 마무리 되었다. 촛불집회에서 7주간 700만 명이 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정치권이 무시할 수 없었다는 평가다. 말 그대로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제 탄핵정국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사퇴 촉구와 개헌 등 정치권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무엇보다 조기대선이 거론되는 등 이미 대선정국으로 무게가 넘어가는 형국이다.
이에 대선 ‘재수생’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박’에서 ‘제3지대 수장’으로 말을 갈아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지지율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탄핵정국에서 국민들의 날선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대선주자로 두각을 나타낸 정치인은 ‘변방의 사또’로 불리던 이재명 성남시장이라는 평가다. 이를 증명하듯 이 시장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와 박원순, 유승민 등을 일찌감치 따돌리며, 급기야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의 지지율을 문전까지 압박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 시장이 탄핵정국의 최대수혜자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재명 시장은 “박근혜 정권이 나를 전사로 만들었다”면서, 기득권과 박 정권에 대한 투쟁과 저항을 지속해왔다. 일부에선 이런 이 시장이 국민지지를 이끌며, 오히려 탄핵정국을 주도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 시장은 ‘세월호’와 ‘사드배치 반대’, ‘위안부합의’, ‘국정교과서’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서 직접 현장을 찾아나서 시민들을 독려하는 데에 정성을 쏟아왔다. 특히, 손가락혁명을 필두로 하는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책과 정치적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어왔다. 그 결과가 최근 이 시장을 강력한 대선주자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시장은 국정원 세월호 소유주 발언과 이명박 정권의 사자방 비리 비난, 친일파 척결 등 강한 야성과 일관성을 자신의 무기로 자리 잡았다. 이 시장 자신조차 정치적 성과를 “종복몰이 전쟁”이라고 꼽으며, “그동안 야권이 선거를 의식해 보수층의 눈치만 보며, 종복몰이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이 잘못”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재인(우)과 이재명(좌)
반면 이재명 시장의 한계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시장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야권 내 경쟁구도나 기득권 정치조직 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중앙정치 조직이 약한 이 시장이 당내 정치권을 장악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를 에둘러 표현한 모습이다. 이 시장은 “지금은 당 조직이니 중앙정치 텃밭 등을 따질 때가 아니다. 박근혜와 최순실 등이 기회(역설적인 표현이라고 함.)를 준 부정부패 기득권과 불공정한 사회시스템을 변화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지사, 김부겸 의원 등 나아가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모든 이들과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2일 이 시장의 이른바 ‘우산론(연합)’ 발언을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이자 구태정치”라며 비난 공세 논란이 벌어지자 일부에선 벌써부터 이재명 견제론이 고개를 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시장이 대선주자로 나설 뜻을 밝히자, SNS상에선 친문 지지자와 이 시장 지지자간의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과 도올 김용옥
이날 자신의 영화 “나의살던고향은” 시사회에 참석한 도올 김용옥은 이 시장를 만나 “문재인, 이재명 지지자들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지지세력이 확장되도록 서로 시너지를 내야지 분열, 대립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재명 시장이 내일 대통령이 되어도 충분한 자질을 가졌다는 것은 주저할 일은 없다. 다만, 보다 깊은 철학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재명 시장이 탄핵정국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은 이 시장 개인만의 능력보다는 기존 정치인과 다른 새로운 질서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가장 부합한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이란 지적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제 국민들은 탄핵정국과 함께 대선정국을 주목하고 있다. 친박 비박간의 갈등이 고조된 새누리당과 친문으로 일컬어지는 민주당, 탄핵정국에서 확실한 캐스팅보드 역할을 증명한 국민의당 등 각자가 내놓는 대선 플랜으로 정치권은 물론 사회전반이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다. 정치권은 최근 이변으로 평가된 미국대선 트럼프의 승리처럼, 정치 조직이나 여론이 아닌 시리어스(serious)한 국민지지를 누가 얻는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