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 풀어야 할 곳간 열쇠 쥐고 안 놓고 있어”
- 여당 탈당파 주도하는 신당은 이념 내세우지 않는 중도실용주의 정당될 것
- 새누리당, 정당으로서 기능 다해 ‘폐족 선언’ 친노와 달리 친박은 반성도 없어
- 1~2년 하려고 창당하는 것 아냐...‘디지털 민주주의’기반으로 장기 실험할 것
- 대권주자 반기문? ‘원 오브 뎀’일 뿐...합류한다면 당에서 검증받고 경쟁해야
현재 탄핵 정국 속에서 집권 여당은 사실상 분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비상시국회의를 중심으로 비박계 내부에서는 탈당 및 신당 창당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친박계 진영과의 봉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가운데 김용태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 새누리당 탈당파 모임 전·현직 의원 10명이 12월 11일 전격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비박계에서도 선제적 탈당을 감행한 이들의 창당은 여권 분열 및 개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요신문>은 탈당파 모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성권 전 새누리당 의원과 12월 14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이 전 의원은 신당의 지향점과 성격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내용과 깊이를 놓고 볼 때 탈당파 모임과 그 모임을 구성하는 정치인들 머릿속에서 제법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 탈당파 모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성권 전 새누리당 의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탈당파의 신당 창당이 공식화됐다. 지향하고자하는 신당의 성격과 가치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념적 성향은 중요하지 않다. 신당의 성격은 보수냐 진보냐 이분법적 이념구도로 구분하지 않는다. 왜냐면 국민들은 이념에 관심 없다. 먹고사는 문제를 누가 더 해결해주느냐가 관심이다. 또한 한 사람의 국민이 어떤 정책에 대해선 진보적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정책에 대해선 보수적일 수도 있다. 한 이념만을 지향하는 정당은 의미 없다. 우리는 탈 이념화 된 중도실용정당을 지향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동종교배와 이종교배가 있다. 동종교배하면 열성인자가 유전된다. 보수 혹은 진보만 지향하는 정당은 동종교배의 열성인자가 유전되는 것과 같다. 이종교배가 이뤄져야 우성인자들이 생겨난다. 그래야 경쟁력이 강화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다. 동종교배의 가장 큰 폐해가 지금 나타난 거다.”
―지금의 새누리당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렇다. 친박계의 얘기다. 친박 패권주의는 다른 생각과 가치, 문화를 지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용납하지 않는다. 이것이 곧 동종교배의 문제 양상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경쟁력도 약해지고 신뢰도 못 받는 것이다.”
―보수 뿐 아니라 중도까지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인가.
“우리가 지향하는 정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보수의 가치에 무게를 둔 사람도 있고 중도적 생각을 지닌 사람도 있다. 심지어 합리적이고 온건한 진보적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포용 가능하다. 그것이 바람직하다. 전면적으로 이념을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솔직히 과거 국민의당 창당 작업을 주도한 분들의 설명과 비슷하다. 중도라는 포지션을 놓고 볼 때 국민의당과의 차별성도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보수진영에서 중도로 나왔다. 국민의당은 진보진영에서 중도로 나왔다. 국민의당은 기존의 친노 패권주의 안에서 동종교배를 했던 정당에서 나왔고, 우리는 친박 패권주의 안에서 동종교배를 했던 곳에서 나왔다. 문제의식은 비등하지만 지향하는 부분은 다를 수 있다. 중도를 놓고 국민의당과 우리는 경쟁 관계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차별화 될 것이고 아직은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비판도 많다. 탈당파 역시 박근혜 정권 창출에 일조했다. 일각에선 탈당파가 기존 여당 해체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의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된 것에는 탈당한 우리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정치인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염치는 잘못이 있으면 반성하는 것이다. 반성으로부터 변화된 행동과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그것이 책임지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안에서 적당한 ‘해체수준의 재창당’을 한다? 그것은 반성도 아니고 염치 있는 행동도 아니다. 실제로 해체해야 한다.”
―기존 새누리당의 개혁은 어렵다는 것인가.
“새누리당은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다했다. 해체해야 한다. 지금 당 안에서는 (해체가) 불가능하다. 당 안에서는 당 지도부 혹은 전국위원회 및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친박이 장악한 지도부는 그럴 맘이 없다. 곳간에 곡식을 다 풀어야 하는데 열쇠를 쥐고 주인이 내놓지 않는다. 그나마 친노는 과거 스스로 폐족이라 공식 선언했지만 친박은 반성도 없다. 결국 방식은 바깥으로 나와서 새누리당을 무력화시키고 해체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는 19일 오전 탈당파 10인은 고백 토론회를 연다.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참회하며 새누리당이 실제 해체될 수 있는 외부 활동을 병행할 것이다.”
―창당 작업 자체가 쉽지 않다. 전국 조직 구성과 돈 문제도 있다. 그 프로세스는.
“창당 작업은 탈당파 10인의 역할 분담 속에서 공동 논의와 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시기적으론 1월 법적기준 200인 이상의 발기인을 통한 창준위를 구성하고 빠른 시일 내에 창당할 것이다.”
―창당 요건인 지역 시·도당 구성은 가능한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벌써 외부에서 참여하고자 타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지금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다 아실만한 분들도 많다. 또 전직 의원들 중에서 이미 지역적 기반을 갖춘 분들이 많다. 또한 우리는 창당 과정부터 기존 정당과는 다르게 갈 것이다.”
―어떤 방식인가.
“숙의 민주주의(시민이 직접 자신의 삶과 직결된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집단 토론 및 학습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치 엘리트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당원과 시민이 정책을 입안하고 만들고 발의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민주주의다. 창당과정에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것만 되면 기존 정당과 같은 고비용 창당을 하지 않아도 되고 시민과 소통도 가능하다.”
―창당 과정에서 개헌 논의도 포함되나.
“개헌은 논의하지 않는다. 지금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다. 전자는 순수한 의미에서 한국사회의 통치시스템이 지닌 불합리성을 개선하고자 개헌을 주장하는 분들이다. 후자는 다른 의도가 있는 분들이다. 공교롭게도 내년이 대선이다. 대선을 통해 본인에게 유리한 국면과 권력을 창출하고자 개헌 논의를 정치적 연대의 매개 고리로 이용하는 분들이다.”
―소위 말하는 제3지대 세력이 후자의 시선을 받고 있다.
“그렇다. 제3지대 얘기가 나온다. 그 논의의 특징이 있다.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개헌 논의가 절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 엘리트들이 권력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만 있다. 그렇게 개헌한들 무슨 의미냐. 대선을 앞두고 개헌을 통한 정계 개편 내지는 연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조기대선 가능성도 높아진 가운데 물리적으로 개헌은 불가능하다. 허용 가능 수위라면 대선 후보들이 자신의 개헌안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도다.”
―비박계 비상시국회의 인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탈당 내지는 창당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그 중 일부 합류 내지는 연대 가능성은.
“모든 것을 열어두고 있다. 오지마라 할 이유가 없다. 탈당하고자 하는 분들은 지금 새누리당의 문제에 대한 성찰과 고민 속에서 결정할 것이다. 충분히 함께할 의향이 있다. 대신 새누리당의 폐습들, 특히 친박 패권주의 등 계파주의를 가져오면 곤란하다. 또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한 사람들은 우리의 잣대로 선별해야 한다. 전체적으론 문호를 열 것이다.”
―김용태 의원, 남경필 지사가 선제 탈당했을 당시 후속 탈당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현실적으론 그렇지 않았다. 섭섭하지 않나.
“그런 것 없다. 탈당 전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했다. 물론 실제 탈당하겠다고 맘먹었다가 일순간 맘을 바꾼 분도 있다. 다 정치인 개개인의 판단 기준이 있다. 섭섭하거나 나무랄 필요는 없다. 허나 근본적으로 새누리당은 바뀌지 않는다. 친박 패권주의는 남아 있고, 그들은 국민에게 사죄하는 모습도 없다. 비박계 비상시국회에 계신 분들은 계속 고민할 것이다. 어느 시점에선 선택해야 한다. 친박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손잡고 적당하게 덧칠을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정치에 도전할 것인가.”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성권 전 의원(오른쪽)이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당 전 현직 의원 모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민 전 의원, 정두언 전 의원, 남경필 경기 지사, 김용태 의원, 정문헌 전 의원, 이 전 의원. 2016.12.4 사진=연합뉴스
―비박계 인사들이 탈당을 고민하는 이유는 뭔가.
“그분들이 섭섭해 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 코스프레를 통해 명분을 축적하는 것 같다. 지금 남아 있는 분들은 해볼 때까지 해본다는 것이다. 친박이 공격하고 고립시키면 피해자 인상을 받게 된다. 연출이 가능하다. 그러다 나오거나 아니면 적당히 타협하거나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정치인으로서 당당한 모습인가. 개인적으론 의구심이 든다.”
―탈당파의 확보 의석수가 너무 적다. 총선을 코앞에 뒀던 국민의당과도 상황이 다르다. 생존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세력에 수렴될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1~2년 정당할 것이라면 탈당도 창당도 안 한다. 10년이고 20년이고 장기적으로 도전하고 실험해보고자 하는 기간이 있을 것이다. 당장 내년에 선거가 있느냐 없느냐는 우리 고려대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국민에게 신뢰를 받느냐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가 바닥을 친다. 그런데 거기에 반해 야당 지지도나 야권 대선 후보들의 지지도가 급등하진 않았다. 국민들이 마음을 주는 정당이 여전히 없다는 뜻이다. 대선을 바라보는 우리의 문제의식도 마찬가지다.”
―대선 후보는 낼 것인가.
“기본적으론 내야 한다. 그러나 지지율에는 연연하지 않겠다.”
―대선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위해 외부 인사를 무리하게 영입하지는 않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짧은 기간이지만 창준위를 구성하고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정치를 행한다면 사람들이 올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선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올 가능성이 있다. 지금 10명 중에서도 대선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공정한 룰에 의해 후보를 뽑고 선거에 임한다면 의미 있는 시나리오도 나올 것이다.”
―제3지대 인물 및 세력과는 경쟁인가. 아니면 타협과 연대가 가능한 것인가.
“아마도 대선을 염두에 둔 질문인 듯하다. 우리는 연연하지 않는다. 기존 정치의 문제를 자각했다. 새로운 실험을 하고 도전하기 위해 나왔다. 대선 있다고 해서 그 일정만 따라 간다면 정치 엘리트 간 합종연횡과 이합집산만 우선시 할 것이다. 그럼 우리 문제의식은 다 없어진다.”
―반기문 UN사무총장도 신당 대선 후보에 포함될 수 있는가.
“누구든 열려있다.”
―반기문 총장도 ‘원 오브 뎀’인가. 아니면 ‘스페셜 원’인가.
“물론 ‘원 오브 뎀’이다. 들어오셔서 공정하게 경쟁하시면 된다. 그 자체를 우리가 거부할 일은 없다. 반 총장은 10년 간 국내를 떠났다. 만약 그 분이 오시면 당 안에서 자연스레 검증이 이뤄질 것이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있다. 신당에서는 후보를 낼 생각인가.
“무조건 낸다. 첫 시험대다. 우리가 창당 논의를 막 시작했다. 탄핵 정국에 집중한 상황이라 이제야 본격화 했다. 다가오는 정치 일정(재보선)에 있어서 독자적인 우리 후보를 낸다는 것이 기본 합의다. 다만 10인의 마음자세는 뱃지와 간판을 내려놓았다. 뿌리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지 열매부터 따려면 되겠나. 지금 아주 유쾌하고 홀가분한 마음이다. 새로운 실험을 많이 할 것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이성권 전 의원 “문재인...박근혜와 너무 닮아 우려스러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후광이 있다면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을 받고 있다”라며 “박 대통령은 본인만의 능력과 가치·철학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이것은 문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을 둘러 싼 친박 패권주의와 문 전 대표를 둘러싼 친문 세력의 현재 행태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두 번째 문제는 주변부다. 양 쪽 다 우상 만들기, 메시아 만들기를 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문제는 시스템이 해결해야지 절대 메시아가 해결할 수 없다”라며 “현재 친문세력도 이전 친박세력처럼 문 전 대표에 대해 똑같이 우상화 작업이 하고 있다.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