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싸움’ 그녀에게 물어봐
▲ 박근혜 전 대표 | ||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되자마자 지지율 2위에 오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출마선언과 함께 상당한 지지율 상승을 기대했겠지만 결과는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많은 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리 주목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전 총재의 출마선언 직후 MBC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40.7%의 지지율로 1위를 달렸고 이회창 전 총재는 20.5%의 지지율로 2위를 지켰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출마선언 전 동일 기관이 조사한 결과보다 오히려 2%p 정도 떨어졌다. 한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도 지난달 동일 기관 조사보다 2%p 떨어진 11.1%를 기록했다. 이어 창조한국당 문국현 6.9, 민주노동당 권영길 2.6%, 민주당 이인제 1.6%, 국민중심당 심대평 0.4%로 조사됐다.
그런가 하면 역시 이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선언 직후 <조선일보>가 TNS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37.9%, 무소속 이회창 후보 24%,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13.9% 등의 지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 전인 10월 31일 SBS·TNS 조사와 비교하면 이명박 후보는 38.7%에서 37.9%로 조금 떨어졌고, 정동영 신당 후보는 17.1%에서 13.9%로 하락한 반면, 이회창 전 총재는 19.1%에서 24%로 껑충 오른 것이다. 다음은 문국현 6.9%, 권영길 2.2%, 이인제 2% 등이었다.
한편 YTN 조사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43.8%, 이회창 전 총재 19.7%, 정동영 후보 16.3%의 지지율을 보였으며 <매일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메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36.4%, 이 전 총재는 23%의 지지율을 보였으며 그 뒤를 정동영 후보(15.3%)가 이었다. 리얼미터 조사는 이명박 후보 36.2%, 이회창 전 총재 24.8%, 정동영 후보 15.9% 였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전 총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7일 각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선 후보는 36.2(리얼미터 조사)∼43.8%(YTN 조사)의 지지율을 보였으며 이 전 총재는 19.7(YTN 조사)∼24.3%(리얼미터 조사)로 나타나고 있다. 이 전 총재가 출마 선언을 하기 직전인 3일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41.5%, 이 전 총재가 20.3%였던 것으로 보면 거의 오차범위 내의 변화로 보인다.
물론 이 전 총재가 여론조사에 포함된 이후 이명박 후보가 15.9%p, 정동영 후보는 2.7%p가 각각 하락해 이명박 후보에게 타격이 컸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여론 조사에 포함된 이후 출마선언 전후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지율이 일단 고착 상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물론 아직은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지지율의 추이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출마 선언과 함께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으로부터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됐고, 박근혜 전 대표의 태도가 불분명하며 더구나 김경준 씨의 귀국과 함께 BBK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얼마 후 다시 조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높다.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에 공감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반 이상의 응답자인 61.6%의 응답자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단일화와 관련해서도 <조선일보>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이회창 중) 누구로 단일화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엔 응답자의 51.6%가 이명박 후보를, 33.9%가 이 전 총재를 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위협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총재의 출마가 이명박 후보에게 어느 정도 타격을 어느 정도 줄 것 같나’라는 질문에 ‘타격일 클 것이다’라는 응답이 45.4%, ‘큰 타격이 없을 것이다’라는 의견이 44.9%로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지지할 경우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조선일보>의 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해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의 지지를 선언할 경우 누구를 지지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이 전 총재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77.1%, ‘이명박 후보 지지로 돌아서겠다’는 응답은 14.8%의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을 상대로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 지지를 선언할 경우 누구를 지지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80.9%, ‘이 전 총재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13.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에 나타난 수치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 지지를 선언한다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5%p가량 하락하고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5%p가량 상승해 이명박 후보는 32.9%, 이 전 총재 29%로 격차가 4%p로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경우에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현재 14%p에서 21%p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영남 지역과 충청 지역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충청지역이다. 8일 한국지방신문협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전·충청권에서 이 전 총재는 31.8%의 지지율로 이명박 후보(31.3%)를 앞질렀다.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38.3%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고 이 전 총재는 10%, 이명박 후보는 7.6%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나라당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45.1%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이회창 후보 19.9%, 정동영 후보 0.9%의 지지율로 그 뒤를 이었지만 <영남일보>가 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아이너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37.4%의 지지율로 이명박 후보(32.6%)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이 전 총재 출마선언으로 이명박 후보는 지역별로 대구ㆍ경북(출마 선언 전 대비 19.6%p 하락)과 부산ㆍ울산ㆍ경남(17.3%p 하락)에서 가장 많은 손실을 봤다. 대전ㆍ충청에서는 12.7%p가 떨어지면서 이 전 총재에게 이 지역 선두자리(37.1%)를 내줬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주에 비해 오히려 1.8%p가 오른 인천ㆍ경기(50%)와 상대적으로 지지율 하락세가 낮았던 서울(55%)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