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언제 달라고 했나
▲ 이건희 삼성회장 | ||
당시 서울대에서는 이 회장에게 국내 반도체산업의 연구개발 공로로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키로 했으나, 경영대 교수 20여 명이 “학위 수여 결정 과정에서 경영대 교수들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았다”며 강력히 항의했던 것.
특히 이채로운 점은 현재 서울대 총장인 정운찬 당시 경제학 교수가 “이 회장의 학위 수여 사유인 반도체산업은 선친이 시작한 것을 물려받은 것일 뿐이며, 오히려 이 회장은 삼성자동차로 실패한 경영인인데, 어떻게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가”라며 가장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이 회장에게 명박 학위를 수여한 서울대 총장은 얼마 전 교육부총리에서 도덕성 논란으로 사흘 만에 낙마했던 이기준씨였다.
당시 서울대에서 수여한 명박 학위 수여자 가운데 국내 인사는 개교 이래로 단 6명에 불과했는데, 대부분이 학자들이었고 기업인 가운데서는 이 회장이 유일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지난 90년 4월 서강대 명예정치학박사학위 수여식 과정에서 더 심한 곤욕을 치렀다. 당시 학생 2백여 명이 “학생들의 동의도 없이 명박 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무효”라며 학위모를 뺏고 달걀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재벌 회장 가운데 명박 학위를 가장 많이 받은 이는 단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었다. 김 전 회장은 85년 모교인 연세대에서 명예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해서 전남대 등 국내 3개 대학과 미국 보스턴대와 베트남 하노이국립대 등 해외 7개 대학에서 명박 학위를 받았다. 모두 10개의 학위를 받은 셈이다.
고 정 명예회장도 75년 경희대를 시작으로 연대 고대 등 국내 대학 7개, 미국 조지워싱턴대 등 해외대학 2개, 모두 9개교에서 명박 학위를 받았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의 재벌 회장들이 경영학 또는 경제학 학위를 받은 데 비해 정 명예회장은 경영학 경제학 정치학은 물론 철학 문학 체육학까지 분야가 다양했다.
최근 2000년대 들어서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몽골 국립대와 고대에서, 박정구 금호 회장이 연대에서,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이 한양대에서,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한국체대에서 각각 명박 학위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