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 미술관도 “우린 몰랐다”
▲ 리움 미술관 | ||
기자는 여당 의원 부인들의 이 날 행사에 대해 한 의원 부인을 통해 처음 전해들을 수 있었다. 지난 17일 오후 한 사석에서 그는 “오늘 홍 관장님 초청으로 우리 당 의원 부인들이 리움 미술관을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개인 사정상 나는 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떤 성격의 초청과 방문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는 리움 미술관측에 이 날의 행사가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다. 미술관측의 한 관계자는 “17일에 그런 행사가 있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며 “한번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잠시 후 이 관계자는 “확인 결과, 17일 58명의 열린우리당 의원 부인들이 우리 미술관을 단체 관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유료 관람이었고, 홍 관장님이 초청한 형식이 아닌 자체 행사의 일환으로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 당소속 현역 의원 부인들의 친목 모임 성격인 ‘우리가족’ 모임이 있는데, 그 날 행사는 이 모임의 문화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날 행사에는 불참한 이들이 많아 실제 참석한 이는 30명 정도”라고 덧붙였다.
17일 행사에 자신도 함께했다는 이 관계자는 “낮에 모여서 점심 식사를 하고 리움 미술관을 찾아서 관람하고 곧바로 헤어졌다”면서 “홍 관장이 초청한 형식은 아니었고, 따라서 미술관에서 홍 관장을 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 날 행사가 당의 행사 일정에서 빠져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원 부인들의 친목 모임 성격까지 당 행사 일정표에 일일이 다 넣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족’ 모임은 당에서 관리하고 있고, 지난해 제주도 봉사활동이나 수해 지역 위문처럼 대개 당에서 그 일정을 브리핑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17일의 행사는 봉사활동이 아닌 문화활동이어서 브리핑하지 않았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중진 의원측은 “부인들이 친목 모임으로 하는 행사까지 일일이 신경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어렵사리 통화가 이뤄진 몇몇 의원 부인들 역시 “모르겠다” “난 안 갔다”는 대답들이었다.
하지만 여당 의원 부인들이 단체로 17일에 리움 미술관을 찾은 데 대해서는 수군거림이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5·18을 앞두고 의원들이 대거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하며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기에, 비록 문화활동이라고는 하지만 의원 부인들이 삼성 미술관의 단체 관람에 나선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하필이면 그 날이 또 이 회장과 홍 관장 부부가 이태원동의 새 집에 입주하는 날이어서 모양새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