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세력이 관건
먼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돈’이다. 현재 최소한의 사무실 비용을 제외한 모든 경비는 전부 자원봉사자들의 자비에서 나온다. 한 핵심 관계자는 부인으로부터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며 거의 애원하다시피 해서 선거 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5억 원의 공탁금 외에 본격적인 선거전이 개시될 경우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 것으로 예상돼 이 전 총재는 ‘돈과의 전쟁’을 각오해야만 한다. 특히 그가 최근 대선 잔금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모든 자금이 역추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두 번째는 세력이다. 현재 이 전 총재는 옛 한나라당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최근 사무처 당직자들이나 옛 지구당 관계자들이 ‘저쪽’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문단속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직까지 이 전 총재는 세력 규합에도 여의치 않는 모습이다. 핵심 당직자들의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에 이른다. 그리고 현역 의원이 한명도 동참하지 않아 선대위 위상도 떨어진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BBK 사건으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한나라당 의원, 특히 친박 계열 의원들의 대규모 ‘엑소더스’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 전 총재의 개인 의지를 들 수 있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이 전 총재가 두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 2002년의 이 전 총재는 현재의 이명박 후보보다 몇 배는 더 잘나갔을 때다. 그는 당시 매우 오만했지만 지금은 머리를 숙이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이 전 총재의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끝까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재가 외로운 것보다 괴로운 게 낫다는 심정으로 끝까지 갈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내가 이명박 후보보다 못한 게 뭐가 있느냐’라는 이 전 총재 특유의 자존심이 대선 레이스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