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스타’ 리차드 막스가 스스로 포승줄 들고 도와줘서 난동 제압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의 기내 난동 소식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한다. 기내 불법행위는 대한항공에서만 2015년 상반기 기준 166건, 2016년도 상반기에는 181건으로 집계됐다. 거의 하루에 1회씩 발생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에서 강력한 조치를 독려하고 나섰지만 고객 난동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항공사에서 문제 소지가 될만한 고객을 애초에 탑승할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속출했다.
지난 20일 오후 6시 5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한 리차드 막스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당시 사고 상황을 자세히 적었다. 리차드 막스는 “나와 동승했던 한 정신 나간 승객이 기내 승무원과 승객을 공격했다. 승무원 1명과 승객 2명이 다쳤다. 여자 승무원 그 누구도 ‘사이코’를 제지하지 못했다. 나와 다른 남자 승객이 힘을 모아 그를 좀 가라 앉힐 수 있었지만 이내 그는 나와 남자 승객의 만류를 뿌리친 뒤 또 다시 승무원과 승객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비행기가 도착하자마자 대한항공의 연락을 받은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항공보안법위반 및 폭행 혐의로 임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 씨는 기내에서 제공한 양주를 마신 뒤 술에 취해 자신의 말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객과 여승무원 2명, 정비사 등을 손으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임 씨가 술에 취해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돼 일단 귀가 조치했다.
리차드 막스는 사건을 전하는 동시에 대한항공의 대처를 비판하는 글도 올렸다. 리차드 막스는 “승무원 교육이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았다. 심각하게 번질 수 있는 상황을 막을 장비 역시 전무했다”며 “대한항공은 승객이 나서지 않아도 이런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리차드 막스의 주장은 과장됐다. 회사는 매뉴얼대로 상황을 조치했다“며 ”기내 승무원들은 대응 규정에 따라 난동 승객을 제압하고 포승했다“고 밝혔다. 실제 대한항공 승무원 등 탑승했던 관계자는 기내 불법행위 매뉴얼대로 처리했다. 실제 임 씨는 케이블 타이로 양손이 포박돼 다른 승객과 격리조치 됐다. 한 승무원이 테이저 건까지 뽑아 들었으나 사용할 순 없었다고 알려졌다. 승객 일부가 승무원을 도와 임 씨를 말리는 등 임 씨와 근접해 있어서 추가적인 사고 발생 소지가 있었던 탓이다.
케이블 타이에 묶인 임 씨. 사진=제보
대한항공은 기내 불법행위 발생 시 1차로 구두 경고를 내리고 경고에도 불법행위가 지속될 경우 경찰에 불법행위자를 인계한다. 특히 비행 중 경고를 했는데도 해당 승객이 이를 무시하면 사무장 등 관계자는 기내에 비치된 보안장비를 사용해 불법행위자를 구금 조치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기내에 케이블 타이와 포승줄, 테이저 건 등을 마련해 놨다. 1년에 1회 테이저 건 등 기내 불법행위 관련 교육도 진행한다.
하지만 항공사 관계자 대부분은 한입 모아 극한의 상황이 치닫기 전에는 장비 사실이 사실상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솔직히 테이저 건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쐈다가 승객이 다칠 수도 있다. 나중에 술 깨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과잉 진압으로 불똥이 튀면 승무원이 다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테러처럼 극한의 상황 아니면 사실상 쓰기 정말 힘들다”고 전했다.
기내 난동이 발생했을 때 이를 나서서 제지할 경우 나중에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꺼린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한 승무원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경고 등 세게 나가면 사무장이 ‘왜 일을 크게 만드냐’고 눈치를 줬다. 국토부에서 ‘세게 나가도 된다’고 한 뒤 좀 상황이 예전보다 나아진 셈”이라며 “회사에서는 사후에 무리한 대응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다른 승객이 보는 앞에서 경고하거나 동영상을 남기라고 하지만 그 상황이 되면 쉽지 않다. 게다가 일이 붉어지면 회사에서도 깊이 조사하는 등 오히려 나섰다가 힘든 상황이 많아져서 다들 쉬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내 불법행위를 단 한번이라도 저질렀던 승객은 예약 단계부터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이력이 심한 탑승객이라면 당연히 탑승을 거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대한항공이 기내 불법행위 이력자의 예약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내부 직원의 반응은 달랐다. 복수의 대한항공 승무원은 “대한항공은 실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말이 잘 통하지 않고 멋대로 행동해 통제가 되지 않는 고객을 추려 놓는다. 하지만 탑승자 명단에 ’Unruly’라고 따로 표기할 뿐 탑승을 거부하지 않는다. ‘무리한 요구를 자주 하니 잘 알아두라’ 정도만 이야기한다. 그냥 꾹 참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기내에서 난동을 피운 임 씨는 한 무역업체 대표의 아들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화장품 용품을 제조해 샤넬과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에 납품하는 글로벌 중소기업으로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 2014년 중국 공장으로 파견된 해당 업체 한국 직원이 중국 직원의 뺨을 때리는 등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를 두고 “‘갑질’이 조직 전체의 경영 이념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