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복마전…구청 갑질이냐 재단 배짱이냐
지난 2014년 4월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문을 연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을 두고 강남구청과 민간위탁 의료재단이 법정다툼을 벌이는 등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고성준 기자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위치한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은 지난 2014년 4월 세곡동에 문을 연 서울시 최초의 구립병원으로 지하 2층·지상 5층에 걸쳐 총 307병상을 두고 있는 노인성 질환 전문 치료 병원이다. 이 병원은 임대형 민자사업(BTL)으로 지어 현재 참예원 의료재단이 병원운영을 수탁 받아 운영 중이다. 건물 유지관리 의무는 강남실버케어(주)가 맡고 있다. 구 관계자는 “건물 임대료는 타업체에 맡기고 시설운영비를 지불할 수 있는 민간위탁 의료기관을 선정해 보다 효율성 있게 금액을 확보하고 병원 전문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 운영비 납부 거부한 의료재단
그러나 두 단체의 갈등은 이 시설운영비 납부 문제로 촉발됐다. 구청에 따르면 참예원 의료재단과 민사소송 건은 병원 개원 이후 참예원이 갑작스럽게 시설 운영비 납부를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11년 12월 협약 체결 후 참예원은 개원 전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병원에서 발생하는 순이익금을 포함, 1년에 7억 5000여만 원의 시설운영비를 납부하겠다고 밝혔으며 2014년 4월 개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공문을 교환하며 시설운영비를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해 11월 납부 시기가 다가오자 위·수탁 협약서에 시설운영비 관련 내용이 없고 적자기 때문에 납부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바꿨다는 게 구청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구청은 2014년부터 2016년 초까지 재단과 협의를 진행하다 해결 기미가 안보이자 지난 6월 시설운영비 납부 관련 소장을 제출했다.
문제는 위·수탁 협약서에 시설운영비 납부와 관련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구청도 협약서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구청은 2011년 낸 민간위탁 운영업체 선정 공고문에 ‘SPC(민간사업시행사)의 시설물관리·운영에 대한 비용(연간 12억 이상)을 납부할 수 있는 법인’이란 신청조건을 명시했고 그동안 교환한 공문과 참예원 측이 사업계획서에서 시설운영비를 납부하겠다고 밝힌 만큼 시설운영비를 납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예원 측도 할 말이 있다. 참예원 측은 협약서에 시설운영비 납부 관련 사항을 약정하지 않아 납부 의무가 없고 사업제안서에 의거 순수익금 내에서 납부하기로 강남구와 합의한 만큼 병원이 흑자로 전환되면 그때부터 시설운영비를 납부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참예원 관계자는 “협약서에는 시설운영비 내용이 없다. 간단하게 계약서대로 하면 된다. 안 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1년에 7억 5000만 원, 5년이면 납부할 금액이 37억여 원인데 적은 돈 아니지 않나”며 “강남구 노인복지 차원에서 희생하고 투자하기 위해 들어온 건데 여기서 돈을 또 내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 인건비 55억 과다지출 논란
이와 별도로 구청은 직원 선채용 인건비 회계조작에 따른 사기, 횡령, 배임 혐의로 참예원을 형사고발했다. 구청에 따르면 사실상 참예원이 횡령한 금액이 모두 17억 3000만 원에 이른다. 구는 참예원 측이 개원 13개월 전부터 의사, 간호사 등을 선채용, 개원 전 업무 적합도를 높이겠다고 해 승인했지만 이들은 참예원 의료재단 산하기관인 송파·성북 참예원 근로자들로 업무를 하지 않고 월급만 챙겨갔다고 주장했다. 구 관계자는 “확인결과 선채용 인원 중 68명 이상이 송파·성북 지점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라며 “그곳에 등록된 상근 의사·간호사들은 행복요양병원에 선채용될 수 없는데 결국 인건비는 행복요양병원에서 받고 근무는 성북·송파에서 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구청은 병원이 개원 후 2년간 보건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의료인 수를 달리 등록해 인건비 55억 원을 과다지출했다고 주장했다. 구청 관계자는 “병원 인건비가 비슷한 규모의 다른 병원보다 더 많이 지출된 점을 수상하게 생각해 확인해본 결과 실제 보건소에 등록한 병원 직원수에 맞지 않는 더 많은 비용이 인건비로 들어갔다”며 “흑자가 났음에도 재단 소속 병원 직원들의 인건비로 추가 배당, 적자로 눈속임을 하고 부당이득을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예원 측은 2011년도 사업계획서에 선채용 필요성과 계획 및 인원을 기재했고 2013년 1월부터 선채용 시행계획서를 제출해 구청으로부터 선채용 직원 승인을 받은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선채용 인력은 채용 당시 사업장인 행복요양병원의 건물이 아직 건축 중이었기 때문에 해당 인력이 근무할 수 있는 장소가 없었기에 재단 산하 송파·성북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했고 이 사실을 구청에 고지한 바 있다는 게 참예원 측의 설명이다.
인건비로 55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참예원 측은 “보건소에 신고된 인원과 심사평가원 등록된 인원이 다른 것은 신고 시기가 다른 것일 뿐”이라며 “최근 심평원이 우리 병원을 방문, 현지조사한 결과 100% 정확히 관리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았다. 근거 없는 허위 정보”라고 반박했다.
# 이사장 급여 횡령 의혹 추가 고발, 진실은?
구청은 참예원 의료재단 김옥희 이사장을 병원 직원으로 등록, 부당하게 1억 6000만 원을 챙긴 부분도 지적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구청은 관련 자료를 요구했고 참예원 측으로부터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받아 이를 강남세무서에 검토한 결과 소득세 결정세액이 차이가 나 자료가 누락됐거나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구청은 애초에 김 이사장이 행복요양병원에서 월급을 받아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구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김 이사장은 재단 이사장이지 병원장이 아니기 때문에 급여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사업계획서에도 인력 채용 부분을 보면 병원장이 최고 직위지 이사장은 나와 있지 않다. 그런데 그것 말고 전체 조직도에 이사장이 있다는 이유로 이사장도 병원 재적인원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예원 측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이 조작됐다는 구청의 주장이 왜곡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참예원 관계자는 “원천징수부에서 전 근무지와 현 근무지를 지웠다고 해서 사문서 위조라고 하는데 우리 담당자 의도는 구청이 행복요양병원의 급여를 알아보기 쉽도록 행복요양병원 외 사업장 소득은 삭제해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예원 측은 개원 전 김 이사장이 행복요양병원 건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당연히 급여를 가져가는 게 맞고 이미 구청에 보고할 때도 이사장을 병원 재적 인원으로 보고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참예원 관계자는 “사업계획서를 보면 전체조직도가 있고 의료진 조직도가 있다. 이사장은 의료진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빠지는 게 맞고 (김 이사장은) 개원 전부터 개원 후까지 나와 근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김 이사장은 월급을 개인 목적으로 가져가지 않고 공익사업에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담당 경찰서는 최근 행복요양병원을 둘러싼 형사고발 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에 구청은 추가 증거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상태다. 구청 관계자는 “원활하게 자료를 구할 수 없어 수사를 요청한 것인데 수사진행상황이 더딘 부분이 있었다. 12월에 각 기관에 요청한 증거자료들을 다시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병원 운영의 문제점이 제기된 만큼 이를 바로잡아 병원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법적인 시시비비를 가려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