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킹들 14억~16억대 돈잔치
지난 2012년 4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맨체스터시티의 경기에서 아스널 팬들이 내건 현수막 문구다.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하는 맨시티를 향해 ‘돈으로 팀의 수준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비판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맨시티는 당시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세간의 비판을 잠재운 바 있다. 이후로도 맨시티는 꾸준히 강팀으로 군림하며 팀 역사에 우승컵을 추가하고 있다.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세계의 축구리그, 미국 메이저리그나 NBA에서도 돈을 많이 써서 좋은 선수를 보유하는 팀이 우승에 가까워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처럼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큰돈을 벌고 큰돈을 쓰는 팀이 우승을 차지해 프로스포츠와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린 지 오래다. 이런 추세 속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는 K리그 연봉 정보를 공개해 다시 한 번 프로구단의 ‘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국내 축구선수 연봉킹은 14억 8000만 원 받는 김신욱
지난 12월 22일 연맹에서는 일부 선수들의 연봉과 K리그 구단별 연봉 실지급액을 공개했다.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국내와 외국인선수로 나뉘어 5명씩 발표됐다. 국내선수 연봉 순위는 김신욱, 김보경, 이동국(이상 전북 현대), 이근호(강원 FC), 염기훈(수원 삼성)이었다. 외국인 선수는 레오나르도(전북), 데얀(FC 서울), 에두, 로페즈(이상 전북), 산토스(수원) 순이었다. 김신욱은 약 14억 8000만 원, 레오나르도는 약 17억 원을 받은 것으로 발표됐다. 1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벌어들인 선수는 국내와 외국인 선수를 합쳐 김신욱과 김보경, 레오나르도, 데얀, 에두 등 총 5명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연봉은 기본급에 승리수당 등 기타 수당을 포함한 금액이다.
연봉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한 팀은 역시 연봉순위 상위권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이었다. 수년간 전북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리그 내에서 독보적인 ‘공격적 투자’를 이어왔다. 연봉 실지급액 1위 전북은 약 146억 원을 지출해 약 88억 원을 쓴 2위 서울과 큰 격차를 보였다. 다음 순위는 수원,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 제주 유나이티드, 성남 FC, 인천 유나이티드, 전남 드래곤즈, 수원 FC, 광주 FC 순이다.
‘돈이 곧 성적’이라는 현대 프로스포츠의 트렌드에 맞게 2016 시즌 K리그 순위도 연봉 지출 순위와 대동소이했다. 압도적인 지출을 자랑한 전북은 시즌 내내 2패만을 기록하는 강력함을 보였다. 다만 심판매수 건으로 승점 징계를 받아 우승컵은 연봉 지출 2위 서울에 내줬다. 대신 그들의 오랜 염원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순위도 연봉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원의 부진과 광주의 분전 정도가 예외로 꼽힌다.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서도 돈의 역할이 구단 성적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봉지출 상위권 팀들이 승격 기회가 주어지는 승강플레이오프에 합류했고 돈을 적게 쓴 팀은 하위권에 자리했다. 하위권 4팀은 연봉 규모와 리그 성적이 정확히 일치했다. 다만 지출 순위 6위 부천이 리그 3위에 오른 것이 한 가지 이변이다.
# 야구·농구·배구 최고연봉 선수는?
K리그 선수들의 연봉이 공개되며 다른 종목 선수들의 연봉에도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특히나 축구와 시즌이 겹치는 야구의 경우 스토브리그가 진행 중이다. 이번 시즌에도 고액 FA계약이 터져 나오며 일부 선수들은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는 매 겨울 선수들의 FA 계약 때마다 연일 계약규모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적을 옮긴 최형우는 사상 최초 100억 시대를 열었다. 최형우의 계약 내용은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40억 원, 연봉 15억원 등 100억 원 규모였다.
최형우가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맺었지만 프로야구 연봉킹은 한화 이글스 타자 김태균이다. 김태균은 지난 2015년 말 한화와 4년 84억 원의 FA 계약으로 연봉 16억 원을 받고 있다. 투수 연봉은 최근 KIA와 1년 계약을 맺은 연봉 15억 원의 양현종이다.
프로농구 연봉킹은 울산 모비스 가드 양동근이다. 연봉은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절반 수준인 7억 5000만 원이다. 양동근은 만 35세의 나이에도 꾸준히 연봉 순위 상위권을 지켜왔으며 올 시즌 처음으로 지난 시즌 연봉 1위 문태영을 제치고 연봉킹 자리에 올랐다.
프로배구 V리그에서는 인천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가 연봉 5억 원으로 연봉 1위를 차지했다. 그는 2013년 5월 연봉 5억 원에 대한항공과 계약을 체결한 이후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면 꾸준히 연봉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 “선수 연봉 과하다”는 비판
이처럼 각 스포츠 종목 연봉킹의 주인공은 매년 언론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덕에 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프로야구는 수년째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지만 K리그와 특급선수들의 연봉 수준이 비슷해 K리그 선수들의 연봉이 과도하게 측정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부에서는 발표되는 연봉이 야구선수가 올리는 정확한 수입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프로야구 특유의 계약 방식으로 선수가 연봉 외에 계약금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계약금을 받는 것은 일부 특급 선수들의 이야기이지만 연봉보다도 많은 계약금을 받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장래가 촉망받는 신인의 경우 수억대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다. 역대 최고 신인 계약금은 KIA 투수 한기주의 10억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한기주가 받은 연봉은 2000만 원이었다.
꾸준히 최고 금액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FA 계약에서도 계약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100억 시대를 연 최형우는 연봉 15억 원으로 16억 원의 김태균이 못 미치는 듯해 보인다. 하지만 계약금 40억 원을 포함하면 연평균 25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환산할 수 있다. 역대 투수 최고액 기록을 새로 쓴 차우찬(LG 트윈스)의 계약금은 더 많다. 차우찬은 계약기간 4년, 총액 95억 원의 규모에 계약금이 55억 원을 차지한다. 발표된 연봉은 10억이지만 계약금을 감안하면 연 평균 24억여 원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축구는 전 세계의 구단과 선수 소유권을 놓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꾸준히 중동과 중국 등의 부자 구단으로 이적하고 있다. 구단은 전력보강, 팬들은 스타 유출과 관련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 돈 잔치 뒤에는 최저연봉의 설움도…
이처럼 일부 특급 선수들은 수억 원의 ‘돈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존재한다. 각 종목의 단체들은 신인선수나 활약이 떨어지는 선수를 위해 최저연봉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4대 프로 스포츠의 최저연봉은 2000만~3000만 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K리그는 드래프트로 구단이 선수를 지명하던 시절 선발 순위에 따라 연봉을 차등 계약했고 마지막 선택을 받은 번외지명 선수에게 최저연봉으로 2000만 원을 지급했다. 지난 2014년 드래프트를 마지막으로 하고 자유선발 체제로 전환된 현재에도 최저연봉은 2000만 원이다.
프로야구 최저연봉은 2700만 원이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일명 연습생으로 불리는 육성선수들이 이에 해당한다. 구단은 이들에게 계약금을 안기지 않아도 되고 최저연봉을 보장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육성선수에게 최저연봉을 지급하는 일부 구단도 존재한다.
농구와 배구는 최저연봉이 3000만 원으로 동일하다. 이곳에도 수련선수라는 이름으로 야구의 육성선수와 비슷한 신분이 존재한다. 농구는 기존의 수련선수 제도를 폐지하며 최저연봉을 3000만 원으로 맞췄지만 배구에서는 수련선수가 여전히 존재한다. 연봉 3000만 원을 받고 다년계약을 하는 정규 선수와 달리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는 수련선수는 2400만 원에 1년 계약을 체결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4대 프로스포츠 평균연봉 비교 이번 프로축구연맹의 연봉자료 발표로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 선수의 2016년 평균연봉 비교가 가능해졌다.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를 통틀어 모든 선수들의 평균연봉은 1억 1792만 원으로 발표됐다. 1부리그인 클래식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1억 7655만 원으로 금액이 상승한다. 챌린지 소속 선수들은 평균 5657만 원을 받는다. 프로야구의 경우 KBO 발표 자료에 따르면 프로야구 등록선수 전체의 평균연봉은 1억 2656만 원이다. 하지만 이는 신인과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통계에서 제외돼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K리그와의 직접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농구와 배구는 선수 평균연봉으로 각각 1억 3582만 원과 1억 2620만 원을 기록했다. 국내 배구리그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좋은 처우를 제공하기에 세계적 수준의 외국인 선수가 영입되기도 한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