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 찍어주면 내거 보여줄게” 게이들 사이 거래 여전…경찰, 혐의 적용 고심
지난 12월 초, 트위터 등 SNS와 카카오톡 등 온라인 메신저를 타고 남성 몸캠이 대량으로 유포됐다. 스마트폰 메신저인 ‘라인’의 영상통화 기능을 이용해 남성의 자위행위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SNS를 타고 유포됐던 몸캠 영상에 등장한 남성. 연예인 A 씨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당시 수사를 진행한 경찰 관계자는 “보통 몸캠의 경우 피해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피싱 사기 수법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처럼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고 유포자가 직접 타인에게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범죄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사건을 접수한 서초경찰서와 강서경찰서는 아직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지역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대전지방경찰청에서 남성 몸캠을 대량으로 유통한 한 20대 남성을 검거한 것.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엄연히 성 관련 사건인 만큼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찰은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번에 붙잡힌 남성이 서초경찰서와 강서경찰서에 피소된 유포자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붙잡힌 남성이 고소 사건과 일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수사를 확대해 정확한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일반적으로 암암리에 유통돼 온 남녀 포르노와는 달리 남자만 등장하는 영상이 거래의 대상이 됐다는 이유로 논란을 낳아왔다. 특히 영상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행위가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것 이상으로 특이했다는 점은 영상 촬영 목적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당시 남성 몸캠 영상이 유포됐던 초기에는 연예인과 유명 트레이너들이 포함됐기 때문에 “여성 연예인이 남성 스폰서를 갖는 것처럼 이들도 여성 스폰서를 갖기 위해 이런 영상을 찍은 게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후 일반인들의 몸캠까지 대량으로 유포되면서 이번에는 “남성 동성애자들을 위해 유포된 영상”이라는 주장이 새롭게 등장했다. 여기에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발견됐다. 붙잡힌 남성 외에 현재까지도 여전히 영상을 거래하고 있는 SNS 계정들이 대다수 동성애자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몸캠 영상들은 SNS와 해외 기반 영상 업로드 사이트 등을 통해 여전히 거래되고 있는데, 거래 계정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동성애자”로 소개하고 있다. 일부는 영상을 돈을 받고 판매하거나,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몸캠을 직접 찍어서 줄 경우 물물교환을 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여전히 SNS를 통해 거래되고 있는 몸캠. 이 계정은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뒤 몸캠 영상 판매 게시글을 올렸다.
이번 사건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사생활 영역이기 때문에 영상 구매자나 유포자들의 성적 취향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종류의 웹사이트나 SNS 계정을 통해 일부 유포된 것은 맞다”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몸캠 영상을 유포·거래 의사를 밝히고 있는 SNS 계정들은 대다수 자신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공개한 채다. 경찰은 수사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범죄 혐의 적용에 대해서는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제까지 유포된 몸캠은 촬영이 강요된 것이 아니라 피해자 본인들이 직접 찍은 영상이므로 성폭력처벌법 혐의를 적용시키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남녀 간 리벤지 포르노 유포의 경우도 현행법 상 스스로 찍은 촬영물에 포함되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적용되고 성폭력처벌법 혐의는 무죄로 판결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경찰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영상 채팅만을 동의했을 뿐 영상 녹화는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점을 부각시켜 피해자들의 명예훼손 외에도 성폭력처벌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