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선심 쓰나
현대백화점은 최근 편법승계 의혹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받는 등 삼성, 현대, 신세계와 더불어 구설수에 오른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문제가 더 불거지기 전에 사회공헌을 선언한 셈이다.
2004년 현대백화점 그룹 오너인 정몽근 회장은 아들 정지선 부회장에게 한무쇼핑 주식 32만 주(10.5%)와 현대백화점 주식 215만 주(9.58%)를 증여했다. 정 부회장은 액면가 1만 원인 한무쇼핑 주식을 주당 22만 3000원에 현대백화점에 팔아 393억 원의 차익을 남겨 이를 증여세로 납부했다. 오너 일가가 소유한 한무쇼핑 주식을 현대백화점이 비싼 가격에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은 HDSI를 청산해 정 부회장 몫 50억 원을 포함해 70억 원에 정몽근 회장 사재 20억 원, 현대홈쇼핑에서 10억 원을 합쳐 사회복지재단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HDSI는 2002년 7월 정 부회장이 70%, 현대쇼핑이 30% 지분을 출자해 설립된 회사다. 현대백화점, 현대쇼핑, 디씨씨 등 계열사들이 HDSI에 전산시스템 통합 및 관리를 맡으면서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이 95%에 이른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계열사의 사업기회를 오너가 편취하는 문제를 시정한 첫 사례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당연히 회사의 몫으로 돌아갔어야 할 이익을 오너가 사재처럼 선심쓰듯 사회환원하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비판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