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폭탄’에 표심 흔들
신당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운대 동영상으로 ‘BBK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명박 후보는 모든 책임을 지고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후보는 BBK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문제가 있으면 당선되더라도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이제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나온 이상 선거까지 갈 필요도 없다”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인수위 작업이 이뤄지기 전에 정권이 붕괴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 후보가 조금이라도 양심과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면 모든 것을 고백하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신당이 공갈 협박범과 공모하고 있다”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이 후보는 동영상 공개 소식을 접한 후 “법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라며 “아무 문제없으니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인 홍준표 의원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동영상 내용을 보면 BBK 설립 주체가 나오지 않는다. 누가 설립했는지는 나오지 않고, 2000년 1월 BBK 투자자문을 설립했다고 돼 있는데 실제 BBK는 1999년 4월에 설립됐다. BBK 설립 일시도 다르다”고 반박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공갈 협박범과 공조해 대선 정국을 어지럽히고 있다. 1위 후보를 음해하기 위해 신당과 이회창 후보 측이 합작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의 BBK 수사 발표와 관련해 갖가지 의혹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김경준 씨와 에리카 김이 나눈 전화통화 내용도 파문을 야기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 측 홍선식 변호사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12월 1일(미국 LA 시간) 이뤄진 김 씨와 에리카 김 사이의 전화통화를 녹음한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영어로 주고받은 대화에서 김 씨는 “검찰이 나한테 딜을 하면서 내가 모든 걸 위조했다고 자백하면 3년 또는 그 이하의 형을 주고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며 “내가 거절하자 위협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꺼져가던 BBK 뇌관이 대선 막판 변수로 재부상하자 노 대통령은 16일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이 그동안 열심히 수사했지만 국민적 의혹 해소와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 재수사를 위한 지휘권 발동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해철 민정수석이 발표했다.
노 대통령의 지휘권 발동 지시에 대해 정동영·이회창 후보 진영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히며 마지막 대역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대세론을 굳혀가던 이 후보 측에는 충격을, 꺼질듯 가물거리던 신당의 역전 기대에는 마지막 희망을 주었던 BBK 마지막 폭탄은 과연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그 결과는 19일 투표함에 고스란히 담길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