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변경에도 창업 혜택 묵인
경남 함안군 모로리 주민들이 미래테크 등 3개사의 공동 공장부지 앞에서 천막을 치고 반대에 나서고 있다.
중기법은 정부가 중소기업 설립을 돕고 건실한 산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다. 창업 시 중기법에 의해 받는 혜택은 각종 세금감면은 물론 인·허가 상 혜택이 주어진다. 개발행위 부담금 및 농지전용 부담금 면제 외에도 혜택이 다양하다.
함안군이 중기법 제33조에 의거해 2014년 2월 7일 함안 군북 모로리 산5번지 일원에 위치한 ㈜미래테크윈, ㈜청암테크, ㈜한마음 등 세 곳의 설립을 승인했다. 이들 업체는 부지면적 2만 644㎡, 건물면적 4155㎡의 생산설비를 공동으로 갖출 예정이며 현재 공장 조성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 세 곳은 모두 중기법이 마련되기 전인 2013년에 이미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법인이 만들어졌다. ㈜미래테크윈은 ‘선박 구성부분품 제조업’으로, ㈜한마음은 ‘금속조립구조재 제조업’을 주요 사업으로 8월 9일 설립됐다. ㈜청암테크는 이보다 앞선 6월 5일 ‘그 외 기타식료품 제조업’을 주요 사업으로 설립됐다.
2014년에 들어서자 이들 업체는 모두 ‘그 외 기타전자부품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중기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기존 업종을 유지하며 다른 업종을 추가한 것도 아니고, 폐업한 후 새롭게 창업한 것도 아니었다. 법인을 그대로 유지한 채 업종을 완전히 변경했는데도 불구, 중기법의 적용대상이 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함안군의 묵인 내지 방조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함안군이 보유한 기록을 통해 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들 업체가 2014년 함안군으로부터 받은 ‘창업사업계획승인서’를 살펴보면 기존 업종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고 창업업종만 기록돼 있다. 군이 단순하게 7년 이내 기업이 창업으로 인정된다는 법 조항만 적용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또한 이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시행령 제2조 2항 ‘창업의 범위’ 규정에 명시된 ‘기존 업종에 다른 업종을 추가해 사업을 하는 경우에만 같은 종류의 사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본다’는 법령을 심각히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소기업청 전문위원 A 씨는 “창업일자가 7년 안에는 창업으로 분류되지만 사업자등록증 상 기존 업종을 유지하고 신규업종에 한해 창업으로 인정한다”면서 “초창기에 각종 특혜를 받아도 2년간 사업유지 현장실사를 실시하고 있다. 위법사항이 발각되면 부담금 및 지원금은 전액 환수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취재과정에서 다른 문제점이 새롭게 불거졌다. 공장 개발 당시의 과정에도 심각한 위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시 미래테크 외 2개사는 공동으로 홍부기업(주)을 시공사로 선정해 개발을 진행했다. 용지를 닦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석 8만 7677㎥는 허가 대상이지만 이들은 산지관리법에 의한 토석채취허가를 받지 않았다. 특히 5만㎥를 초과하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 잔토 8만 7677㎥를 각자 개발자의 몫으로 3등분한 것이다.
이를 두고 건설 관련 전문가 B 씨는 “각기 허가를 받았지만 공동 개발한다면 산지법을 적용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산지법에는 개발행위만 표기돼 있어 개별적용해도 된다는 규정 또한 없다. 따라서 같은 구역에서 공동으로 이뤄진 행위는 하나의 개발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함안군 관계자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2조 2항에 의거해 사업승인 허가를 해줬다. 공장설립은 허가 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토석채취허가도 3개사로 공장설립이 허가됐기에 산지관리법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보였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