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꿈이야 생시야
▲ 연합뉴스 |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문용선)는 지난 9월 20일 김 씨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검찰의 연이은 기소로 심리가 길어지고 공소사실에 대한 법리 다툼의 여지가 커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김 씨를 석방했다”고 밝혔다.
한때 ‘거물 브로커’ ‘금융계의 마당발’로 일컬어졌던 김 씨는 ‘현대자동차 비자금 조성 의혹’과 ‘론스타 의혹’ 등 굵직굵직한 대형 경제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어서 이번 석방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최근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즉 검찰에서 여론몰이용으로 김 씨의 범죄 혐의를 부풀리다 보니 다소 무리수가 따랐다는 점을 법원이 강조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실제 재판부는 “검찰이 김 씨를 기소한 내용은 현재도 회계법인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정도”라며 “당초 의혹이 제기된 것에 비해 지금까지 나온 사실만으로는 구속재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공교롭게도 검찰이 지난 19일 진념 전 경제부총리의 계좌추적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또한 김 씨에 대한 혐의 입증 여부를 놓고 검찰과 법원이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양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검찰이 진 전 부총리의 계좌추적에 나선 것은 2002년 4월 김 씨로부터 진 전 부총리가 1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법원과 검찰의 ‘고래 싸움’ 사이에 낀 ‘새우’ 격이 된 김 씨는 일단 법원의 검찰에 대한 ‘강수’ 덕에 자유를 맛보게 됐다. 하지만 검찰은 김 씨의 추가 혐의를 밝혀 법원의 판단이 틀렸음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입장이어서 김 씨가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