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참석한 광고감독 차은택 씨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0일 오전 417호 대법정에서 차 씨와 송 전 원장 등 5명의 첫 공판기일을 시작했다.
차 씨는 이날 오전 검찰의 공소 내용 가운데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쳐스의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상 횡령 혐의만 인정했다.
차 씨는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 대행사 포레카를 빼앗기 위해 우선협상자였던 컴투게더의 한 아무개 대표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차 씨가 최순실 씨와 포레카를 인수한 뒤, 이를 기반으로 기업들로부터 광고 계약을 수주하기로 계획했지만 컴투게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이를 무산시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차 씨 변호인은 “차 씨 지인인 피고인 김홍탁과 김경태가 인수 협상을 요청한 적은 있다”면서도 “강요나 협박이 아닌 정상적인 방법에 의한 요청이었다”고 주장했다.
차 씨 변호인은 또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인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도록 황창규 사장을 압박했다는 혐의에 대해 “최 씨가 대통령을 통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지시해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 씨가 관여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검찰의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자신이 대외 담당 임원으로 재직했던 광고제작업체 머큐리포스트로부터 548만원의 뇌물을 받고 원장에 취임하는 등, 원장 직무와 관련해 총 3225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전 원장 측 변호인은 “머큐리포스트에 6년 근무하면서도 공모금을 받지 못하고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 증자 대금으로 5000만원을 납입했는데도 보상을 못 받았다”며 “이를 회사 측에 말하자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하라고 해 경계심 없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포레카 강탈’ 혐의에 대해서는 최 씨에게 책임을 넘겼다. 송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송 전 원장과 피해자 한 아무개 대표는 30년 지기 선후배 사이”라며 “한 대표가 어떤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돼 선의에서 차 씨로부터 전해 들은 최순실 씨의 (한 대표가 포레카 인수를 포기하라는) 말을 전달해 조심시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진술조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고 씨는 검찰 조사에서 “차 씨가 최순실 씨를 통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추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대학원 제자인 차씨의 추천 덕에 장관 자리에 올랐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고 씨는 “최 씨가 차 씨를 만나 ‘문체부 장관에 앉힐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말하자 차 씨가 얼마 뒤 김 전 장관을 추천했다”며 “최 씨가 다시 김 전 장관을 대통령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고 씨는 또 자신이 최 씨에게 차 씨를 소개해줬다고도 밝혔다. 최 씨가 지난 2014년 초 “국가 브랜드를 재고하기 위한 각종 홍보물을 기획·제작할 적임자를 찾아보라”고 지시하자 고 씨가 차 씨를 추천했다는 주장이다. 고 씨는 ‘문체부 장관 추천’ 발언이 오갈 당시에도 최씨·차 씨와 동석해 대화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 씨는 최 씨와 차 씨가 입은 특혜와 전횡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최씨가 문체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의 인사 문제를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최 씨가 장관 추천을 받은 배경을 묻자 고 씨는 “(최씨가) ‘비선 실세’니까”라고 답했다.
고 씨는 차 씨가 대통령 직속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계기에 관해서도 “최씨와 친분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고씨는 “차 씨가 문체부 장관 인사까지 관여하다 보니 그 영향력을 이용해 정부와 관련한 각종 광고를 직접 수수하거나 다른 회사가 수주하게끔 하고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득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