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골프처럼…’
김 전 총재는 정치인 중 드물게 자신이 골프마니아임을 떳떳이 밝혔고 골프를 치는 자신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하는 이들 앞에서도 당당했다고 한다. 그는 골프에 대해 “자기 양심과 겨루는 운동이며 또 골프 규정에 보면 매너를 중시하고 동반자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는 운동”이라며 “내가 쉬는 시간에 내 돈으로 룰을 지키며 골프를 치는데 왜 비난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지난 1961년 당시 유일한 골프장인 서울컨트리클럽을 밀자고 군부 최고회의에서 결정했을 때 자신이 박정희 의장을 설득해 막았다며 “내가 한국 골프를 지켜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1961년부터 골프를 시작해 43년의 구력을 자랑하는 김 전 총재는 JP는 잘 치면 70대, 못 치면 80대 타수를 기록한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베스트 스코어’는 2언더파 70타, 드라이브샷 거리는 200~220야드 정도라고.
그는 역대 대통령의 골프실력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소득이 300달러가 될 때까지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해서 결국 1960년대 후반에서야 골프장에 나갔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실력은 보기 플레이 정도였으며 끝나고 주로 ‘막사이다’(사이다에 막걸리를 섞은 것)를 즐겼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가장 잘 쳤는데 노 전 대통령은 80대 중반 스코어에 특히 우드를 잘 친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는 3당 통합하면서 한 번 골프장에서 만났는데 기자들이 따라오는 바람에 긴장한 김 전 대통령이 스윙하다가 넘어진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프로들한테 제대로 레슨을 받아 스윙이 깨끗하고 곧잘 치는 편인데 오히려 권양숙 여사가 더 잘 치는 것 같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그는 정치 얘기에 대해서도 가볍게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간을 갈라놨고 600여 년 된 한국 수도도 (남북으로) 갈라놨다”는 김 전 총재는 “정치를 하진 않겠지만 좋은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