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소설이래요”
문제의 책은 김진명 씨의 신작인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제하의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손 전 지사의 실명이 등장하는 대목은 ‘신당의 전략’ 부분. ‘앙가주망’이라는 국제 비밀단체가 ‘노을’이라는 선거전문가에게 신당의 대선 필승 전략을 제안하면서 여권 대선 주자들과 신망받는 재야인사들이 동시에 신당 경선에 참여한 뒤 나머지 후보들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면 필승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담겨져 있다.
소설 내용에 따르면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등 기존 여당 정치인들이 경선을 시작하고 이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경제 마인드가 출중한 인사들이 경선에 참여하게 된다. 경선 분위기가 한참 뜨거울 때 손 전 지사와 박원순 변호사가 참여해 마침표를 찍는다. 박 변호사는 정치판에 새로운 희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적시돼 있다. 이후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후보가 손 전 지사를 지지하며 후보를 사퇴하게 되고 손 전 지사는 야당과의 결선에서 승리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설가 김 씨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50대들까지 반독재 데모 경험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친개혁적 정서를 가진 유권자층이 두텁다”면서 “여권이 지금은 지리멸렬한 상태지만 제대로 된 후보가 나서기만 하면 한나라당과 승부를 벌일 만하다”고 설명했다.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손 전 지사의 대통령 당선 시나리오를 밝힌 배경과 관련해서는 “손 전 지사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 정치인”이라며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드러난 행적이 깨끗하고 정의로울 뿐만 아니라 경기도지사 시절에 일자리 6만 개를 만들 만큼 뛰어난 경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로 유명한 김 씨는 지난 95년 국민회의에 입당한 후 96년 15대 총선때 서울 송파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경험이 있다.
한편 이 소설의 선거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주자의 실명 거론만 가지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저가나 무상배포 등 편법으로 판매되는 경우 사전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으나 특정주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통령 당선을 예상했다는 점에서 선거법 위반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