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설 부인하더니 단장으로 SK 입성…야구계 시선에 맘고생
지난 1월 18일 오전 전화 연결이 된 염경엽 SK 와이번스 신임 단장은 “축하한다”는 기자의 인사말에 그동안 고생했던 심경을 털어 놓았다. 미국에서 시카고 컵스 코치 연수를 준비하고 있다가 갑자기 SK와 단장 계약을 맺고 17일 급히 귀국했다는 염 단장은 야구계에서 보이는 다양한 시선들에 불편한 마음을 내비칠 수밖에 없었던 것.
염경엽 SK 신임 단장의 넥센 감독 시절 모습. 최준필 기자
일부 야구팬들은 염 단장이 넥센 감독이었던 지난 시즌, SK 감독설이 급부상했을 때 보인 말과 행동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엔 SK 감독설 자체를 부인했고, 그런 소문이 나도는 부분을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던 팀을 감독이 아닌 단장으로 가게 됐으니 염 단장의 행보에 박수만을 보낼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염 단장은 또한 트레이 힐만 감독 이후 단장에서 감독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이 부분은 SK 관계자의 설명을 통해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한마디로 사실무근이란 얘기이다.
“힐만 감독을 모셔오고, 민경삼 단장이 사퇴하면서 어느 때보다 단장의 역할이 중요했다. 내부 승진과 외부 인사 영입을 놓고 고민하다가 염경엽 단장이 거론됐다. 우리라고 염 단장이 지난 시즌 SK 감독설로 홍역을 치렀다는 걸 왜 모르겠나. 그래서 염 단장과 접촉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시카고 컵스 코치 연수를 받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가.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단장직을 수락했다. 그런 상황인데 차기 감독이라니. 염 단장 성격상 그런 걸 약속할 분이 아니다.”
염 단장이 가장 고민한 부분도 시카고 컵스 코치 연수를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염 단장은 애리조나 캠프에서부터 컵스에 들어가 연수를 받으려고 집까지 구해 놓았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어떠하든 염 단장으로선 SK 신임 단장으로 가게 된 과정이 개운치만은 않은 것이다.
한편 염 단장이 SK로 가게 된 데 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민경삼 전 SK 단장의 역할이 컸다는 소문에도 확인이 필요했다. 민 전 단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염 단장과 용인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어 종종 만남을 가졌지만 이번 일에 내가 역할을 한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염 단장이 프런트, 코치, 감독을 경험했으니 기회가 된다면 단장도 해볼 만한 자리라고 말한 적은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SK 단장으로 염 단장을 추천하진 않았다. 또 그럴 만한 위치도 아니었다. 나도 기사를 보고 염 단장 소식을 알게 됐다. 워낙 꼼꼼한 성격이라 잘해내리라 본다. 무엇보다 트레이 힐만 감독과 좋은 호흡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김용희 감독에 이어 SK 신임 사령탑에 선임된 트레이 힐만 감독은 민경삼 전 단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영입을 추진했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