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차 공간에 설치하거나…직원도 어디 있는지 잘 모르고…천막으로 씌워놓기까지
서울 내 현대차와 기아차가 운영하는 13곳의 전기차 충전소에 찾아가 보았다. 이미지=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
지난 17~18일 양일간 ‘비즈한국’이 서울시 내에 위치한 현대기아차가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소 13곳을 모두 직접 방문해 확인해 본 결과 그 실태는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전기차 판매가 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가 확충돼야 하는데, 전기차만 팔고 충전소 구축에는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셈이다.
취재팀은 가장 먼저 금천구에 있는 기아시흥서비스센터를 찾았다. 기아자동차가 운영하는 이 충전소에는 전기차 1대를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가 마련되어 있었다. 주차면에 전기차 자리임을 표시하는 도색은 따로 되어 있지 않았지만, 주차금지 표지판 때문인지 일반차량이 주차되어 있지는 않았다.
다음으로는 인근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성원모터스를 방문했다. 이곳엔 앞서와 달리 완속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차량 배터리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급속충전기가 완전충전까지 15~30분 걸리는 반면 완속충전기는 5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완속충전기가 설치된 충전소는 대체로 관리가 부실했다. 또 완속충전기는 크기가 작고 기기를 둘러싼 보호시설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충전기를 찾기 위해서는 직원에게 문의하는 것이 필수였다.
이곳 충전소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전기차 주차공간에 세워진 회사 차량이었다. 사무실 바로 앞이라 업무 편의를 위해 차를 세워뒀겠지만, 충전을 하러 온 고객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역시나 주차면에 전기차 자리임을 표시하는 도색이 되어있지는 않았다.
다음으로는 구로구에 있는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대광자동차공업에 갔다. 이곳은 입구 바로 옆에 완속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주차선 자체가 없어 빈자리에 기기만 가져다 놓은 것처럼 보였다.
영등포구의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롯데칠성음료신협학원 분점의 충전기는 입구에 놓인 빈 부스와 수리 중인 경찰버스에 가려져 있었다. 사진=박혜리 기자
전기차 충전소가 얼마나 ‘보여주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네 번째로 찾아간 영등포구의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롯데칠성음료신협학원 분점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도무지 전기차 충전소가 보이지 않아 지나가는 수리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런 건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충전기는 입구에 놓인 빈 부스와 수리 중인 경찰버스에 가려져 있었다. 역시나 완속충전기였다. 주차선 자체가 없는 데다 기기를 둘러싸고 사다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철재 등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심지어 주차면에는 주차선조차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다섯 번째로 방문한 기아강서서비스센터의 전기충전소에는 센터 내 공사로 인해 올해 2월 28일까지 이용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 자리엔 트럭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공사가 진행되는 4개월 동안 이곳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이 이해할 만한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여섯 번째로 방문한 곳은 은평구에 있는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녹번서부점. 이곳은 특이하게 주차공간이 아닌 매장 내에 완속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충전기 바로 앞에 차량 한 대가 수리 중이었는데 만약 전기차가 충전 중이라면 수리를 마친 차량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였다. 사실상 영업 중에는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일곱 번째로 방문한 곳은 성동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동부서비스센터. 이곳에는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다른 충전소와 달리 급속·완속 충전이 모두 가능한 충전기와 보호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비교적 찾기가 쉬웠다. 도봉구의 현대자동차 북부서비스센터도 동부서비스센터와 비슷했다. 이 두 곳은 자사가 선정한 우수 서비스센터 명단에도 올라있었다.
아홉 번째로 찾아간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장안점의 전기 충전기는 주차면에 전기차 충전 자리임을 표시하는 도색 대신 장애인 주차 공간 표시가 되어 있었다. 본래 있던 주차공간에 충전기만 가져다 놓은 채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블루핸즈 장안점의 한 직원은 “사용 못 한다고 보면 된다. 어차피 매장 문 닫을 때는 야외 주차공간까지 다 폐쇄한다”고 말했다.
열 번째로 방문한 전기차 충전소는 인근 기아도봉서비스센터. 충전시설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으나 주차 자리에는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다가 잠시 뒤 자리를 떠났다. 강동구에 있는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강일현대서비스의 경우 완속충전기라 기계 자체도 작은 데다 실내 주차장 구석에 있어 찾기가 어려웠다. 이곳에도 충전하고 있지 않은 흰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열두 번째로 찾아간 강동구의 현대자동차 성내사옥에는 완속·급속 충전이 모두 가능한 전기차 충전기가 있었지만 역시나 충전하고 있지 않은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서초구 현대강남자동차서비스에 천막이 씌어져 보이지 않는 전기차 충전기. 심지어 일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박혜리 기자
마지막으로는 서초구에 있는 현대강남자동차서비스를 찾았다. 위로 쌓아 놓은 폐타이어 옆에 불투명한 천막을 충전기를 씌어놔 직원에게 묻기 전까진 도무지 충전기를 찾을 수 없었다. 주차선조차 표시되어 있지 않은 전기차 충전공간엔 심지어 일반 경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지나가는 직원에게 문의하자 그는 “고객센터에 물어보면 조처를 해줄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 판매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소비자들 사이에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전기차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현대기아차는 판매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충전소 인프라 구축 및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박혜리 비즈한국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이 기사는 축약본으로, 비즈한국 홈페이지(현대·기아차 전기차 충전소 가보니…고객 ‘눈칫밥’, 직원 ‘무관심’)에 가시면 더욱 ‘리얼’한 현장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