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정운찬 등 연대 ‘반문 빅텐트’ 급물살… “2월 말 순교” 발언 김종인 행보 최대변수
2월 빅뱅설의 변화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야권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등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어게인 2012’ 구도인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맞짱’ 승부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변수는 있다. 불명확성이다. 제3지대 정계개편의 실현 가능성부터 마지막 퍼즐까지, 완성판의 그림이 불분명하다. 2월 정계개편이 ‘빅뱅’으로 격상할지, 소리만 요란한 ‘뱅뱅’에 그칠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의도 정가는 숨죽인 채 ‘반문(반문재인) 진영’만 응시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반 전 총장 불출마로 변하지 않는 상수는 ‘대선이 시계제로에 빠졌다’는 점이다. 이는 곧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이후 지속된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망은 엇갈린다. 문 전 대표의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은 반 전 총장 불출마로 ‘문재인 대세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친문계 캠프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할 때부터 내부에서는 대세를 뒤집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며 “설 연휴 기간 전국각지에서 확실히 확인했다. ‘문재인 대세론’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문 전 대표는 설 직후인 1월 3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메시지팀의 원고에 없던 “처음으로 사상 최초로 광주에서도 부산에서도 영호남과 충청 모두에서 지지받는 국민통합 대통령의 시대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설 기간 바닥 민심을 확인한 문 전 대표가 자신감을 갖고 실무진 상의 없이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과 문 전 대표 측은 반 전 총장의 역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검증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중단했다. 그동안 TF에선 추미애 민주당 대표 측근을 비롯해 친문계 인사들이 검증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적어도 당내에서 ‘문재인 대세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적다.
변수는 있다. 안 전 대표 중심의 ‘반문 빅텐트’다. 반 전 총장 불출마로 대선 판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불가피해졌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진영이 궤멸 상태에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반 전 총장 지지층 중 상당수가 ‘반문 단일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경우 2월 말로 예정됐던 ‘반문 빅텐트’의 골든타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으로는 제3지대 후보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정계개편 구심력 약화로 이어지겠지만 ‘문재인 대세론’에 틈이 발생하는 순간, ‘안철수-손학규-정운찬’으로 이어지는 ‘반문 빅텐트’의 정계개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반 전 총장 중심의 제3지대와 안 전 대표의 제3지대가 연대하는 ‘단계적 스몰텐트’가 아닌 ‘원샷 스몰텐트’ 후 중도보수층 규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손 의장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설 연휴 기간인 1월 26일 제3지대 정계개편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안 전 대표와 정 이사장도 같은 달 30일 극비리 회동을 통해 경선 방안을 논의했다. 정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등을 전제로 입당 가능성을 타진했다. 국민의당은 이들의 입당을 위해 당명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당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정권교체에 나서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뜻”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반 전 총장의 제3지대 정계개편이 ‘상상의 모래성’이 돼버린 상황에서 결국 이번 대선은 문 전 대표와 제3지대 단일 후보 간 ‘일대일’ 구도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어게인 2012’인 ‘문재인 vs 안철수’ 구도다. 안 전 대표도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2월 1일 대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과 문재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며 “이번 대선은 결국 문재인과 안철수 대결이 될 것이고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 분석가는 그 이유로 ‘세대 구도’를 꼽았다. 반 전 총장이 대선 상수로 급부상할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정치판을 ‘70대 전성시대’라고 불렀다. 반 전 총장 이외 손학규 의장,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70대 노익장들이 킹 내지 킹메이커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 지지층 가운데 이념지향적 지지층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 이동하더라도 세대 및 지역지향적 지지층은 반문 연대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전 대표는 1월 25일 ‘50대 기수론’을 명분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50대 기수론을 필두로 한 개헌 세력으로 판을 흔들겠다는 구상이다.
역으로 반 전 총장 불출마 이후 문 전 대표는 당장 올드보이 축에 속하게 됐다. 당내 경선에서부터 무주공산이 된 ‘충청권 대망론’ 자리를 꿰찰 안희정 지사와 진보진영 구심력이 큰 이재명 성남시장의 거센 도전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당내 경선에서 ‘이래문’(이래도 문재인 저래도 문재인) 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대안론’과 ‘이재명 다크호스’가 현실화된다면, 외연 확장을 막는 ‘친노 포비아’는 즉각 발동된다. 문 전 대표가 무너진 ‘이회창 대세론’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포함된) 중간지대 경선을 눈여겨보라”고 귀띔했다. 민주당의 경우 문 전 대표가 원사이드(일방적) 게임을 펼칠 경우 안 지사와 이 시장, 김부겸 의원, 최성 의원 등 비문진영 인사들의 ‘문재인 때리기’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예측 가능한 경선이 네거티브전으로 끝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중간지대 경선은 국민의당과 손 의장의 국민주권개혁회의의 ‘당 대 당’ 통합 및 ‘정운찬 입당’ 등 빅이벤트가 즐비한 상황이다. 상처 없는 권력분점만 수반된다면,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도 상승하는 현상)가 의외로 클 수 있다. 보수진영의 궤멸로 숨죽인 ‘샤이 박근혜’와 ‘반기문 지지층’ 중 일부가 반문 단일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도 있다.
변수는 김종인 전 대표의 ‘뮌헨 구상’이다. 안 지사에게 탈당을 권유했던 김 전 대표는 이달 중순 ‘뮌헨 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2월 20일 전후로 김 전 대표가 탈당을 포함한 ‘모종의 결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설 연휴 기간인 1월 25일 박지원 대표를 만나 반문 개헌 연대를 논의했다.
김 전 대표는 기자들과 측근들에게 자신의 탈당설과 관련해 “2월 말까지 기다려보라. 순교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당분간 잔류 가능성도 나오지만, ‘안철수-손학규-정운찬’ 연대에 김 전 대표까지 합세할 경우 문 전 대표의 위기론은 한층 증폭될 전망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김 전 대표 합세는 구도 측면에서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