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보다 주택금융공사‧금융사 배 불리는 상품
사진=한국주택금융공사
[비즈한국] 주택연금이란 거주하고 있는 집을 담보로 종신 또는 일정기간 동안 매월 연금 타듯 일정액을 지급받는 것을 말한다. 운영사인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의 장점으로 △사망 시까지 연금이 나온다는 점 △가입자가 사망해도 배우자에게 동일하게 연금이 지급된다는 점 △연금지급액이 주택 가치를 초과해도 초과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비즈한국’이 주택연금 약관을 꼼꼼히 뜯어본 결과, 주택연금은 가입자보다는 주택금융공사와 대행하는 금융사에게 유리한 상품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주택연금은 좋은 취지의 제도지만,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한국주택금융공사
① 주택연금의 실체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연금은 국가가 보장하는 연금제도의 하나인 것처럼 홍보되고 있지만, 본질은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연금 약관에 해당하는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약정서(약정서)’에는 주택연금을 ‘주택담보노후연금대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로 집값의 일정부분을 대출받아 생명보험사에 일시불 연금상품에 가입하더라도 다를 바가 없다.
② 총 대출한도는 5억 원을 넘지 않는다
약정서의 ‘총대출한도’는 △본인(배우자 포함)이 담보주택의 가격 등을 기준으로 100세까지 연금대출로 지급받을 금액과 초기보증료(가입수수료)를 더한 금액과 △5억 원 중에서 적은 금액으로 정해진다. 이 말은 연금으로 받을 금액과 이자‧수수료를 더한 금액이 5억 원을 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주택연금 가입조건은 ‘부부 합산 1주택’으로 주택가격은 ‘9억 원 이하(가입시점 기준)’여야 한다. 9억 원의 주택이라도 총 대출한도는 5억 원이 최대다.
주택연금의 총 대출한도에는 상한선이 존재한다. 사진=한국주택금융공사
③ 집값이 하락하면 월 지급액이 재조정된다
약정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만약 대출잔액이 근저당권 설정액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대출잔액이 근저당권 설정액의 85%가 되기 전에 공사의 요청에 따라 추가설정을 해야 주택연금을 계속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가입기간을 20년으로 하고 15년 동안 주택연금을 받아왔는데, 15년째에 집값이 폭락하면 최악의 경우 남은 5년간은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지급받은 금액이 주택가치를 초과해도 차액을 물지 않는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런 상황이 일어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사진=한국주택금융공사
다만 이미 받은 총지급액이 주택 가치를 초과했더라도 가입자가 차액을 물어내지는 않는다. 이 점이 주택연금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집값이 수개월 내에 급격하게 하락하는 극단적 상황에서나 가능하다. 집값이 완만하게 하락하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사전에 ‘근저당권 추가설정’ 요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④ ‘종신보장’은 100세까지다
주택연금은 가입기간을 5년, 10년, 20년 등으로 한정할 수도 있고 종신보장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종신’이라고 해서 ‘오래 살수록 유리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약정서에는 ‘종신보장’ 옵션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 중 나이가 적은 사람이 100세가 되는 보증신청일’을 최소보증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부부 중 나이가 적은 사람이 만 100세가 되면 이후 10년마다 보증기한을 갱신해야 한다. 이때 재산가치가 부족하면 가입이 해지될 수도 있다.
⑤ 배우자가 ‘신용불량자’인 경우 승계가 불가능하다
주택연금은 가입자 사망 후 배우자에게도 동일한 연금액이 가입기간 동안 지급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승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약정서에는 ‘귀하가 사망한 후 채무인수 시점에 배우자가 신용관리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채무가 인수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신용관리정보를 보유’한다는 말은 쉽게 말해 신용불량이라는 뜻이다.
⑥ 자녀상속분 및 상속세 마련 못하면 배우자 몫은 없다
또한 약정서에는 ‘연금계약 유지를 위해서는 피보증인 사망 후 6개월 이내에 담보주택 소유권 전부 및 근저당권 설정을 본인 앞으로 이전등기를 마치고 채권자와의 금전채무 인수를 완료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국민연금처럼 자동으로 배우자에게 연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대비를 하지 않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가입자 사망 후 자녀가 있다면 배우자에게 주택이 100% 상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녀 상속분 및 상속세를 고려해야 한다.
⑦ 대출이자를 매월 납입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주택가격의 일정액을 대출해 매월 연금식으로 지급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따라서 대출이자를 납입해야 한다. 다만 금융사(은행 등)가 이자를 먼저 떼고 가입자 통장에 연금액을 입금하기 때문에 가입자가 이자를 납입하는 행위를 할 필요는 없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적용금리는 은행권에서 우량고객에게 제시하는 주택담보대출금리보다 낮은 편이다.
⑧ 집값의 1.5%인 초기보증료가 복병
주택연금은 은행 등 금융사가 대출을 실행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대출에 대한 보증을 서는 구조다. 따라서 가입자는 금융사에 이자를, 공사에 보증료를 납부해야 한다. 보증료는 가입 시점에 한 번 내는 ‘초기보증료’와 가입기간 동안 매월 납부하는 ‘연보증료’가 있다. 초기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5%로, 9억 원 가격의 주택인 경우 1350만 원이다. 주택연금의 좋은 점만을 보고 가입상담을 하러 왔다가 보증료에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⑨ 중도 해지 시 초기보증료는 상환되지 않는다
초기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5%로 제법 큰 금액이다. 그러나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초기보증료는 반환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 9억 원짜리 주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월 지급액을 수령한 후 철회기간 30일이 지난 31일째에 가입을 철회하더라도 초기보증료 1350만 원은 돌려받지 못한다. 초기보증료에 대해 불합리한 부분은 주택의 변경 때 발생한다. 싼 집을 팔고 비싼 집을 사는 경우 초기보증료를 재산정해 차액을 내야 한다. 반대로 비싼 집에서 싼 집으로 갈아탈 때는 초기보증료 차액을 돌려받지 못한다.
⑩ 보증인을 요구할 수도 있다
주택연금 설명서에는 ‘공사나 채권자가 보증기한 연장, 보증금액 증액, 연대보증인 입보 등 조건변경신청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는 경우 주택연금의 지급정지사유가 된다’고 되어 있다. 이는 주택 가치에 변동이 생긴 경우 보증기한 연장, 보증금액 증액 등이 불가한 경우 연대보증인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종국 비즈한국 기자 xyz@bizhankook.com
※이 기사는 축약본으로, 비즈한국 홈페이지(주택연금에 대한 10가지 불편한 진실)에 가시면 더욱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