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소득세 규모 OECD 최하위권에 기부지수도 낮아 부의 재분배 ‘난망’
정 씨 사건에 부모의 재산 정도에 따라 금수저와 은수저, 흙수저로 나누는 수저 계급론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수저 계급론이 최 씨나 정 씨가 연루된 하나의 일탈 사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 전반에 굳어지고 있고, 심지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제20대 총선 때 민중연합당(흙수저당) 전국 청년 후보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한국 정부가 거둬들인 개인 소득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에 불과하다. 이러한 비율은 비교가 가능한 OECD 회원국 29개 중에서 27위에 해당한다. 또한 OECD 평균 소득세 규모인 GDP 대비 8.9%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한국보다 개인 소득세 수입 규모가 낮은 곳은 슬로바키아(3.2%)와 체코(3.6%) 두 나라에 불과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개인 소득세 비중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부유층들이 부담하는 세금이 낮다는 의미다. 특히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내는 세금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세계에서 가장 자본주의를 철저하게 시행하는 미국도 개인 소득세 규모는 GDP의 9.8%로 한국보다 크게 높다. 부유층이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복지 제도를 잘 갖춘 것으로 알려진 북유럽은 개인 소득세 규모가 컸다. 덴마크의 경우 개인 소득세 규모가 GDP의 25.4%에 달해 가장 많았다. 아이슬란드와 핀란드는 각 13.3%, 스웨덴 11.2% 등으로 GDP 대비 10% 이상이었다. 부자들에게서 소득세를 많이 거둬서 사회복지 비용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부의 재분배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낙수 효과(소득 상위층의 소비가 하위층의 소득 증가로 이어진다는 이론)를 이유로 부자들 소득세 인상을 미루던 한국 정치권도 부의 재분배를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였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을 올해부터 과세표준이 5억 원을 초과할 경우 40%의 세율을 적용하는 최고구간을 신설했다.
하지만 한국보다 소득세 최고구간이 높은 국가가 적지 않다. 네덜란드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한국보다 크게 높은 52%다. 심지어 과세 표준은 5만 7578유로, 우리돈으로 약 7117만원이다.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이스라엘 등은 소득세 최고 세율이 50%다. 역시 과세 표준은 오스트리아는 6만 유로(7478만 원), 벨기에는 3만 7870유로(4720만 원)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이 81만 720세켈(2억 4843만 원)로 다른 나라보다는 높지만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도 소득세 최고세율이 45%로 한국보다 높고, 과세 표준은 한국보다 낮다.
부의 사회환원에 인색한 한국 사회 분위기는 기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영국 자선구호재단(CAF)이 매년 조사해서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WGI)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기부지수 점수는 33점으로 세계 170개국 중에서 75위에 그쳤다. 2015년과 비교하면 11계단이나 더 추락했다. 미얀마가 1위를 차지해 이변을 보인 것을 제외하면 미국이 2위, 호주 3위, 뉴질랜드 4위, 캐나다 6위, 영국 8위, 아일랜드 9위, 네덜란드 13위, 노르웨이 14위 등 선진국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은 지금까지 300억 달러(34조 6500억 원)를 기부했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특히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등은 자신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상속세 폐지나 부자 감세가 사회 불평등을 야기한다며 반대를 해왔다”며 “반면 일감 몰아주기로 돈을 버는 우리 재벌들은 복지 재단과 같은 사회 환원에 자기 돈이 아닌 회사 돈을 쓰면서도 생색을 내는 경우가 많다. 재벌이나 부자들이 사회 환원에 인색하게 굴면 굴수록 부자 증세나 법인세 인상 주장 등이 힘을 받으면서 결국 피해가 자신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