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환경 악화되는데 간섭 심한 정부는 청렴도 낮고 정책 헛바퀴에 이해충돌 ‘막장’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0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 중에서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을 한국은행 전망치(2.5%)보다 낮게 잡고 있는 곳은 7곳이다. 1월 말 기준으로 씨티그룹과 도이치방크, 골드만삭스는 2.4%로 예상하고 있고, 바클레이즈와 JP모건, 모건스탠리는 2.3%다. 노무라는 2.0%로 잡아 1%대 추락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이처럼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큰 상태지만 경제 부처의 경제 관련 정책들은 헛바퀴를 돌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15년부터 3년에 걸쳐 추진하던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게 됐다.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어온 공공기관의 역할을 재조정해 공기업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2015년에는 사회간접자본과 농림·수산,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들의 기능을 조정했고, 2016년에는 에너지와 환경, 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을 조정했다. 올해는 정책금융과 산업진흥, 보건의료 분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기능조정을 해 3단계 기능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책금융 기능조정의 핵심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금융공기업 지정이 되지 않으면서 올해 기능조정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구조조정 등을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이 들어갔음에도 대통령 탄핵으로 정부의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금융공기업 지정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다가 금융노조 반발로 도입을 1년 유예하는 상황에 놓이는 등 말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또 최근 급등하는 물가를 잡겠다면서 지난 1월 19일 4년 만에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지만 물가는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주일 뒤인 26일 맥도날드가 모닝세트와 런치세트 등 24개 제품 가격을 평균 1.4% 올렸다. 31일에는 동원F&B가 참치캔 가격을 평균 5.1% 인상하고 나섰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량 조절로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조품 가격 인상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8일 한국의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이 그동안 2.4~2.5% 수준이었으나 최근 농수산물 및 서비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1월에 2.8%로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부처 간 충돌도 벌어졌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대미 무역 문제를 놓고 얼굴을 붉혔다. 지난 1월 26일 기재부는 ‘2017년 대외경제정책방향’에서 ‘산업용 기기 등 미국산 장비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기재부 발표가 나오자 바로 산자부는 ‘산업용 기기의 대미 수입 확대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 향후 계획도 미정이다’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경제 전반을 보는 기재부와 국내 산업계 이익을 우선시하는 산업부가 충돌한 것이다.
이처럼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고 못하면서도 정부 간섭이나 부패는 심각한 수준이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산하연구소인 BMI리서치의 무역·투자 위험도 조사에서 한국의 정부 간섭은 60.7점(0점=위험도 높음, 100점=위험도 낮음)으로 경제 개방성(66.8점)과 법률 조건(75.3점) 등 다른 평가 기준보다 위험한 수준이었다. 청렴도의 경우 세계경제포럼(WEF) ‘2017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선진 30개국 중 25위를 차지할 정도로 하위권이었다.
경제계 관계자는 “면세점 허가 특혜 논란을 놓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최근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서로 힘을 발휘하겠다며 싸우는 촌극이 벌어졌다”며 “경제 상황은 나빠지는데 경제 부처들이 무능함을 드러내고 밥그릇 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부처의 영(令)이 제대로 서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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