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대표, 정윤회 들먹이며 투자자 안심시켜…국정원·삼성과의 관계도 주목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피해자들에게 정윤회 씨와의 관계를 과시하며 전달한 사진을 ‘비즈한국’이 단독 입수했다. 정 씨가 아이카이스트가 만든 터치테이블을 직접 체험해보고 있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 모범 사례로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홍원 전 국무총리,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이 직접 제품을 시연하며 유명세를 탔다. 이후 중동 미디어그룹 알 자지라로부터 100조 원, 유엔 해비타트로부터 10조 원 등의 매머드급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는 기사가 주요 경제지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관계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고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실제로 주력 제품인 터치테이블 및 컨테이너형 스마트 스쿨 등의 생산 및 수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이를 알아챈 투자자들의 고소가 이어졌고, 현재 김성진 대표는 2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사실 아이카이스트에는 정윤회 씨의 친동생 정민회 씨가 약 1년간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이 때문에 아이카이스트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배후에 정윤회 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손수 ‘그림’을 만들어 준 배경에는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카이스트와 정윤회 씨의 직접적인 거래 관계나 특혜 등이 발견되지 않아 이렇다 할 언론 보도나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 정윤회 친동생이 재직했지만 그간 직접 관련성 못 찾아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과정에서 복수의 피해자들은 “과거 김성진 대표가 LCD 검사장비 기업 아이팩토리 상장 폐지에 앞서 정윤회 씨가 금융당국에 영향력을 발휘해 개선기간을 부여받을 것이니 걱정 말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 기업이었던 아이팩토리는 지난해 4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약 4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 받았다. 이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아 같은 해 9월 상장 폐지됐다.
아이팩토리의 대표이사도 김성진 대표다. 과거 유비프리시전에서 사명을 케이엘티로 바꾼 다음 다시 아이팩토리로 변경됐다. 용인에 공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아이카이스트의 제품 생산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물론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대표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김 대표가 말한 그대로 아이팩토리에 실제 개선기간이 부여된 것을 보고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여기에 정 씨의 친동생이 부사장으로 재직한 기간과 시점이 겹친 것도 김 대표의 말을 신뢰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2013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과학기술원을 방문해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로부터 터치테이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창조 교육을 하면 집중력도 높아지고 수업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창조경제 사기에 국정원과 삼성도 관여했나
정윤회 씨 개입 의혹이 끝이 아니다. 정부가 세수 외에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팩토리에 국가정보원 관계자인 안 아무개 씨를 투입해 창조경제 모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믿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이 역시 김 대표가 한 말이다.
안 씨는 과거 부동산 시행사 글로스타의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김수경 글로스타 회장 역시 국정원에서 10년간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팩토리는 유비프리시젼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처남 홍석규 회장의 보광그룹 관계사로 잘 알려져 있다. 한때 연 매출 555억 원, 당기순이익 80억 원을 달성할 정도로 승승장구했지만, 약 600억 원 규모의 회사 자금 횡령 및 배임 사건이 발생하며 급격하게 쇠락했다.
이후 여러 재무적 투자자들을 거치며 사명이 케이엘티로 바뀐다. 그러던 중 2015년 2월 안 씨가 17억 3300만 원에 케이엘티 주식 10.75%를 인수하며 당시 케이엘티 새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리고 불과 두 달 만에 케이엘티가 아이카이스트와 생산협력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급등한다. 당시 500원을 밑돌던 주가가 불과 두 달 만에 3배 이상 오른 것.
그러나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한 투자 유치가 지연된다는 이유로 생산은 이뤄지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허 아무개 전 대표의 배임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지며 거래정지 조치를 당한다. 그 과정에서 케이엘티 주식에 투자한 수천 명의 소액 주주들이 투자 피해를 입었다. 상장 폐지 이후 안 씨는 공동대표 직에서 물러나고, 지금까지 김성진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 중인 삼성가 맏사위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과 아이카이스트의 관계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성진 대표는 일부 피해자들에게 아이팩토리의 전신 유비프리시젼이 임 전 고문의 지분 및 적극 관여한 기업이라고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고문의 동생 임 아무개 씨가 아이카이스트 자회사 아이스마트터치에 투자하고 지분을 가진 사실도 확인됐다.
한편 2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성진 대표는 최근 380억 원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통한 탈세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봉성창 비즈한국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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