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량 높은 순위, SNS 팔로어 급증…반기문 지지 ‘반사모’는 ‘황사모’로 이름 바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매티스 국방 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황 대행은 최근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와 함께 TOP3 대권잠룡군에 진입했다. 여권 지지층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황 대행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로 인한 ‘빈틈’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황 대행의 페이스북도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그의 페이스북 방문자 수가 급증했다. 2월 15일 현재 황 대행 페이스북 팔로어는 약 4만 명이다. 지난해 12월 초 2만 명 정도였던 팔로어가 권한대행을 맡은 뒤 두 배 이상 늘었다.
SNS 정치는 그동안 야권잠룡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황 대행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 6월 페이스북 개정을 만든 이후 황 대행은 글과 사진을 매일같이 올리고 있다. 영구임대아파트나 지구대를 찾은 사진 등 민생행보가 나타난 사진에는 평균 4000명의 누리꾼이 ‘좋아요’를 눌렀다.
특히 황 대행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손을 맞잡은 사진은 ‘히트’를 쳤다. 2월 2일 황 대행은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저는 이 자리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대응 공조를 강조했다”는 내용의 게시물과 사진을 올렸다. 순식간에 약 5000명의 누리꾼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이 게시물은 590건 공유에 950개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 김 아무개 씨는 “하루 빨리 탄핵이 인용되고 황 대행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했다. 황 아무개 씨는 “안보가 제일 걱정스러운 때다. 황 대행이 아니면 불안한 시기다. 시대가 필요할 때 꼭 나서줬으며 좋겠다. 간절히 부탁 드린다”고 보탰다.
‘구글 트렌드’도 황 대행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구글 트렌드’는 구글의 검색 키워드 추세를 도표화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빅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다. 일정 기간 동안 특정 키워드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검색 빈도가 높은 키워드가 이목을 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정 조사 기간 동안 검색량이 가장 많은 시기를 100으로 놓고 나머지 기간을 상대적 수치로 환산해 보여주는 방법이다. ‘구글트렌드’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경합하고 있을 때 트럼프의 승리를 맞춰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뿌렸다.
기자는 대권잠룡들의 구글 트렌드 지수를 알아보기 위해 검색창에 ‘문재인, 안희정, 황교안, 이재명, 유승민’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입력했다. 조사기간은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발표한 2월 1일부터 2월 12일까지로 정했다.
황 대행(51)은 2월 1일, 안 지사(51)와 함께 공동선두를 달렸다. 이튿날 그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등 야권 잠룡들에게 1위를 내줬지만 20~30 사이를 오가며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황 대행은 전체 12일간, SNS상의 지지세가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이 시장에 8일간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황 대행은 구글 키워드 누적 검색량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2월 15일 현재 구글 키워드 누적 검색량 1위는 문 전 대표(약 4120만 개)다. 황 권한대행(약 2090만 개)이 2위를 차지했다. 안 지사(약 1740만 개)와 이 시장(약 1970만 개)은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약 1230만 개)과 남경필 경기지사(약 460만 개)의 누적 검색량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여권 일각에선 “빅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황 대행은 반드시 대권에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황 대행 팬클럽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황교안 통일 대통령만들기(황대만),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황대모) 등 다양한 팬클럽들이 페이스북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황대만은 약 1만 6000명의 회원을 보유한 최대 팬클럽이다.
반 전 총장의 팬클럽들도 ‘황교안 갈아타기’에 돌입했다. 네이버 밴드를 중심으로 활동해왔던 반사모 중앙회 서포터즈는 최근 단체의 명칭을 대한민국황사모중앙회(회원수 약 2400명)으로 바꿨다. 대한민국황사모중앙회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서 황 권한 대행을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황 대행이 엄중한 시국에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회원들의 가입 속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샤이 보수들’의 황 대행 지지 움직임에 대한 고무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박 성향의 자유한국당 당직자는 “젊은 샤이 보수들의 표심이 황 대행 쪽으로 기울고 있다. 친박 쪽에선 이미 황 대행 띄우기에 돌입했다. 황 대행의 SNS 인기가 상당하다. 차기 대권을 위험한 사람에게 넘겨주면 안 된다는 분위기도 퍼지고 있다. 황 대행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헌재가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 바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부정적 시선도 여전하다. 이준석 바른정당 당협위원장(노원병)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황 대행의 지지율은 자유한국당의 위기의식에 따른 반작용에 불과하다. 황 대행이 대권을 잡는 경우 어떠한 정책을 펼칠지에 대해서도 예측할 수 없다.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이나 확장성이 낮은 후보다. 황 대행을 대안으로 추켜세우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대선포기전략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황교안 대망론’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보수 진영에서 마땅히 내세울 만한 대선후보가 없어 황 대행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황 대행이 확장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황 대행은 박 대통령의 사람이다. 자유한국당이 친박 핵심들을 정리하지 않고 박 대통령의 친박당으로 남은 상태다. 황 대행으로 재집권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