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이 일어났던 쿠타 해변의 ‘사리(Sari) 클럽’은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이트 클럽으로, 웬만한 유럽 및 미주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꼭 거쳐가는 ‘통과지’와도 같은 곳. 특히 ‘외국인 전용’ 클럽이라는 데서 많은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었다. 이곳의 하루 수용인원은 약 5백 명.
그렇다면 왜 유독 이렇게 호주인들의 피해가 심했던 것일까. 비행기로 3시간 거리라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평소 호주인들이 휴양지로 즐겨 찾는 발리섬을 범행 장소로 택한 것은 과연 호주인들을 염두에 둔 것이었을까. 이에 대해 현재 많은 호주인들은 ‘미국이랑 놀다가 괜히 불똥이 튀긴 꼴’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자국 정부가 부시를 쫓아 대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더니만 결국 테러단체의 미움을 사서 이런 불상사를 당하게 됐다는 것. 이번 테러로 아들을 잃은 한 여성은 “호주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 정부가 부시 편에 서는 걸 원치 않는다. 우리 아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진 않다”며 이번 테러도 만일 정부가 처신만 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유가족들은 호주 정부를 향해 대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호주를 목표로 한 이슬람 과격단체의 테러 위협은 이미 9·11 이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토바이를 탄 테러범이 자카르타의 호주인학교 마당에 수류탄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했는가 하면 같은 달 호주 대사관에도 폭탄이 발견되어 소란이 일어난 바 있다. 또한 올해 초에는 알 카에다 자살 테러범이 폭탄을 실은 트럭을 몰고 싱가포르에 위치한 호주의 고위 집행위원회를 폭파하려는 음모를 꾸미다 적발되기도 했다.
호주가 테러의 핵심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부시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열렬히 지지했던 호주 정부의 무조건적인 ‘친미정책’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자국 내 거주하는 회교도들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적대심을 표출하고 있는 호주 정부의 태도 또한 테러단체의 미움을 사게 된 요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이 밖에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접 국가들의 테러단체들이 최근 알 카에다를 비롯한 몇몇 과격 단체와 손을 잡고 점차 행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이들이 미국의 강력한 테러 소탕 작전으로 인해 활동 무대가 좁아지자 테러의 중심지를 점차 동남아시아로 분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동남아시아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결국에는 가장 가까운 호주가 테러범들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