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소감을 말하다가 아들 션 레논 (오른쪽)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오노 요코. | ||
존 레논은 그를 자신의 비서로 채용하면서 사생활과 가정사에 대해서는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킨다는 서약을 받아두었다. 그러나 돈에 눈이 먼 시맨은 업자들의 금품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존 레논의 유품들을 수집가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비서로 일할 때 자신이 직접 찍은 존 레논과 그의 가족의 모습이 담긴 사진 3백74장을 파는 일에도 나섰다.
오노 모자를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자신들을 고약하게 표현한 내용의 책을 허락도 없이 일본에서 출간했기 때문이었다. 잘 알다시피 일본은 그것도 오노 요코의 조국이어서 존 레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운 곳이다.
▲ 생전의 존 레논과 오노 요코 | ||
화가 머리까지 치솟은 오노 요코는 법적 조처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요코는 먼저 시맨이 갖고 있는 사진을 돌려 달라는 사진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요코는 “내 남편의 사진이 사회에 퍼지는 것이 싫다”며 “무조건 돌려 달라”고 주장했다. 아들 션(26)도 어머니를 적극적으로 돕고 나섰다. 션은 시맨이 일본에서 낸 책을 가리켜 “내가 직접 태워 버려야할 책”이라며 극도의 반감을 드러냈고 시종일관 어머니의 옆에서 재판을 지켜보았다.
법정에서 나타난 증거들은 패드릭 시맨에게 거의 모두 불리한 것들이었다. 특히 그가 존 레논이 죽기도 전에 그와 관련된 책을 내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구속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일 정도로 다급해졌다. 드디어 최종 선고공판일. 오노 요코는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려는 듯 검은색 윗도리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법정에 나타났다. 재판장은 사진 3백74장 모두를 오노 요코에게 돌려주는 것은 물론, 법정에서 오노에게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를 할 것을 명령했다.
시맨은 재판장의 선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이미 모든 것을 각오라도 한 듯 오노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조용하게 말했다.“나는 당신과 존 레논에게 속해 있던 것을 훔쳤으며 당신과 당신 가족들에 대해서 책을 썼고 또 쓰려고 했습니다. 그같은 행동은 옳지 않은 것이기에 나는 당신에게 감히 용서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나는 분명 당신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을 했습니다. 나는 내 인생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라도 오늘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20년 동안 내 잘못을 빌겠습니다.”
이 순간 오노 요코의 표정은 무척이나 엄숙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맨의 말이 끝나자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옆에 있던 아들 션은 “재판을 지켜보면서 무척이나 떨렸다”고 밝히면서 “이번 재판을 계기로 어머니가 놀라운 여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